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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Apr 15. 2021

텃밭에 물 주는 방법 - 관수 시설

텃밭에 관수시설을 새로 만들었다

올봄에는 비도 적당히 오고 봄 가뭄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과수원에는 이미 관수시설이 준비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물을 준 적은 없다. 날씨가 요즘 같기만 하면 무슨 걱정을 하겠냐만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작년에 54일간 연속으로 비가 오리란 것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올해 농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농사 규모가 큰 분들은 날씨에 대처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텃밭 농사라면 날씨가 어떻든 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작년에 비가 그렇게 많이 왔어도, 화단을 만들어 물 빠짐이 좋은 우리 집 텃밭은 평년작은 할 수 있었다 (비록 과수원은 병 피해로 망가졌지만). 단지 토마토만 조금 망가졌는데, 토마토도 비가림만 해주었더라면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더 예측하기가 힘들어지니 미리 대책을 세워 두어야 한다. 그래서 혹시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텃밭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관수 방법을 설명하려 한다. 물론 텃밭의 규모나 상태에 따라 각자 자신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한 여름에 텃밭에 물을 준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밭이 조금만 넓어도 물을 주는데 한두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행여 저녁에 물을 주려면 모기에게 물어뜯길 각오도 단단히 해야 한다. 남들은 스마트 팜을 짓고 간단하게 스위치 하나로 물을 준다는데, 그런 시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편하게 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철 물뿌리개는 햇빛에는 강한데 녹이 슬고, 플라스틱은 녹은 슬지 않지만 햇빛에 약하다. (사진 출처: Pixabay)


텃밭이 손바닥 만하고 의욕만 넘치던 초보 농부 시절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물뿌리개로 물을 날랐다. 하루에도 수차례 물을 길어 나르며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런데 텃밭이 커지고 농사경력도 쌓이니 꾀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겠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주는 방법도 있다. 아마도 텃밭 재배하시는 분들은 이미 이 방법을 사용하고 계실 것 같다. 단점이라면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보다도 땅 위로 흘러버리는 물이 더 많아 보인다. 겉흙은 젖어 있는데 땅 속은 뽀송뽀송하다. 더구나 밭에 비닐을 씌우고 작물을 심은 이후로는 물을 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비닐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기도 하지만 물의 압력 때문에 비닐 속의 흙이 무너져 내린다.

 

주로 면적이 넓은 잔디밭에는 스프링클러를 많이 사용하는데, 텃밭에서는 별로 권하지 않는 방법이다. 스프링클러는 물 낭비도 많고 아침저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햇빛이 뜨거울 때에는 잎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잎이 타버리기도 한다. 


또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밭이랑의 양쪽 끝을 막고 그 안에 물을 퍼 넣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물 소비량이 엄청나므로 웬만한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도 없다. 어느 방법이든 지하수를 엄청나게 사용하는 방법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농사꾼에게 물처럼 소중한 자산은 없다.

   

점적관수 시설. 점적호스가 막히지 않도록 여과기를 설치했고(좌), 과수원에는 점적호스를 설치하였다 (우).


아마도 최선의 선택은 점적호스나 점적 테이프를 사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 관수 법은 물의 낭비 없이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물만 공급하는 것으로 물이 귀한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단지 관수시설을 위한 자재비용이 좀 든다. 


점적호스는 두꺼운 호스에 점적 장치 (물이 조금씩 나오는 장치)가 붙어있는 것이고, 점적 테이프는 얇은 비닐호스에 점적 장치가 붙어있다. 당연히 점적호스가 비싸고 수명도 길다. 점적 테이프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일회용 관수 장치다 (잘 관리하면 2년도 쓸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우, 과수원에는 당연히 수명이 긴 점적호스를 설치하였고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쓸만하다), 텃밭에는 몇 년 전에야 비로소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였다. 텃밭에는 촘촘한 간격으로 물이 나오는 점적 테이프가 점적호스보다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점적호스는 외부에 노출되도록 설치하지만 점적 테이프는 멀칭 비닐 속에 설치한다.  


점적 테이프를 먼저 깔아준 다음 그 위에 비닐을 씌워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몇몇 화단에만 점적 테이프를 깔아주었고 나머지는 물뿌리개로 물을 주곤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자꾸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는 구간이 점점 많아졌고 물을 공급하는 배선도 복잡해졌다. 


그 배선이라는 것도 집에서 쓰던 물 호스를 잘라 이리저리 연결했으니 볼품도 없었지만 수압도 제각각이었다. 그나마 가까운 곳은 물이 잘 나오는데 좀 멀리 떨어진 곳은 물이 졸졸 흘렀다. 한 두해 농사짓고 말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큰돈 들이지 않고서 말이다.

 

텃밭에 배수관을 새로 만들었다. 풀이 무서워 배수관이 지나가는 바닥에는 제초망을 깔아주었다.


창고를 뒤져보니 예전에 과수원에 사용하고 남은 25mm PE 관이 나왔다. 그래서 쌈직한 여과기와 몇몇 부속을 구입하여 물을 공급하는 배선을 다시 만들었다. 굵은 25mm 관을 중앙에 깔고 양옆으로 생선가시처럼 작은 관을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직 텃밭을 다 만들지 못해 점적 테이프를 연결해 주지 않았으니 지금은 PE 관에 매달린 밸브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사진을 보면 그래도 밸브 3개에는 점적 테이프를 연결하였는데, 그중에 두 라인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항상 물 부족으로 목말라하는 비닐하우스 안에도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였으니 이제 날마다 물을 길어 나르는 수고는 덜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철저히 준비를 했으니 올해는 아무리 가뭄이 들거나 비가 많이 와도 우리 집 텃밭에서는 싱싱한 채소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해마다 이때쯤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냉해다. 비가 오더니만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사과꽃은 아직까지 몽우리만 생기고 활짝 피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혹시 완두콩과 감자가 냉해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므로 걷었던 비닐을 다시 씌워주었다. 요즘 날씨는 만만하게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냉해 피해에는 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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