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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Apr 05. 2023

3살 아들에게 배우는 협상의 기본

필자는 '협상력'이란 튼튼한 체력을 가진 병사가 자신에게 맞는 좋은 갑옷과 무기를 장비한 후 익히는 실전 '전투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최적의 비즈니스 매너를 장비한 후 케이스별로 대응하는 실전 '전투스킬'이겠죠. 협상은 우리 삶에서 숨쉬는 것 처럼 늘 함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TV봐도 되냐고, 게임해도 되냐고 하는 아이와의 협상부터 함께 점심을 먹는 사람들과 선택하는 메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일,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문의 대응하는 찰나의 협상등 우리와 늘 함께 있죠. 더 나은 거래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협상력'을 키우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결과가 나오니까요. 


2023년 현재, 초등학교 3학년 10살인 첫째 아이가 3살이었던 2016년 어느 새벽이었습니다. 곤히 잠들어 있던 저를 깨우는 아들은 제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습니다. "아빠! 아이스크림!" 그 즈음 맛봤던 아이스크림의 강렬한 미각적 쾌락이 아들을 새벽에 깨운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아들은 어떤 표정으로 저에게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했을까요? 이 질문을 강의하면서 여러차례 물어보면 많은 교육생들이 "귀여운 표정으로 애교를 부리면서 달라고 했겠죠?" 라고 답하십니다. 이 답은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거나, 딸을 키운 경험이 있는 부모님이 많이 내십니다. 그 당시 제 아들의 표정은 이랬습니다.

이 표정은 '위협'이겠죠? '지금 당장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으면 나는 울어서 당신이 편히 자지 못하도록 괴롭히겠다.' 협상강의에 쓰려고 졸리는 와중에도 전화기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협상'시작입니다. START!! 


자! 이 공격에 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무슨 새벽에 아이스크림이야? 안돼!!" 그랬더니 아들은 저의 손을 잡고 일으키면서 안방을 나가서, 안방문을 조용히 닫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들은 왜 안방을 나와서 거실로 자리를 옮겼을까요? 자신의 협상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아들이 소리를 높혀 떼를 쓴다든지 울음을 터트리면 옆에서 곤히 자던 엄마가 깨겠죠?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스크림'을 획득하는 프로젝트에 어떤 존재일까요? 이 협상에 영향을 주는 '적대적 이해관계인'이겠죠? 그래서 아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장소로 협상장을 이동시킨 겁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 후 다시 협상을 시작합니다. 아들은 어떤 표정으로 2차 협상을 시작했을까요? 그때 제 아들의 표정은 이랬습니다.

이 표정은 '더 강한 위협'이겠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지면서 입에선 강력한 울음소리가 터져나올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으면 나는 바로 울어버리겠다!!' 이 당시 필자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어른들과의 대화와 소통, 협상에 익숙해져있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방의 대응에 한수 밀린거죠. 그래도 평정심을 잃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안돼! 무슨 새벽부터 아이스크림이야?" 카운터 어택을 날렸습니다. 자! 독자 여러분들이 3살 아이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 제 아들의 표정은 이랬습니다.

울었습니다. 그런데 울음소리의 볼륨과 위치가 절묘했습니다. 소파에 누워서 졸던 저의 귀에 마치 사이렌 소리처럼 "우웽~~~"하며 울어재끼는데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습니다. 3살짜리 아이와 이성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필자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 울음소리의 볼륨은 거실을 지나 안방문을 뚫고 들어가, 곤히 자고 있던 엄마를 깨우기엔 작은 소리였습니다. 절묘한 카운터 어택이었죠? 아침일찍 강의일정 때문에 집을 나서야 했던 저는 냉장고문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줄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아들은 언제 울었냐는 듯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놀랍더군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 협상했습니다. 행복해하는 승자의 표정은 이랬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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