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혁 강사 Oct 29. 2023

고객은 당신의 미래를 보고 싶다!

B2B 세일즈,마케팅의 주요기준 / Capa. & TRM

'캐파(Capa.)'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예를 들어 "김대리 '캐파(Capa.)'로 그 업무 가능해?"라는 대화에서 '캐파(Capa.)'는 'Capability'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정도의 뜻입니다. 제조업체의 생산관리나 영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캐파(Capa.)'라는 말은 'Capacity'의 약어입니다. 기계, 장비별, 라인별, 공정별, 공장별 생산능력을 뜻하죠. B2B 영업,마케팅을 할때도 하루에 최소 수십번씩 말하곤 하던 단어였습니다. "그 제품 요즘 한달에 캐파가 어느 정도되는지 알아요? 그걸 알고 오더를 받아야지.", "A제품 한달에 Capa가 어떻게 되나요?" 단위는 제품별로 일별, 주별, 월별, 길이, 무게, 면적, 갯수등으로 표현될 겁니다. 영업입장에서는 고객사에서 오더만 최대한 많이 받으면 장땡이겠지만 제조현장이나 생산관리에서는 캐파(Capa.)와 설비가동률등을 감안해서 영업이 받을 오더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해줘야 합니다.


매년 가을쯤이면 영업담당들은 다음 해의 매출목표를 세우느라 분주해집니다. 영업담당이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의 수요예측에 따라 아이템별 매출계획을 세우면, 팀과 사업부별로 취합되어 전체 매출계획을 완성하고, 이 매출계획이 확연히 증가하는 방향이라면 생산에서는 원자재 확보, 생산장비 확보, 생산인원 확보, 공장부지 확보등을 통해 캐파(Capa.)증설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중에 '팔도'에서 출시했었던 하얀국물의 칼칼한 맛을 자랑하던 '꼬꼬면'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죠? 이 라면은 KBS의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2011년 3월 방영되었던 '라면의 달인' 요리대회에서 코미디언 이경규씨가 개발하여 준우승한 라면으로 팔도에서 상품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꼬꼬면'은 출시 2개월만에 2,200만개가 판매되며 대박을 치기 시작했죠. 폭발적인 수요에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팔도는 2012년초 '캐파(Capa.)'를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5백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공장은 증설하고, 전라도 나주에는 공장을 새로 만들었죠. 

그러나 '캐파(Capa.)'를 확대하자마자 꼬꼬면의 매출액은 2011년 12월 122억원에서 2012년 1월 86억원으로 전월대비 30% 감소, 2월 58억원으로 전월대비 33% 감소, 3월 54억원으로 전월대비 7% 감소, 4월 30억원으로 전월대비 45% 감소, 5월 23억원으로 전월대비 24% 감소로 급전직하(急轉直下) 하게 됩니다. 라면은 부피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면류생산공장은 대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는데 팔도가 신설한 공장이 위치한 나주는 서울과 280km정도 떨어져있죠. 이로 인해 2012년, 2013년에 연속으로 200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 참조 ]

* 라면 1박스 : 꼬꼬면 40개

* 40피트 컨테이너 : 11,200개 라면 박스 = 44,800개 라면

* 40피트 컨테이너 운송비 : 1000,000원

* 꼬꼬면 1개당 운송비 : 22원 (4.4%) 

* 꼬꼬면 소비자 가격 : 500원 (당시 할인공급가/예상)

* 로열티 (이경규씨에게 지급) : 1~2%

* 농심 신라면의 2022년 이익률 : 3.5%


초반의 판매기세만 보고 너무 빠르게 확대한 '캐파(Capa.)'는 모기업에게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로부터 2년뒤인 2014년 8월, 제과업계에서도 '꼬꼬면'처럼 혜성같이 등장한 히트상품이 있었습니다. '해태제과'가 일본의 제과업체 '가루비'와 합작해서 출시한 '허니버터칩'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1인당 구매갯수를 제한하고 온라인에선 3-4배의 가격에 팔렸습니다. '허니버터칩 냄새 팝니다.'라는 판매글이 중고나라에 올라오기도 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해태제과는 팔도가 성급한 공장증설과 신설로 낭패를 겪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급하게 증설하지 않고 출시 1년뒤인 2015년 여름이 되어서야 제2공장을 착공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영업, 마케팅에서는 여유있는 캐파(Capa.)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매출을 끌어내고 싶겠지만 생산에서 시기적절하게 캐파(Capa.)증설의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성급하게 캐파(Capa.)증설을 시작하면 조직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게 될 수 있습니다. 

< 캐파(Capa.) 증설계획 예시 슬라이드 >

신규고객사나 기존고객사의 새로운 담당자를 만나는 미팅에서는 회사소개, 회사의 연혁, 사업의 구성등을 설명하고, 품질관리체계, 지적재산권등에 대한 내용을 덧붙인 후,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해야 하는 제품에 대해서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서 장점을 부각해 설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의 현 문제점에 대한 솔루션을 잘 제공하면서 궁금해하는 당사의 제조공정도 일부 설명해주고, 고객사의 시장경쟁상황에 따른 판매계획과 생산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급사별 점유율과 할당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당사의 캐파(Capa.)증설계획까지 연결될 겁니다. 경쟁사가 신규라인이나 공장증설 없이 기존 공정개선을 통한 쥐어짜기식 캐파(Capa.)확대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당사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안정감있는 제안으로 고객을 안심시켜 점유율을 확대해야 할 겁니다. '계획'은 '계획'이니 실제 캐파(Capa.)증설은 최적의 타이밍에 실시해야 되겠죠?

< TRM (Technology Roadmap) 예시 슬라이드 >

고객사 담당자와 당사의 캐파(Capa.)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다음 단계는 TRM입니다. TRM (기술로드맵 Technology Roadmap)은 연구개발을 위해 연구조직에서 연구개발활동의 체계적인 기획과 관리, 의사결정을 위해 만드는 기술적인 문서입니다. 요즘같이 급박하게 기술이 발전해가는 상황에선 최종 소비자용 상품이 업그레이드되려면 소부장(재, 품, 비)은 그전에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B2B고객사는 가치사슬에서 앞에 있는 공급사의 TRM(기술로드맵)이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업차원에서도 이와 같은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고객사가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궁금해하면 엔지니어나 연구소 임직원을 대동해서 대외비가 아닌 정보들은 제공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휴대전화가 발전하는 과정을 볼까요? 1983년 모토롤라에서 최초로 벽돌같은 '다이나텍8000X'가 나와서 1992년 한손에 쏙들어노는 '노키아 1011', 1990년대 중반 다양한 PDA폰, 2000년대 초중반 블랙베리, 삼성, LG등 다양한 형태의 휴대폰, 2007년 에플의 '아이폰', 2019년 갤럭시 폴드로 빠르게 변화해왔습니다. 그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배터리,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각종 모터, PCB, 스피커, 버튼, 케이블, 메인보드등이 있죠. 작고 가벼워진 휴대폰이 더큰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더 빠르고 스마트하게 오래가는 배터리와 함께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큰 용량의 저장매체에 기록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요즘은 가로 세로로 접히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최종 제품이 발전해가는 이면에는 소재과 부품,장비,공구등을 개발하기 위해 피땀흘렸던 공급업체의 노력이 숨겨져있습니다. 고객사 미팅의 마지막은 당사의 캐파(Capa.)와 TRM(기술로드맵)으로 마무리! 어떻게 생각하세요?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불량'이 생기면 이렇게 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