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Apr 22. 2021

작물별 지지대 설치법

내 텃밭에 맞는 최선의 지지대 설치법을 찾는다

텃밭에 심는 작물들을 보면 어떤 것은 지지대 없이도 잘 자라는가 하면 혼자서는 서 있지도 못하는 작물도 있다. 그렇게 서 있지도 못하는 작물을 그냥 내버려 두면 죽지는 않을지 몰라도 대신 소출은 줄어들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먹고살자고 짓는 텃밭 농사이니 이왕이면 수확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작물의 특성에 맞게 지지대를 설치해 주어야 한다.


우리 집 텃밭에 심는 농작물의 종류가 많아지니 지지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한두 가지 방법으로 버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정말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으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도 많다. 물론 텃밭에 어떻게 지지대를 설치하고 유인줄을 설치할 것인가는 각자가 자신의 텃밭에 맞게 선택할 일이다.

   

먼저 텃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추 지지대를 설명해야겠다.    


한 줄로 고추를 유인한 모습 (좌)과 두 줄로 고추를 유인한 모습 (우).


한 줄 유인법: 관행농법으로 많이 사용하던 방법이다. 고추 지지대를 띄엄띄엄 일렬로 세워놓고, 한 줄 또는 두 줄을 교차해가며 지지대를 따라 고추를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고추 키가 자라면 지지대에 같은 방식으로 2번째 3번째 유인줄을 설치한다. 지금도 주위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두 줄 유인법: 고추 지지대를 고추 양옆으로 25~30cm쯤 띄어서 고정시키고, 지지대를 따라 유인줄을 설치한다. 고추 가지가 커지면, 양옆에 있는 줄에 고추 가지를 고정시켜준다. 이 방식은 고추 가지를 벌려줄 수 있으므로 통풍에 좋다. 단점은 위로 올라갈수록 고추의 분지 수는 많아지지만 폭은 일정하므로 복잡해진다. 


X자로 지지대를 세운 모습(좌)과 역 삼각형으로 지지대를 세운 모습(우).


X자 유인법: 상단부를 넓게 벌려주는 방법으로 1.8m쯤 되는 긴 지지대를 주로 사용한다. 땅에서 높이가 30cm쯤 되는 지점을 X자로 교체하여 지지대를 고정시킨다. 위로 올라갈수록 고추 분지가 많아지지만 폭도 넓어지므로 통풍에 좋다. 지지대를 따라 양 옆으로 유인줄을 설치하고 고추 가지들을 그 유인줄에 고정시켜준다. 단점은 나중에 고추가 많이 열리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추 지지대가 옆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역삼각형 유인법: 지지대 상단을 연결하여 더 이상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만든 방법이다. 나머지는 X자 유인법과 비슷하다. 장점은 X자 유인법과 마찬가지로 고추 가지를 옆으로 벌려주어서인지 꽃눈도 많이 온다. 


이 방법이 꽤나 괜찮아 보였는데, 작년에 태풍이 불어오니 고추가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졌다. 이때는 고추 무게로 똑바로 세울 수도 없어서 비스듬한 채로 가을까지 그대로 두었다. 잘못 건들면 고추 가지가 부러진다.


역삼각형 지지대를 사용했는데 태풍에 고추가 옆으로 쓰러졌다(좌). 그물망을 설치한 모습 (우).


망 설치법: 두줄 유인법처럼 옆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위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고추가 그물망 사이로 자라게 되므로 굳이 붙들어 매 줄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물은 오이 망을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단 고추를 옆으로 벌려주지 못해 꽃눈이 덜 오는 단점도 있다고 한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방법이라 잘 모르겠다.

   

그 외에도 고추 한 그루마다 지지대 하나를 세워주는 방법도 사용해 보았지만, 이 방법은 고추가 작을 때에만 유효했다. 나중에 고추 가지가 많아지면 지탱할 곳이 없어, 바람만 세게 불어도 가지들이 찢겨 나갔다. 

    

오이재배를 위해 설치한 삼각형 지지대 (좌)와 완두콩 재배용 지지대 (우). 그리고 오이망을 씌운다.


다른 작물들의 지지대 설치법을 살펴보면, 오이에 세워주는 지지대는 제일 흔한 삼각형 구조다. 넝쿨을 타고 키가 제법 커지므로 2.3미터짜리 고춧대를 지지대로 사용하였다. 삼각형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오이 망을 씌우면 끝이다. 이런 삼각형 지지대는 앞뒤로 쓰러질 염려는 없지만 옆으로는 흔들린다. 따라서 지지대가 옆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받침대를 세워 주는 게 좋다. 


구조는 좋은데 작년에 태풍이 오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추 지지대가 부러졌다. 아무래도 올해는 튼튼하게 쇠 파이프로 지지대를 만들어야겠다.    

     

완두콩은 양옆으로 지지대 두 개를 세우고, 길게 오이망을 설치해 주었다. 크게 힘을 받는 것도 아니니 그냥 단순하게 만들었는데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삼각형 지지대를 사용한 토마토 재배 (좌)와 줄을 사용한 토마토 재배법 (우).

        

예전에는 토마토 재배 시 삼각형 지지대를 사용했다. 태풍이 와도 끄떡없는 튼튼한 방법으로 최근까지도 사용했다. 이 방법도 좋기는 한데 위로 올라갈수록 상단이 복잡해진다. 


그러다가 천정에서 줄을 늘어뜨리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지대 대신 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작년 토마토 재배에 처음 사용하였는데 제법 쓸만했다. 단 위에 줄을 묶을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또 토마토 줄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집게로 물려주어야 한다. 바람에 약해 보이기도 하는데, 토마토가 뿌리째 뽑혀버릴 정도의 강한 바람만 아니면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올해도 토마토 재배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려 한다. 


우리 집 고추 지지대는 역삼각형 유인법을 사용하되 고추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보완을 해 줄 생각이다. 사다리꼴처럼 아래에도 지지대를 붙여주고, 고추가 움직이지 않도록 두 줄로 교차해서 매어주면 될 것 같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김에 만들어봤다. 


양쪽 끝단에 위치하는 역삼각형 지지대는 휘어지지 않도록 고추 지지대 대신에 쇠 파이프를 사용하였다. 이 정도면 태풍이 불어와도 끄떡없겠지.


내가 지금까지 소개한 지지대 설치법은 완성된 방법이 아니고 계속 진화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때로는 새롭게 시도한 방법이 오히려 불편해서 예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지만, 해마다 이렇게 다양하게 시도하다 보니 조금씩 개선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농사든 인생살이이든, 내가 알고 있는 방식이 항상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배우고 고민을 해야 하나보다.


<한 줄 유인법, 두 줄 유인법, 그물망 사진 출처: google>

매거진의 이전글 텃밭에 물 주는 방법 - 관수 시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