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의 기능
‘연락’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애정 척도 중 하나가 된 지 오래 입니다.
왜 이들은 이토록 연락에 연연하며 연락 하나로 싸우고 다투며,
심지어 연락의 빈도나 스타일로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을까요?
연락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왜 중요시하고, 연락을 숨막혀하는 사람은 왜 숨막혀할까요.
연락은 소통의 방법 중 하나죠. 소통으로서 여러가지 기능을 갖습니다.
기능들에 대한 중요도에 따라 연락에 대한 인식이 상이하고 그로 인해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독립적이 사람이라 저의 개인적인 일정을 하나하나 공유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제 애인이 어딜 가고 뭘 하는지 말해주지 않을 때마다 진짜 답답해요.”
“뭔가 허락 받는 기분이 들고 제가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해서 꼭 미리 말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아요.”
“제가 모르던 약속을 알게 되면 이상하게 서운해요.”
위의 입장들은 실제로 저의 코칭 사례에서 상담 중 자주 듣게되는 말들입니다.
자신의 일정을 알려주는 연락을 ‘공유’로 보는지, ‘보고’로 보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내용이죠.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지게 될까요?
사람의 불안은 기본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의해 발생하게 됩니다.
가장 쉬운 예로, 우리가 시험을 앞둘 때 참 불안할 때가 많죠.
시험의 결과로 인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해당 시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지게 됩니다.
물론 시험 결과로 인한 영향이 불안의 정도를 조절하게 되나
결정적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은 앞날을 통제할 수 없게 되므로
불안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 되죠.
확장해서 생각해보게 된다면,
내가 어떤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정보’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우선은 시험 결과 자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시험 과목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다고 인식하게 될 수록,
그 시험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난이도는 어떤지, 출제자의 성향, 점수 환산 방식 등
관련 정보들이 궁금해지고 알아보게 되죠.
불안이 커질수록 관련 정보들 대한 집착도 커지게 됩니다.
애착 유형에서 ‘불안 애착 유형’의 사람들이 연락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나를 떠나갈까봐, 사라질까봐, 버려질까봐 걱정되는 불안은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정보에 집착하게 되고
이는 떨어져 있을 때에 할 수 있는 ‘연락’에도 집착으로 이어지게 되죠.
MBTI에서 J와 관련된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 또한 정보성 연락이 중요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판단(Judging)을 의미하는 J유형의 사람은 판단과 행동이 직결되는 사람입니다.
즉, 판단이 되지 않을 경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죠.
그리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인식(Perceiving)을 의미하는 P유형의 사람은 반대로 인식 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깁니다.
인식하기 위한 행동, 그리고 주 목적을 위한 행동
즉, 행동을 위한 능동적 행동이 한번 더 발생하게 되죠.
그러니까 두 유형은 행동의 단계와 순서가 다른 사람들이에요.
행동으로 옮겨지기 위해 사전 정보가 필요한 J유형의 사람들은
P유형의 사람들에 비해 ‘정보성 연락’이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이 사람의 일정으로 인해 내 일상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자신의 일정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와 밀접한 사람일 수록,
그리고 관심의 정도가 클 수록 정보성 연락은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죠.
반대로 P유형은 필요하다고 ‘인식’될 때 정보성 연락을 필요로 합니다.
J유형의 사람은 정보들로 인해 자신의 사소한 미래를 판단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런 연락이 없을 경우 막연한 불안함이 생깁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하죠.
물론 MBTI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유형에 따른 ‘경향성’이므로 정도와 예시가 어느정도 다를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통보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통보형식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 오늘 7시에는 밥 먹고 친구 만나서 커피 마시고 30분 정도 대화하다가 집에 갈거야."
이는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맞지만
상대방에게 여러가지 해석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갈등의 요소가 주어집니다.
통보 형식이 아닌 메시지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요?
"나 오늘 7시에 친구가 이야기 할 게 있다고 해서 잠깐 만날 예정이야.
그 시간 동안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혹시 연락이 안되면 이야기 중이라고 생각해줘."
내가 불안 애착 유형이든 아니든,
MBTI의 J유형이든 아니든 소중한 사람 사이의 연락은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줍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는 할 예정인지 아는 것 만으로도 '통제감'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상대가 어디서 무엇을 할지 알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고,
상대가 특정한 사유때문에 연락을 못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보채지 않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 시간들만 기다리면 연락할 수 있고 볼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상대방이 연락을 보채거나 집착한다면
한 번쯤은 내가 동에번쩍 서에번쩍 하는 예측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지 한번 생각 해보세요.
물론 이것은 집착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 상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집착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