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데이터의 함정> | 앤디 맥밀런, 자넬 에스테
빈 카운터(Bean Counter).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콩 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기업 경영에서 모든 문제를 숫자로만 바라보는 경영자나 재무 전문가를 냉소하는 표현이다. 이들은 단기 실적에 집착하며, 숫자 이외 것을 등한시한다. 종국에는 고객을 놓치고 회사를 망친다.
대표 사례로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가 있다. 이 회사는 본디 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는 기업이었다. 당대 모든 자동차 회사가 탐낸 자동변속기 기술을 선도한 곳이 GM이었으며, 전 세계 최초로 사내에 디자인 부서를 설립한 곳도 바로 GM이었다.
하지만 빈 카운터가 득세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오직 비용 절감이나 이익률 등 수치 목표 달성에만 주안점을 두기 시작했다. 기술과 디자인은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제너럴 모터스는 시장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2009년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고객 중 무려 84%가 기업과 상호작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고,
이는 우리가 결정적인 퍼즐 조각을
놓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숫자 너머에 무엇을 찾아야 하는 걸까? 책 <데이터의 함정>은 그 답이 고객과 상호작용에 있다고 말한다. 스프레드시트를 벗어나 고객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법 등, '정성적 데이터'를 얻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능력 뛰어난 선배'라는 말이 딱 맞는 책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사례로 에어비앤비가 있다. 이들의 초기 성장을 이끈 대전략이 있는데, 바로 뉴욕의 많은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호스트를 영입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빌려 기존 호스트들 집을 촬영해 올렸다. 시리얼 판매로 회사를 근근이 유지하던 그들이 숙박 수수료로 돈을 벌기 시작한 계기였다.
만약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예약률'이나 '최저가'를 따지고 있었다면 진작 망했을 거다. 그러나 그들은 숫자놀음에 빠지지 않고,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했다. 이는 숫자에만 매몰되었던 GM의 사례와 명확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결국 데이터의 함정이란 숫자에 매몰되어 숫자 너머에 사람을 잊어버리는 거다. 책을 덮으며, 대학 시절 복수 전공한 통계학과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데이터는 숫자에 맥락을 더한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비즈니스에서 마지막 퍼즐조각이 어쩌면 이게 아닐까?
고객과 인간 대 인간으로 연결되고,
더욱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