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작이 네 삶에 얼마간의 평온을 더해주길 바라며
작년 겨울, 가장 오래된 친구가 결혼했다. 결혼식을 싫어하고 대부분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지만, 아끼는 사람들의 결혼식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석하려고 애쓴다. 몇 안되는 좋아하는 사람들의 좋은 일은 꼭 직접 가서 축하해주고 싶어서.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친구가 몇 년 전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애인이 없으니까 내가 지금 퇴근하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무얼 하는지 말할 사람이 없고 그게 외롭고 서럽다는 얘기였다.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었는데, 듣고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여전히 공감은 어렵다 그걸 왜 누가 알아야 해 흑흑) 그리고 이 친구가 꼭 상냥하고 좋은 동반자를 찾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싶어 축하해주러 가는 길이 기뻤다.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아주 오랜만에 길고 긴 편지를 썼다. 아래 글이 그 편지의 일부. 친구 곁에 선 사람이 친구에게만큼은 꼭 그런 사람이기를, 그래서 그런 일상을 누리기를 바라며 썼다. 사실 '결혼 별 거 아니고 힘들면 언제든 취소해도 괜찮아'라고 쓰고 싶었는데 좋은 날 이 무슨 저주인가 싶어 예쁜 말만 썼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면, 만났다면, 저런 사람이기를! 아무도 안만나도 괜찮고 만나다 별로면 그만 만나도 좋은거, 다들 아시죠? :-)
(전략)
너와 함께 하게 된 사람이 손을 잡으면 너의 나쁜 감정을 덜어가고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삶은 계속 살아볼만 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을 자주 안겨주는 사람이기를, 네게 선택권 없이 주어져버린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들을 껴안아 주는 사람이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중략)
사람이 살아 있는 게 참 기적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 그래서 아직까지 우리가 살아있는 건, 그리고 지금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삶의 순간순간에는 우리가 모르게 사소한 행운들이 모여 아무렇지도 않게 기적을 만들기도 하나봐.
(중략)
다시 한 번 결혼 축하해. 굳이 행복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하루하루가 자연스럽고 평온하게 흘러가기를 바랄게. 혹시 어떤 외로운 순간이 오면 언제든 전화해. 맛있는 거 사들고 만나러 갈게. 아니면 네가 맛있는 거 사들고 우리집에 놀러와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