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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Mar 06. 2023

B2B 대리점의 기능 1.

'제조업체'를 위한 기능

대리점이 그 유통채널내에서 자신의 고유하고 특별한 기능을 상실하면 유통과정의 중간에서 이익을 나눠받아야 할 '존재의 이유'가 없어집니다. 제조업체가 직접 영업과 마케팅을 하는 것 보다 결과가 안좋고, 서비스도 안좋아서 최종고객(Enduser)의 불만도 높아지고, 유통과정에서의 실수도 많이 발생한다면 그 대리점은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죠. 기업교육시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중간에서 아무런 서비스도 하지 않고 교육비에서 커미션을 과도하게 취하면 최종고객과 기업강사가 직거래를 해버리겠죠? 이번 섹션에서는 B2B대리점이 제조업체를 위해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 지 말씀드리겠습니다.



[ 제조업체를 위한 기능 ]


1) 판매접점 축소 (편의성 제공) : 마케팅이나 영업, 대고객 서비스의 경험이 많지 않은 제조업체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를 시도하는 경우 어떤 리스크가 증가할까요? 우선 비용이 증가합니다. 마케팅 & 홍보비용, 재고관리비용, 운송비용, AS운영비용, 판매관리비용등 다양한 종류의 비용이 발생할 겁니다. 그리고 제조업체가 잘 하지 못하는 영역에 자원과 비용, 노력을 집중하게 되어 정작 집중해야 할 제품개발과 생산에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런 모든 것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은 기업 소유주와 임직원들 모두에게 상당히 큰 불편함과 귀찮음을 선사하게 될겁니다. 또한 시장장악력이 뛰어난 유통업체들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공격을 받았다고 느낀 유통업체들이 직접 판매관리비용을 단기간에 많이 투자한 제조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해 제조업체의 경쟁사와 연합해 가격할인등의 방법으로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제조업체의 리스크와 기회비용이 순식간에 증가하는 겁니다. 제조업체가 '좋은' 대리점을 선택해서 협력관계를 오랜기간 잘 구축한다면 상호간에 비용과 불편함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체는 몇개 대리점의 담당자와만 연락하면 되기 때문에 판매접점이 축소되어 업무가 상당히 간소해지고 편리해질 겁니다.


2) 주문처리 대행 (인건비 절감) : A대리점이 기업고객, 소매업체, 소비자의 오더를 하나하나 전화나 팩스, 문자, 카톡, 메일등으로 받은 후 최종고객명, 물량, 가격, 구매조건등의 정보들을 제조업체와 공유하지 않고 A대리점의 이름으로 제조업체에 주문해서 1만원짜리 상품을 1천개 구매해서 직접 트럭으로 실어가서 소매점에는 1만5천원, 소비자에게는 1만8천원에 판매한다면 제조업체의 판매관리 관련 인건비가 절감될 겁니다. 대리점이 주문관련 모든 일을 대신해주니까요. 그렇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시장관련 정보를 확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습니다. 만약 제품이 최종고객측에서 품질문제가 생겼을때 근본적인 원인(Root Cause)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조업체와 대리점이 주문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추적해서 최종고객에게 빠르게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때 대리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보가 제조업체로 모두 공유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으므로 주문 시스템 통합을 꺼려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체와 대리점간의 신뢰가 높아야 실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상호간에 업무문화가 유사하고 소통도 잘되며, 신뢰도가 높고, IT인프라가 유사할때 가능하며 시너지도 높게 생길 수 있습니다.


