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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Jul 15. 2021

비료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좋은 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전에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키운 적이 있었다. 3~4평쯤 되는 땅을 분양받았는데, 내가 했던 일이라고는 모종을 사다가 심고 물을 주거나 풀을 뽑는 것이 전부였다. 밭에 퇴비나 비료를 주지도 않았는데도 채소가 잘 자라는 것을 보고 흙에는 원래 양분이 많은가 보다 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주말농장 주인이 봄에 땅을 분양하기 전에 미리 퇴비나 비료를 잔뜩 뿌려놓는다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농작물은 땅에다 꼽기만 하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런 개념 없는 농사꾼이었으니 귀촌한 첫해에는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밭에 퇴비를 주어야 한다고 해서 퇴비를 딱 한 포대 구입해서 텃밭 전체에 조금씩 뿌려주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한 줄 알았다. 창피한 얘기이지만 그때는 퇴비와 화학비료의 차이도 몰랐었다. 


나중에 보니 다른 집 옥수수는 내 키보다도 더 큰데 우리 집 옥수수는 내 허리만큼도 자라지 못했다. 그래도 옥수수가 몇 개 열리기는 했는데 크기가 딱 내 손바닥 절반 만한 크기였다. 또 처음 심은 배추는 어떻고? 잎이 누렇게 뜬 자그마한 배추를 보고 주위분들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거름 부족이야. 비료 좀 줘야겠어!" 우리 집 첫해 텃밭 농사는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작되었다.

올해 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텃밭의 흙이 원래 거친 마사토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농사를 시작한 지 어느새 15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나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어느 밭에 가게 되면 먼저 흙이나 잎 색깔을 훑어보는데, 그러면 그동안 어떤 식으로 농사를 지어왔는지 대강 짐작할 수가 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한 분들의 밭은 거친 흙살이 그대로 드러난 경우가 많다. 거름기도 전혀 없어 보이는 흙인데, 자라고 있는 농작물의 잎은 짙다 못해 검푸른 색이다. 틀림없이 비료를 왕창 뿌려주고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고 하더라도 비료만 뿌려주면 채소가 자란다. 어쩌면 비료가 만병통치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추와 같은 작물은 모종을 심고 한 달이 지나면 웃거름을 주라고 한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에는 시키는 대로 한 달만에 비료를 웃거름으로 준다. 그런데 조금 자신감이 붙으면 비료의 과용이 시작된다. 작물을 더 빨리 더 크게 키울 욕심으로 오가며 수시로 비료를 뿌려준다. 비료를 많이 뿌려준다고 해도 웬만해선 농작물이 죽는 것도 아니니, 그까짓 비료 과용으로 인한 피해쯤은 아랑곳하지 않고서 말이다 (또는 얼마만큼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농사꾼이라면 밭의 상황에 맞추어 비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나는 작물의 잎 색깔을 보고 판단을 한다. 연한 빛이면 비료를 조금 넉넉히 주고, 짙은 색이면 비료 주기를 건너뛰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그 미세한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밭이랑을 만들고 작물을 심는 거는 알겠는데 밭흙이 이래도 되나? (좌) (사진 출처: google)

재미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밭이랑을 만들고 모종을 심는 법을 설명하는 사진이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 이런 교육도 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흙 색깔을 보면 거름기도 전혀 없는 마사토인 것 같다. 농사의 기본인 흙 만들기에는 관심이 없는 건가? 아이들은 당연히 이런 땅에서도 채소가 자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땅에서 채소가 자라려면 답은 비료밖에 없다. 반면 오른쪽 사진의 외국 아이들은 채소를 심으려면 이런 흙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비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각 국가별 비료 사용량을 찾아보았다. 2019년 농민신문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화학비료 사용량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정부의 화학비료 보조금 중단과 유기질 비료 지원 확대 정책에 힘입어 많이 개선이 된 것 같다. 하지만 2019년 우리나라의 비료 사용량은 1ha(3000평) 당 268kg으로 아직도 미국의 2배, 캐나다의 3.4배 수준이라고 한다.


비료는 땅에 뿌린 후 수용태가 되는 기간은 7일, 땅에서 흡수되는 기간은 14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21일 후에는 비료가 땅에 남아 있더라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남은 비료는 굳어서 경반층이 되거나 지하수에 침투되어 환경을 오염시킨다. 보통 뿌려준 비료의 20%만이 식물에 섭취된다고 하니, 사람들은 버려지는 80%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비료를 뿌려대는 셈이다. 반면 퇴비에는 수많은 유기질과 미생물이 살아있어 땅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흙을 살려준다.    

농사는 흙 만들기로부터 시작된다. (사진 출처: pixabay)

농사를 잘 지으려면 먼저 흙이 좋아야 한다. 흙이 좋아야 병 피해도 줄어들고 무슨 작물을 심더라도 잘 자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좋은 흙을 만드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고, 상품성 있는 농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만 경쟁을 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농약과 비료를 과용하며, 농작물이 더 크고 흠집 하나 없으면 농사를 잘 지었다고 자랑을 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요즘의 농사 실태가 조금은 안타깝다. 


우리나라 토양의 대부분은 화강암이 오랜 기간 풍화된 흙으로 거름기가 별로 없는 땅이라고 한다. 이런 척박한 땅을 좋게 만들려면 장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퇴비를 주고 가꾸어야 한다 (나는 수시로 미생물 제도 뿌려주고 있다). 좋은 땅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거친 마사토에 지렁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우리 집 텃밭의 흙이었지만 10여 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갈색의 기름진 흙으로 바뀌었다. 


농사는 흙 만들기로 시작해서 흙 만들기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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