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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May 06. 2021

오이, 마디 호박, 수세미의 공통점

생긴 것은 달라도 족보는 같다

오이, 마디 호박, 그리고 수세미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공통점은 넝쿨을 타고 올라가는 키가 큰 작물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키가 보통 2미터 이상 자라고, 지지대나 망을 설치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서 있지도 못한다. 가만히 보면 모양도 모두 길쭉하게 생겼다. 또 예전에는 오이와 마디 호박뿐만이 아니라 수세미도 시골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물이었다는데, 지금은 수세미는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밀려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작년 봄에 TV를 보던 아내가 갑자기 말을 했다. "우리 집도 앞으로는 천연 수세미를 써야겠어!" "천연 수세미? 그건 어떻게 만드는데?" 그랬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밭에 수세미를 심으면 되지!" 참 말은 쉽게 한다. 막상 밭을 만들고 수세미를 심고 키우는 일은 내 몫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반대해봤자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싸움이니 아내의 명령에 따라 작년에 처음으로 수세미를 심었다.


넝쿨을 타고 올라가는 수세미. 우리 집 수세미는 지붕 위로도 올라갔다.


그동안 해마다 호박과 오이 그리고 토마토 심을 자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수세미 심을 자리도 찾아야 한다. 넝쿨을 타고 올라가는 키가 큰 작물은 아무 데나 심을 수가 없다. 행여 밭 가운데에 심기라도 하면 그 주위에 있는 작물들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누렇게 뜨거나 키만 멀쑥하게 큰다.  호박이야 어디에 심어도 잘 자란다지만, 2~3년 휴작을 해야 하는 오이와 토마토는 매번 장소를 바꾸기도 쉽지가 않았다. 


어차피 한 두해 농사지을 것도 아니니, 아무래도 키가 큰 작물을 돌려가며 심을 수 있는 밭을 따로 만들어야겠다. 그곳에 오이, 호박, 토마토, 그리고 수세미를 돌려가며 심어야지. 계획은 좋았는데 수세미 재배법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수세미가 '박과'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다. 수세미가 호박과 같은 '박과'에 속한다고? 생긴 것이 별로 닮지도 않았는데? 아무튼 닮지는 않았어도 조상은 같다는 얘기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굳이 족보를 따지는 이유는 바로 연작 피해 때문이다. 한 두해야 같은 곳에 심어도 별 영향이 없을지 모르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틀림없이 농사 망가지는 때가 온다. 

 

과수원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오이. 


그러다가 문득 오이가 떠올랐다. 그간 오이와 마디 호박은 토마토처럼 전혀 다른 작물이라고 생각해왔다. 생긴 것부터 다르니 오이와 호박을 같은 과의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이는 어째 생긴 것부터 수세미와 비슷하다. 수세미가 박과라면 혹시 오이도? 급히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나 오이도 '박과'라고 한다. 


헉! 기가 막혀서... 내 처음 계획대로라면, 연작을 피한답시고 '박과 식물' 세 가지를 돌아가며 심으려 했던 것이다. 다행히 호박이나 수세미는 계속 같은 장소에 심어도 연작 피해가 없다고 한다.    

     

마디 호박도 열심히 자라고 있다.


결국은 만만한 게 토마토뿐이니 오이와 토마토의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비닐에 구멍을 뚫기 전에 알아차렸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비닐을 교체하거나 여름 내내 엉뚱하게 뚫린 구멍으로 나오는 잡초를 뽑으며 살아야 했다. 또 이유도 모르고, 왜 오이 농사를 망쳤는지 고민할 뻔했다.      

     

오이와 호박이 같은 '박과' 작물이라니... 역시 생긴 것 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나중에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보니 잎이 서로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수세미도, 오이도, 호박도.   

     

나 같은 실수를 하시지 말라고, 텃밭에 흔히 심는 작물을 족보대로 분류하였다.     

     

가지과: 고추, 토마토, 가지, 감자     

박과: 오이, 호박, 수세미, 수박, 멜론, 참외, 여주     

배추과 (십자화과): 배추, 무, 겨자, 열무, 청경채, 브로콜리, 갓     

국화과: 국화, 상추, 쑥갓, 취나물류     

백합과: 파, 마늘, 쪽파, 양파, 달래, 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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