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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Nov 10. 2022

투명 디스플레이 냉장고

제품의 주요 사용자(User)는 누구인가?

10년전 고려대MBA에서 경영학 석사과정 수업을 들었을 때 있었던 사례입니다. 매일 퇴근후 저녁에 수업을 들어야 했던 빡센 과정이었는데 어느날 S전자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동기가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전면에 달려있는 냉장고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퍼져가는 배경화면이 정말 멋있었던  갤럭시S3 출시되었던 시기였고, 새로운 IT디바이스, SNS등 신기술의 두근거림이 캠퍼스에 넘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S전자 연구원이었던 동기가 가져온 주제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전면에 달려있는 냉장고'는 각기 다른 회사의 '남자' 영업부장, '남자' 인사팀장, '남자' 마케팅 파트장, '남자' 기업강사로 구성되어 있던 스터디 그룹의 모든 이들을 흥분시켰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활용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도출했을까요?


1.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을 활용하여 식자재의 상태나 온도를 센서를 감지해 유통기한이 오래된 것은 주변이 빨갛게, 신선한 것은 초록색으로 변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2. 냉장고안의 식자재 종류를 확인하여 추천 조리법 (레시피:Recipe)이 투명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뜨게한다.


3. 식자재가 있어야 할 공간에 충분히 없으면 (예:계란) 자동으로 온라인 상점에 주문하게 한다.


4. 날씨,뉴스,주식등 주요사항이 AOD(Always On Display)기능으로 화면이 꺼져도 디스플레이에 계속 표시되게 한다.


5. 스마트폰의 사진과 동영상을 냉장고로 보내 디스플레이에 사진이 바로 표시되어 액자같이 나오게 한다.


6. TV나 스포츠 영상, 영화등 동영상 컨텐츠를 타이젠이나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해 볼 수도 있고,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해서 볼 수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상기되어 얘기하며, 30대 남자들은 자신들의 창의성에 감탄하고 또 살짝 흥분해 있었습니다. 그때 40대 초반의 여자동기가 지나가면서 물어봤습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아!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는 냉장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해보고 있어요.^^" 그러자 그 여자동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투명한 냉장고? 미쳤니? 누가 좋아하는데?


상기되어 토론하던 30대 남자들은 일순 얼어붙었습니다. 뭔가 깨달았던 거죠. 냉장고의 주요 사용자(User)는 남자가 아니라 '가정주부'였다는 것 을요. 냉장고의 주요 사용자는 40~50대여성이 가장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별로 필요로 하지않는 제품을 30대 남자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 여자동기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어떤 냉장고를 원하세요?", "안이 보이지 않는 냉장고지! 안이 훤하게 보이는 냉장고? 생각해봐! 매일매일 청소해야 하는 그 귀찮음! 투명한 냉장고는 말이 안되지!" 그렇습니다. 냉장고의 주요 사용자(User)인 가정주부는 정리되지 않은 냉장고 안을 보여주기 싫은 것이고 보인다면 매일 청소해야 하는 귀찮음이 큰 것 입니다.



[ 참고 :  90년대 일본의 전자제품 ]

일본 전자제품들이 마지막 남은 빛을 발하던 90년대 후반! 떠오르는 일본 제품들이 있나요?  TV는 Sony! 워크맨은 Sony, Aiwa! 카메라는 캐논,니콘! 노트북은 도시바! 그외에도 파나소닉, 히타찌등 정말 최첨단의 제품이었고, 가지고 싶은 제품들이었습니다. 일본제품들은 90년대 후반에 고객보다는 제조사 중심, 그 제조사 내부에선 엔지니어 중심, 결정권자 중심으로 움직이며 첨단의 아날로그 기술을 도쿄대, 교토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끝없이 고도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50개가 넘는 버튼이 조그셔틀과 함께 빼곡하게 박혀있는 리모콘인데 덮개를 열면 또 다른 버튼이 20개 정도있던 그런 리모콘! 기억나실 겁니다. 그러다가 2천년대 초반에 한국 전자제품 회사들이 LCD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할 때 화질은 브라운관이 최고라며 변화를 거부했었고, 스마트폰이 나오던 2천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투명한 디스플레이 냉장고로 돌아가봅시다. 여자동기들을 팀에 합류시킨후 그들에게 솔루션을 물어보자 기본 Default 값은 '불투명'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마케팅교육을 할때 여성 교육생들에게 이 사례를 공유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수없이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어떤 아이디어를 도출해넀을까요?


1. 기본값은 '불투명'이어야 한다.


2.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 앱스토어에서 테마 디자인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한다. (예: 여름엔 '바다', 가능엔 '단풍', 겨울에 '설경')


3. 가족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앨범같이 꾸밀 수 있도록 만든다.


4. 이미지 센서가 주변 환경 (색)을 감지하게 하고,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꿔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 되도록 만든다.


"색이 변하는 냉장고"…IFA 점령한 LG 혁신가전/한국경제TV뉴스 (2022년 9월)

그때부터 교육때 마다 냉장고의 사용자인 40~50대 여성들과 논의하던 "색이 변하던 냉장고"가 2022년에 실제 출시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냉장고 메이커가 사용자 경험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겠죠?


그렇다면 이마트나 홈플러스,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용 냉장고에 투명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면 어떨까요? 유통업체의 직원입장에서는 설정모드에 들어갔을때 '온도조절', '재고관리'등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해 일을 쉽고, 빠르게 한다면 좋을 것이고, 유통업체의 결정권자입장에서는 효율성을 올려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올린다면 좋을 것이고, 고객입장에서는 프로모션, 광고등 새로운 정보를 '맞춤'으로 볼 수 있어 좋을 것 입니다.


기업의 직원들이 '고객'이나 '주주'의 니즈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상사'의 비위만 맞추는데만 급급하고 '복지부동'하며 변화를 등한시한다면 19세기, 20세기가 아닌 순간순간 변화와 혁신이 지나가는 요즘은 체감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폭망하게 될 것 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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