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니까요
최근에 연인과 작은 오해가 빚어져, 주말 간 장시간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나, 지금, 흔들리고 있어." 통화의 최대 위기에서 내가 한 말이다. 자칫하면 서로 불편한 월요일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두 시간가량 차분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푼 과정이 인상 깊어서 되짚어보게 되었다.
살아가다 맺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오해를 마주한다.
대부분의 오해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빚어진다. 특히 성인이 된 후에 이어진 관계의 경우,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각자 살아왔을 터이다. 그 세월에서 서로 얼마나 다른 경험을 했을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역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도, 사람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많은 오해를 마주하고, 이를 하나하나 해소하면서 살아간다.
오해의 본질에 따라 쉽게 말 한마디로 해결되는 것들도 있지만, 몇몇은 길고, 심도 있는 대화를 요구한다.
그런 경우에 대다수는 그 상황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굳이 말로 꾸역꾸역 오해를 푸는 것보다 회피하는 게 더 정신적으로 이득일 때가 있다. 특히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 않은 관계라면, 차라리 단절을 무릅쓰고 외면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바로, 가족과 연인이다.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는 사소한 오해가 큰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다.
얕은 사회적 관계나, 지인, 친구 등의 관계와 달리, 가족과 연인은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사소한 오해도 큰 배신과 충격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에, 별 거 아닌 일에도 큰 타격을 입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서로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활동이 바로 '오해의 근원 찾기'이다. 그 오해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오해가 빚어진 상황에서 서로의 머릿속에 든 생각'을 탐문했다. 다시 말해, 당시 상황에서 서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생각으로 서로가 한 말을 뱉었는지를 고려해 보았다. 그러자, 바로 서로의 입장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가 한 말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거기서부터 오해가 생겨, 서로의 의견 차이로 발달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왜 같은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더 의논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어두운 과거와 예민한 부분에 대해 공유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각자 삶에서 얻은 교훈, 혹은 트라우마로 인해 같은 말도 다르게 해석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었다. 그제야 우리는 수수께끼를 완벽히 풀어낼 수 있었다. 각자의 삶에서 얻은 너무나도 다른 경험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의도를 곡해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우치고 나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었다.
대화는 인간이 받은 축복이라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인간만큼 풍부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는 생물은 없다. 인간은 극히 현실적인 것들부터 극히 추상적인 개념까지 적확히 소통하는 놀라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보다 깊고 견고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필히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