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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13. 제인 오스틴의 코티지

by 제이오름

제인 오스틴 소설에는 어떤 집들이 등장할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집들은 주로 abbeys(사원), parks(파크), estates(영지) , cottages(코티지) 등이다.


<노쌩거 사원(Northanger Abbey)> 소설에서 노쌩거 사원은 틸니 장군의 집이었던 곳이다. 고딕 소설에 심취해 있던 캐서린이 자신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곳이기도 하다. 다음의 웅장하고 높은 성은 노쌩거 사원의 배경으로 나온 성이다.


image.png?type=w773 영화 노쌩거 사원 촬영지

<맨스필드 파크>의 저택과 숲은 큰 정원과 아름다운 나무들로 둘러싼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이 곳은 목사관 주변도 경관이 뛰어나다고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맨스필드 파크를 배경으로 산책하거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다. 나무들이 울창한 이 아름다운 곳에서 여자 주인공 패니는 에드먼드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주제 넘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산책로를 보면 그랜트 부인의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설계부터가 아주 간소하고 담백해요! 과하지도 않고!"

"그렇죠." 크로퍼드 양이 무심하게 답했다. "이 정도의 산책로에는 딱 맞는 설계에요. 이런 곳에서야 규모가 뭐 중요하겠어요.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맨스필드에 오기 전까지는 시골 목사가 이런 관목 숲까지 꾸미려 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무성한 상록수를 보니 참 좋네요!" 패니가 대답했다. "우리 이모부 댁 정원사는 이곳 토질이 훨씬 좋다고 늘 말하는데, 월계수나 다른 상록수들이 이렇게 잘 자라는 것을 보니 정말 그런가 봐요. 상록수라니! 참으로 아름답고 경이롭고 고마운 나무에요! 생각할수록 자연의 다양성이 참으로 놀라워요!" (303)


가장 멋진 곳은 뭐니뭐니해도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가 사는 펨벌리 영지를 꼽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가 둘러본 펨벌리 저택과 주변 경관은 감탄을 자아낼 만 했다.


저택은 크고 위풍 있는 석조 건물로, 오르막에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었고, 뒤로는 숲이 울창한 구릉이 받쳐주고 있었다. 또 저택 앞으로는 원래 있는 개울을 더 넓혀놓았지만,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둑들은 형식적으로 있는 것만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괜스럽게 꾸며놓지도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기뻤다. 자연의 묘미가 이토록 살아 있는 곳, 혹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서툰 취향 탓에 훼손당하지 않고 이토록 살아 있는 곳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일행은 모두 열렬히 찬탄하여 마지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느꼈다. 펨벌리의 안주인이 된다는 것이 대단한 일 일수도 있다는 것을!(340)


엘리자베스는 쭉 훑어보고 나서, 창가로 가 경치를 즐겼다. 그들이 방금 내려온 언덕은 위로는 숲이 덮고 있고, 멀리서 보니 더 가팔라 보이는 게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땅의 모양새도 모두 훌륭했다. 그녀는 강이라든가, 둑 위에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 꾸불꾸불한 계곡 등 눈길이 미치는 모든 전경을 기쁨에 차서 바라보았다. 일행이 다른 방으로 들어서면 이런 경치의 모습을 달라졌지만, 어느 창문에서나 저마다 아름다운 볼거리가 있었다. 방들은 고상하고 아름다웠으며, 가구는 소유주의 재력에 어울리는 것이었으나, 번지르르하지도 쓸데없이 세련되지도 않아 엘리자베스는 그의 미적 안목에 감탄하였다. 로징스의 가구들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 곳의 안주인이 될 수도 있었지! 지금쯤에는 이런 방들에 친숙하게 되었을지도 몰라!...'(341)


5049_3122_205.jpg 다아시의 펨벌리 저택을 연상시키는 영국 저택. 출처: 조병수 작가
image_378.png Darcy's estate: Depicted in the 2005 film adaptation of Pride and Prejudice using Chatsworth House


또 하나 언급할 곳은 목사관(clergy house)이다. 목사관은 영국 국교회의 나라로서 성공회 목사가 사는 사택이라고 보면 된다. 제인 오스틴 소설의 무수한 인물들이 목사로 나온다. <맨스필드 파크>에서 메리 크로포드가 에드먼드에게 다가간 이유는 그가 받게 될 큰 재산 때문이었는데, 에드먼드가 목사직에 만족하며 적은 수입으로 살아갈 까봐 전정긍긍하는 메리의 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썩 좋은 집이라고야 할 수 없소만." 하고 그가 말했다. "플러턴과 노생거에 비교할 바도 아니고, 작고 좁은 목사관일 뿐이오. 그건 그래요. 그러나 이만하면 살기 괜찮은 편이오. 그리고 일반적인 수준에 비추어서 빠지는 편도 아니고 아니, 달리 말해서 잉글랜드의 시골 목사관 중 이 절반에 미치는 곳도 몇 안 될 거요. 그렇지만 개선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282)


ds44nh8rij1ff470uxi7aadgqshz 제인 오스틴의 성장기를 보낸 목사관

개인적으로 <오만과 편견>의 펨벌리를 좋아하지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주는 <이성과 감성>의 바튼 코티지도 매우 인상적이다. 제인 오스틴은 비싸고 화려한 집이 아닌,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곳, 차분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아담한 집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한다. <제인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는 코티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이후 가을에 에드워드는 어머니에게 두 집 중에서 한 곳을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햄프셔의 울턴 근교 자신의 두 번째 사유지에 있는 초턴 코티지(작은 시골집을 의미함. 제인은 생애 마지막 8년동안 초턴 코티지에서 살았다.) 혹은 가드머셤 근방에 있는 저택 중 말이다. 오스틴 가족은 전자를 선택했다. 헨리가 올턴에서 금융 회사를 설립한 것도 한 가지 이유고, 햄프셔의 좀 더 친숙한 지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더 즐거울 거라는 생각도 한 몫했다. (113)

jane-%EC%98%A4%EC%8A%A4%ED%8B%B4-%EC%A7%91-%EB%B4%84.jpg?s=612x612&w=0&k=20&c=smgZYvGFVqlz8Y6-AGr52-CNjUboplQkiAGLujXUMz8= 제인오스틴이 살았던 초턴 코티지

이 편지 대목을 읽으면 자연스레 <이성과 감성>의 바튼 코티지가 떠오른다. 아버지 헨리 대시우드의 죽음으로 엘리너 자매와 어머니는 노어랜드 파크를 떠나 코티지로 이사가야 했는데, 제인이 살았던 코티지에서의 경험과 마음이 소설에 잘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인이 생애 마지막 8년동안 초턴 코티지에 살았던 점을 감안하면 코티지는 그녀의 소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제인 자신이 큰 애정을 둔 곳이 아닐까 싶다.


Barton-Cottage-in-movie-Sense-and-Sensibility-with-Emma-Thompson.jpg 엠마 톰슨 주연의 영화 '이성과 감성'의 배경이 된 바튼 코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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