3) 재고부담 축소 (비용리스크 감소) : 대리점이 최종고객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가치가 '필요할때 바로 바로 공급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리점은 안전재고를 반드시 운영해야 합니다. 2022년 반도체 대란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안전재고를 여유있게 운영하지 않았던 자동차 제조사는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대리점이 여유있게 제조업체로 부터 제품을 구매해서 재고를 유지하면 그만큼 제조업체의 재고관리 비용이 줄어들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조업체 영업사원의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모럴 해저드)입니다. 제조업체가 가장 보편적으로 영업사원을 평가하는 기준은 '매출 실적'입니다. 영업사원은 전년 하반기에 설정한 올해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는 경주마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영업사원인 당신의 3월 매출목표가 10억원인데, 3월 31일 기준으로 매출이 9억 8천만원 입니다. 2천만원만 더하면 이번 달 매출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죠? 최종고객 (예:삼성전자)에서 매출을 당겨올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말이 잘 통하는 대리점을 찾아서 읍소하겠죠? "사장님 아니 형님! 안전재고 차원에서 PO좀 더 주세요. 2천만원만 더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앞으로 열심히 서포트하겠습니다. 이번만 좀 부탁드릴게요." 대리점 사장이 최종고객의 PO(Purchase Order)가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제조업체에 오더를 발행하고 이는 대리점의 창고에 재고로 쌓이게 되는데 어느 순간 기존 제품에 품질문제라도 발생해서 스펙이 바뀌게 되면 그 즉시'악성재고'로 변해서 대리점의 창고 공간을 차지해 '악성 미수금'으로 변신해버립니다. 이렇듯 대리점은 제조업체에 재고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잘못 운영하면 폭탄을 키우는 것이 될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4) 시장정보 제공 (효율성 제공) : 대리점은 상시 최종 고객사나 소매업체, 소비자가 접촉하면서 고객의 니즈나 고통, 변화등 다양한 정보를 취득합니다. 거시경제나 일반적인 시장조사는 코트라를 활용해서 진행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시장조사(예: 대만 AA반도체 업체의 OO장비 운영실태와 XX소재의 월간 사용량)는 시장조사 업체를 이용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때 각국의 정보기관이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 인간정보)를 활용하듯이 대리점의 영업사원을 활용하여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정보의 파편(Information)을 끌어모아 의미있는 정보 (Intelligence)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신규시장 진입 초기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전시회이고 이때 많은 대리점 후보들이 제조업체에 연락을 합니다. 이때 제조업체는 품목별, 지역별로 분류해서 가장 전문적인 대리점을 선택해야 합니다. 잘못 선택하면 엄청난 기회비용을 물어낼수도 있는 선택입니다.  좋은 대리점을 선택하는 기준은 '지리적 위치', '주요고객과의 관계', '영업&마케팅 역량', '재무적 안정성','시장에서의 평판'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신규시장 진입초기엔 '정확한 시장정보와 지식'으로 그들의 역량을 가늠해볼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화려한 언변과 접대기술로 자기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량적인 데이터로 이루어진 믿을 수 있는 '숫자'를 주는 대리점을 사업의 파트너로 선택할 것 입니다.


5) 시장 커버리지 확대 (점유율 상승) : 필자가 전에 '보일러를 팔아보자!'라는 글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다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보일러를 B2B방식으로 영업을 진행한다면 시장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산업(Industry)'와 '적용분야(Application)'로 분류하는 것 입니다. 단위건물당 다수의 보일러가 필요한 건물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공략해야 하는 B2B고객은 '아파트를 만드는 건설회사'가 됩니다. 주요한 아파트 건설사를 100여개라고 보면 2022년 기준 1위 삼성물산, 2위 현대건설, 3위 디엘이앤씨, 4위 포스코건설, 5위 GS건설은 보일러 제조업체에서 직접 Key Account(중요 고객)으로 관리하며 장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5개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사의 인적자원으로 모든 고객사를 공략하기는 힘듭니다. 지역별로 묶어 대리점과 계약을 하면 어떨까요? 지역별 주요 아파트 건설사 출신이면 더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수도권은 '서해종합건설'과 '동문건설', 경남은 '동원건설'과 '라온건설', 경북은 '청구건설'과 '우방건설'('청구'와 '우방'은 부도), 충남은 '금성백조', 호남은 '중흥건설', '호반건설'등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아닌 일반주택용 보일러 시장까지 대리점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 입니다. 제조업체에서 직접영업을 통해 오랫동안 주요 아파트 건설사부터 공략하여 레퍼런스(납품 실적)을 확보한 후 다른 고객 세그먼트 (Segement)까지 순차적으로 공략한다면 대리점을 활용하여 일시에 확대가능한 시장 영역보다 작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리점을 잘 활용한다면 짧은 시간에 해당 제품의 시장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6) 최종고객 대상 서비스 확대 : 필자가 대만의 신주(新竹)에 주재원으로 근무했을때 매일매일 주요고객사를 방문했습니다. 전날 고객사의 각 부서별 이슈를 점검하고 해당 키맨의 요청사항을 확인한 후 메일과 문자, 전화로 미팅약속을 잡습니다. 당일 아침일찍 고객사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휴대폰과 노트북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보안점검을 한후 접견실에서 기다립니다. '많이', '자주', '오랫동안' 기다립니다. 담당자가 나오면 날씨, 축구, 야구, 산업이슈등 사는 이야기 하다가 서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필자가 신선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고객도 신선한 정보를 주지 않죠. '기브앤테이크' 입니다. 품질문제 발생에 대해 제조업체의 생산단위 (Lot, Batch등)을 확인해서 고객사 창고에 있는 재고를 품질개선 생산단위로 교환해주고, 새로 도입한 미국산 제조장비와 일본산 소재의 변화에 맞춰 당사 제품도 맞춤화해주는 계획을 공유합니다. 당사의 새로운 제품이 다른 고객사와 좋은 결과가 나오는 상황도 공유하고 수명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사용방법도 공유합니다. 이런 최종고객 대상 서비스를 모든 고객에게 해주면 좋겠지만 제조업체의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제조업체의 영업사원이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는 국내지역 혹은 해외 고객사를 매일매일 방문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죠. 그러나 대리점의 영업사원들을 훈련하고 교육해서 같은 서비스를 진행할 수준으로 높힐 수 있습니다. (실제은 현업의 경험이 오래된 대리점의 영업사원의 수준이 더 높은 경우가 많음) 많은 대리점의 영업사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최종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제조업체가 홀로 움직이는 것보다 고객들이 느끼는 평판과 충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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