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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Mar 05. 2022

'이불 커버'를 팔아보자!

영업 메시지 교통정리, Decider,  Value chain


① 영업 메시지 교통정리

필자가 3년 전쯤 대구에서 창업 멘토링을 하면서 직접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50대 여성 창업자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그 50대 여성 창업자는 '이불 커버'가 창업아이템이었습니다. 그 이불 커버에는 자크가 장치되어 있어 편하고 빠르게 이불 커버를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불 커버를 얼마 만에 한 번씩 세탁을 하시나요?”


제가 이렇게 강의 중에 여쭤보면 어떤 분은 한 달에 한번 얘기하시기도 하시고, 분기당 한 번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불 커버를 세탁하고 갈아 끼우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입니다. 이불솜과 이불 커버의  고리와 끈을 하나하나 묶거나 단추를 채워야 하고 뒤집어서 모서리를 잡아줘야 합니다. 저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훨씬 편해지면 어떨까요? 그런 이불 커버가 나왔다면 “여러분들은 누구에게 판매해보실 건가요?” 강의 중에도 이 질문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의 답을 들어보면 이분들께서 어떤 시장을 겨냥하고 계신지 보이는 것 같습니다.


< 가정주부 >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80% 이상의 교육생들께서 빠르게 ‘가정주부’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기존 제품보다 2배나 비싼 가격을 말씀드립니다. 자신이 ‘가정주부’라고 생각하면 구매 희망자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구매를 포기하죠. 그렇다면 이런 빠르게 교체가 가능한 이불 커버는 일반 가정주부를 타겟팅하는 B2C 시장용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겠죠?


<숙박업>  

제가 다시 교육생들께 “누구에게 판매해보실 건가요?”하고 여쭤보면 2-3명에게서 ‘숙박업’이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이 이불 커버 창업자분은 직접 숙박업소에 가서 직원을 인터뷰하고 이불 커버 교체하는 작업의 영상 촬영까지 해오셨습니다. 작업 속도는 기존보다 2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이 책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과 같이 해보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숙박업소 직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편하게 작업 속도가 2배나 빨라지는 이불 커버가 있습니다. 좋으세요? 싫으세요? 온오프라인 교육에서 제가 수강생들께 여쭤보면 빠르게 반응이 나옵니다. 90% 이상이 좋다고 합니다. 10% 미만 수강생들의 표정은 미묘해지죠. 그러면 저는 잠깐 멈춥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시라고 하면서요. 그러면 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많이 변합니다. 2차로 물어보면 50% 이상의 교육생들이 좋지 않다고 하고 50% 정도의 좋다고 하는 교육생들의 표정도 점점 변합니다. 3차로 물어보면 완전히 역전됩니다. 90% 이상의 교육생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시죠. 왜 그럴까요? 실제 그 업무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개선이 된다면 그 조직 내부의 실제 사용자, 직원들 입장에서 좋을까요? 2배 이상 업무효율이 좋아진다면 그 업무에 종사하던 인원의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들의 일은 2배 이상 많아질 겁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생산성과 이익은 증대되겠죠. 


Linking Benefits to Decision Makers (의사결정권자에 맞는 편익 찾기)

‘영업 메시지의 교통정리’ 무슨 뜻일까요? 벤더, 공급사인 우리 내부에도 영업사원, R&D, 생산, 품질, 경영자 등 여러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고객사의 어떤 플레이어 (DMU:Decision Making Unit)를 만나게 하는지 전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공급사의 영업상무가 고객사의 생산팀장을 만나 인건비 절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공급사의 영업과장 (실제는 대리)이 고객사의 구매과장을 만나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단가인하’, ‘비용절감’, ‘납기 단축’등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Value (가치)를 빠르게 찾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고객사 구매담당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공급사의 비싼 장비나 제품이 고객사 생산팀의 작업 편의성을 개선해주는 것보다는 빠른 납기와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성을 개선시켜준다면 (생산팀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진급과 급여 인상을 위한 최고의 솔루션이 되겠죠? 공급사의 생산 엔지니어 혹은 연구담당자가 고객사의 생산팀장을 만난다면? 공급사의 영업상무 (실제는 부장)가 고객사의 구매팀장을 만난다면? 공급사의 부사장 (실제는 상무)이 고객사의 구매 상무를 만난다면? 그들 포지션에서 제대로 던져야 할 메시지가 확실히 있다는 겁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겠죠? 공급사의 ‘누가’, ‘어떤’ Value를 가지고 고객사의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을 하느냐를 가지고 전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B2B 마케팅의 영업 메시지 교통정리’라고 생각합니다.


