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날 때마다 꽃을 선물해 줄게

사람이니까요

by 제이

"널 만날 때마다 꽃을 선물해 줄게", 지금의 여자친구와 썸을 타던 시절에 해줬던 말이다.

결과만 거론하면, 그 약속은 빠르게 깨져버렸다. 사내연애 특성상, 같이 퇴근하며 평일 저녁에 만나는 경우에는 꽃을 미리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빈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다시 다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요즘도 주말 같은 때에 각자 준비하여 밖에서 만나는 경우에는 최대한 꽃을 선물하려 노력한다.


최근에 '꽃', 특히 '연인에게 꽃 선물'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꽃은 보통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이처럼 꽃은 대개 특별한 상황에 이용하기 때문에 의외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집 한편에 화병을 들여놓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꽃을 직접 손에 들어보거나, 누군가를 위해 꽃을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꽃 선물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일상에서 꽃을 선물 받는 일이 흔치 않을뿐더러, 위에 언급한 특별한 상황에서도 막상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누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 대신 축하의 말 한마디를 건네며, 누군가에게 애정을 표현할 때에도 꽃을 선물하기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그런 만큼 꽃 선물은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곤 한다.


이렇게 '꽃 선물'은 대체로 '부가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자, 문득 "Eisenhower Matrix (아이젠하워 매트릭스)"가 떠올랐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는 직장인들을 위한 시간관리 tool 또는 그 tool의 배경을 이루는 이론으로서, "Importance (중요도)""Urgency (긴급도)"에 따라 업무를 구분하고, 각 지표의 수준에 따라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충고하는 도구이다. 구체적으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는 위 두 지표, "중요도"와 "긴급도"를 각 축으로 하는 아래의 사분면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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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중요하고 긴급한 일은 당장 하라 (Do: Do it now)

2)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은 계획하라 (Decide: Schedule a time to do it)

3)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은 다른 사람을 시켜라 (Delegate: Who can do it for you?)

4)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은 삭제하라 (Delete: Eliminate it)


이 네 개의 상황 중에 '꽃 선물'은 2)에 해당할 것 같다.


'꽃 선물'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이다.

축하받아야 할 사람에게 마땅히 꽃을 선물하고, 애정을 표현하고 싶은 대상에게 마음을 담아 꽃을 선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사람이 아무리 지능적이라고 해도,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축하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역시 우수한 표현 방법이지만, 위에 말했듯이 '꽃 선물'은 보다 깊은 의미를 가진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신을 위해 상대방이 노력을 들였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동시에 '꽃 선물'은 긴급하지 않은 일이다. 비록 감동의 크기가 다를지언정, "축하해" 또는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로 충분한 상황도 많다. 사실, 대부분의 상황은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 졸업식, 결혼식 등에 꽃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 정도이며, 연인 사이에도 꽃을 주고받는 일은 주로 기념일 등의 특별한 날에 한정된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에 대해 "계획하라"라고 충언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계획하라"는 "미루어라"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획하라"라는 조언은 곧 '당장은 해결하기 어려우나, 결국 기필코 해결해야 한다'를 뜻한다. 결코 잊어버리라거나 무기한 연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이는 '연인에게 꽃 선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또, 연인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에는, 대표적으로 "휴식"이 포함된다.

현대인은 '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휴식을 중대사항으로 여기며, 그만큼 휴식의 실제 효과와 중요성도 크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에게 진정한 휴식은 계획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여행을 가게 되는 경우, 더군다나 미리 동료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며, 끊임없는 업무 속에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명확한 계획이 있는 휴일과 그렇지 않은 휴일은 만족도에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고단한 일상을 소화해내다 보면, 휴일을 계획하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지겠지만,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휴일을 선물하는 것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연인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 휴식을 계획하는 것,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돌보는 것 등등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들을 미룰 수는 없다. 그런 일들을 우리는 "계획해야" 한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은 영원히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고, 언젠가는 마주해야만 한다.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면서,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역시 꼼꼼히 계획하고 놓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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