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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골살이

닭을 키워? 말어?

따끈따끈한 달걀을 포기하자니 가슴이 아프다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시골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 있으니 바로 닭 키우기다. 마당 한구석에 닭장을 만들고,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를 먹이로 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날마다 달걀을 낳아 줄 테니 부식비도 절약되고 얼마나 좋을까? 닭 진드기 때문에 뿌린 살충제나, 닭에게 먹인 항생제가 달걀에서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차라리 집에서 닭을 키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또 우리 집에는 과수원도 있으니, 울타리만 쳐주면 닭들이 스스로 먹이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닭이 과일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충고도 있지만, 한쪽 날개의 깃털만 일부분 잘라주면 날지 못해 괜찮다는 비법도 이미 전수받은 상태다.


이렇게 준비가 잘 되어 있는 내가 아직도 닭 키우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내 주위에 실제로 닭을 키워본 경험자들이 한결같이 닭을 키우지 말라고 극구 반대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달걀을 사 먹으라고 한다.


그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닭장은 어설프게 만들면 짐승이 뚫고 들어간다 (제대로 만들려면 시간과 돈을 제법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고양이는 작은 구멍만 있어도 들어간다고 하니, 문득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가 닭장 안을 초토화시키는 장면이 떠올랐다. 또 닭장 주변은 생각 외로 냄새도 심하게 난다.


그리고 달걀을 제대로 뽑아 먹으려면, 텃밭의 채소만으로는 어림도 없고 사료를 먹여야 한다. 그런데 사료 맛 들인 닭들은 채소는 잘 먹으려 들지도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사료값이 달걀 사 먹는 가격보다 더 비싸다고 하니, 개 사료에 고양이 사료 그리고 닭 사료까지 사야 하는 우리 집은 아마도 식비보다 사료값이 더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 닭은 알을 낳지 않고 사료만 축낸다고 한다. 그냥 눈 딱 감고 겨우내 공짜로 먹여주든가 아니면 닭을 처분해야 하는데,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릴 때 시장에 가면 닭 잡아주는 집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골에도 닭 잡아주는 집이 없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서 날마다 닭에게 물과 사료를 주고 온갖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밖에 없다.


그 외에도 제일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닭은 새벽에만 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요즘 닭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데, 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그 집 닭들은 새벽 2시만 되면 운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자다가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니, 과연 내가 한밤중에 '꼬끼오~'하는 닭의 비명소리를 참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는데도 아직까지 망설이는 이유는, 내가 바로 긍정적인 인간이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좋은 점도 많이 있을 거야!' 난 한번 꽂히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더구나 날마다 닭장에서 달걀을 몇 개씩 훔쳐 오는 그 기쁨을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갓 낳은 따끈따끈한 달걀을 포기하자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닭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닭을 키우라고 부추기고, 닭을 키워본 사람은 절대로 키우지 말라고 한다.


그놈의 달걀이 뭐라고... 그리고 오늘도 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망설이고 있다.


닭을 키워? 말어?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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