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농담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사라
말은 어렵다. 유려하게 만들기도 어렵지만, 오해 없이 전하기는 더 어렵다.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가볍게 하는 농담이 누군가에겐 불쾌하거나 상처일 수 있고, 일상적으로 쓰던 말은 어떤 종류의 차별을 공고히 하는 표현일 수 있으며, 선의로 건넨 말이 악의로 뱉은 말과 같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가해자의 선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참 어렵다. 모르겠으면 입을 다무는 것도 방법이다. 말이 없으면 실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말을 해야 한다면, 그것도 많은 말을 많은 사람에게 해야 한다면 ‘할 말 못할 말’을 확실히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누구나 가진 능력은 아니지만 대중과 소통한다면 꼭 갖춰야 할 역량이다.
이런 역량이 없는 사람들이 광고를 만들거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맡아 생기는 사고를 우리는 종종 본다. 재밌게 한답시고 특정 성별이나 집단을 비하하는 게 대표적이다. 누군가에게 심각한 불쾌함을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건 얼마나 야만적인가. 불쾌함이 없어야 웃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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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생각나는 사례만 모아도 이 정도. 이런 사고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쌓아올린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린다. 매출이 급감하거나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차별하는 기업 안사요’를 적극 실천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발화자는 말을 잘 골라야한다. 말을 잘 고르려면 젠더감수성을 포함한 인권감수성이 높고, 사회적 식견을 바탕으로 단어가 가진 사전적 정의 외에 함의나 맥락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말을 오해 없이 전하는 건 이런 능력들을 필요로 한다. 말의 힘을 알고 다루는 능력을 높이 사고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준다면, 자연히 사고도 줄어들지 않을까.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농담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사라, 비싼 값을 치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