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나타나는 먹는샘물과 건강 관계는?
먹는샘물
고재윤 박사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 명예교수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2019년, 먹는샘물 시장이 1조원을 넘어섰다. 장기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불황 속에서도 먹는샘물 시장은 에너지·스포츠 음료의 상승세를 꺾으면서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유로는 국민 소득이 높아진 덕을 꼽을 수 있다. 웰빙과 힐링의 시대에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지하수는 먹을 수 없어서다. 실제로 불과 몇 달 전에는 수돗물에서 녹과 벌레 유충이 발견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진화하는 먹는샘물 시장
먹는샘물의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해 온 이유를 덧붙이자면 이렇다. 앞서 2015년 탄산수가 건강, 미용,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에서 대유행하게 되었고, 물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는 산소수, 해양심층수, 알칼리수 등 전문적인 기능성 먹는샘물에 주목하게 됐다. 또한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19가 가족건강을 위협하면서 소비자들은 먹는샘물의 맛과 품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다
이제 먹는샘물은 단순히 소비재를 뛰어넘어 패션과 식문화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먹는샘물의 용기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소비자의 눈높이와 기호에 맞게 디자인하며 어필하는 시대. 소비자 또한 건강, 미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의 체질에 맞는 물을 찾아 구매하고 맛과 미네랄 함유량을 체크하는 등 깐깐하게 살피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백화점, 호텔 레스토랑에 워터 소물리에가 상주하는 시대가 열렸다. 일상생활에서도 단순한 식수를 벗어나 음식과 먹는샘물의 조화, 디톡스 음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인간과 물의 상관관계
지구상 생물이 생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물은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로 생명체를 유지하는 필수적이다. 이는 색, 냄새, 맛이 없는 액체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물의 향, 맛이 있다는 학설로 바뀌는 추세다. 고대 인류의 발상지인 황하강, 인더스강, 나일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이 모두 물과 인연이 깊다는 것도 농경 생활에 필요한 풍부한 물의 취수와 더불어 마시는 깨끗한 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종교적으로 풀어본 물의 의미
종교적인 면에서도 물은 생명력을 지켜주고 물의 정화력이 기독교의 세례, 불교의 관욕 등으로 표현됐다. 가정에서 새벽기도를 할 때 정화수는 물이 아닌 청정력과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다. 물론 사악한 기운이나 부정을 물리치는 힘으로 물법 신앙을 태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 기적의 샘물
프랑스 남서부 루드르(Lourdes)지역에 기적의 샘물이 있다. 1858년 불치병을 앓고 있던 베르나데트라 소녀가 18회 성모 마리아를 알현하고 기도와 속죄 행위, 생활의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통해 불치병을 완치했다. 이후, 루드르 샘물은 성수(聖水)로서 환자를 치유하는 기적의 샘으로 가톨릭교회의 성지순례코스가 됐다.
- 정통 스파의 기원
건강에 대한 치유의 물은 18세기 말 유럽의 귀족사회에서 질병이 생기면 스파에서 치료했다. 프랑스 보주산맥의 콘트랙스(Contrex) 지방, 이탈리아 퓨기(Fiuggi) 지방, 벨기에의 스파(Spa) 지역 등은 수치병원과 더불어 휴양지로 왕족과 귀족에게 각광을 받았다.
- 먹는샘물의 시작
광천수가 성수(聖水)와 건강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었다가 먹은샘물로 발전하면서 상업화가 이뤄졌다. 그 시초가 1824년에 프랑스 에비앙(Evian)으로 일반인들에게 먹는샘물을 판매한 것. 이후 1863년에 프랑스 페리에(Perrier), 1851년 영국의 맬번(Malvern), 1892년 독일의 아폴리나리스(Apollinaris), 1899년 이탈리아의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등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의 먹는샘물의 역사
우리나라는 1415년 조선 철종 시대에 북청물장수가 한양에서 수방도가를 만들어 먹는샘물을 팔았다. 그러나 1908년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자취를 감췄으며 1975년부터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설악산’이라는 이름의 먹는샘물을 호텔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1976년 처음 먹는샘물을 판매한 ‘다이아몬드’ 먹는샘물은 외국인에게만 판매가 허용됐다.
우리나라의 먹는샘물의 규제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에 잠시 풀렸다가 올림픽이 끝나자 수돗물 보호 차원에서 제한한 것. 이에 먹는샘물 판매업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결과 1994년 대법원은 “먹는샘물의 유통 금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듬해 국회에서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하였고 본격적인 국내 먹는샘물 산업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 먹는샘물 시장의 먹는샘물 품질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먹는샘물 취수원에서 세균이 기준이상 검출되고, 한곳의 수원지에서 다수의 먹는샘물 브랜드가 출시됐다. 가격 차이도 2.5배 이상 났으며 미네랄의 용량도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의 중요성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이스마일 세라게딘(Ismail Serageldin)는 ‘금세기가 석유를 놓고 전쟁을 벌인다면 다음 세기는 물을 놓고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물의 원천은 땅속에서 생산된다. 그만큼 농약, 살충제, 폐수, 화학비료 등에 오염이 된다. 오염된 흙에서 자란 식물은 오염된 수분을 그대로 먹고 자라고, 오염된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 역시 오염에 노출된다. 그러므로 사람은 오염된 동식물을 먹고 살아가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먹는샘물의 품질은 곧 가족의 건강
먹는샘물의 품질은 가족의 건강 그리고 힐링과 관계되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지의 물이 자연생태 그대로 순수하고 건강하며, 외부환경 오염에 노출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자연정화기능을 하면서 적당한 미네랄을 함유할 때 품질이 좋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먹는샘물은 개발된 수원지를 정부 차원에서 보호한다. 수원지의 반경 50-100Km 주변에 공장, 농장, 마을까지 통제하여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다.
또한 먹는샘물의 유통과 보관 그리고 담은 용기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3개월 정도 단기적으로 유통하는 먹는샘물은 페트병을 사용한다. 하지만 장기간 동안 유통해야 하거나 고급 프리미엄 먹는샘물은 품질관리를 위해 유리병을 사용한다. 이유는 햇볕에 노출될 경우 페트병은 환경 호르몬을 유발해 성조숙증, 자궁내막증, 성 기능 장애 등의 질병에 노출되고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우리 몸에 주는 놀라운 변화
먹는샘물은 우리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고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등에서 섭취할 수 없는 필수 미네랄을 갖고 있다. 필수 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3.5%의 극소량을 차지하지만, 물의 균형을 조절하고 인체의 성장과 유지 그리고 생식에 필요한 소량의 영양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결핍되면 악성 부정맥에서 발기부전까지 다양한 질병이 유발되고 최악의 경우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성인은 1일 2ℓ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 한번 마신 물은 체내에서 3개월간 세포 속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해주고 배출된다. 먹는샘물 중에 칼슘과 마그네슘을 많이 함유한 먹는샘물일수록 뼈, 치아, 근육, 신경 기능을 정상화하므로 무병장수할 수 있다. 중탄산염은 pH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며 규산은 심장질환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또한 알칼리수는 말 그대로 알칼리 성분이 강한 물로서 체내의 pH를 중성으로 유지, 활성산소 제거, 숙취 해소에 좋다. 일본 의료기기위원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알칼리수를 마시면 소화불량, 만성 설사, 위장 내 이상 발효, 위산과다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