② Decider를 찾아라

다시 이불 커버로 돌아가겠습니다. 직접 숙박업소에 가서 직원을 인터뷰하고 이불 커버를 교체하는 작업의 영상 촬영까지 해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50대 여성 창업자는 한껏 고무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세일즈 클로징으로 이어져 결실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직원들은 Gate Keeper (게이트키퍼)가 될 확률이 오히려 높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이불 커버는 굉장히 큰 위협이 됩니다. 그렇다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메시지를 도대체 ‘누구’에게 전달해야 할까요? 바로 Decider (결정권자)입니다. 결정권자는 협장의 직원이나 매니저가 아닐 겁니다. 이해관계가 다르니까요. 


이 사례에서는 숙박업소 사장이겠죠? 모텔이나 호텔의 사장을 만나 제대로 된 정량적인 가치제안 (Value proposition)을 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 제품은 직원의 작업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줘서 생산성을 2배로 향상시킨다.” 똑똑한 숙박업소 사장은 규모가 커질수록 그들에게 떨어지는 이익도 더 커진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식할 겁니다. 기존에 월급 300만원 직원이 10명이 작업을 하는데 월급 300만원 직원 5명으로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이익 개선 그래프가 그려질 겁니다. 그렇가면 이불 커버의 교체비용은? 3,000만원! 2개월이면 이 비용은 상쇄됩니다. 그 이후엔 계속 추가적인 월1,500만원의 이익이 쌓여가죠. 여러분들께서 숙박업소 사장이라면 이런 기회를 놓칠 건가요? 결정권자를 빠르게 찾아서 그 사람에게 제대로 가치제안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③ Value chain을 분석하자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Value Chain)

Value Chain, ‘산업 가치사슬’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산업 가치사슬’은 제품생산을 위해 제조공정을 세분화해서 원자재부터 제조, 판매,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활동과 주요 업체까지 보여줍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철광석이 제철업체로 가서 강판이 되고, 이 강판이 부품 제조사로 가서 자동차 부품이 되고, 이 자동차 부품이 제조업체에 가서 자동차로 조립이 되고, 이 자동차는 판매업체에 가서 팔리고, 고장 나면 서비스업체에서 수리를 받고, 중고차 매매업체에서 재판매되고, 폐차까지 이어지겠죠. 


‘현대기아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철광석은 브라질이나 호주에서 많이 생산되어 한국으로 수입이 되고, 고장력 강판 등 품질이 좋은 제철 제품은 포스코에서, 일반 제품은 현대제철에서 생산되어 여러 벤더사로 납품되어 가공이 될 겁니다.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이 이 가치사슬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제철에서 벌써 '현대'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죠? (현대제철) 부품에서도 ‘현대모비스’가 있고, 조립은 현대와 기아가 플랫폼과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효율적으로 생산을 하고, 딜러 시스템으로 자동차 유통을 하는 유럽, 미국과 다르게  대한민국은  자동차 제조사별로 대리점에서 직접 판매합니다. 자동차 구매를 할 때 전액현급으로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여기서 ‘현대카드’나 ‘현대캐피털’ 같은 금융도 개입을 하게 됩니다. 서비스는 제조사 직영과 대리점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요즘 가장 핫한 고리는 중고차입니다. 허위매물과 강매로 일반 소비자 피해가 증가되고 있어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입니다. 일본은 도요타가 중고자동차 판매 밸류체인까지 같이 관리해서 전체적인 평균 가격은 올라갔지만 신뢰도는 많이 개선된 상태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폐차’입니다. 


현대기아 자동차가 ‘제철’에서 ‘부품 제조’, ‘조립’, ‘물류’, '판매’, ‘AS’, ‘중고차 판매’까지 하면서 ‘자동차 산업’이라는 가치사슬에서 영향력을 강화시키면 이것을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이라고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 합병해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된 것은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입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 딜러가 현대차, 기아차, 혼다, 도요타를 같이 판매하고, 고요타 생산라인에서 혼다, 스즈키 자동차가 만들어진다면 이것도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이불 커버로 돌아가 봅시다. ‘숙박업’이라는 산업을 잘 찾았지만 ‘직원’에게만 영업을 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숙박업소 사장에게 2배의 생산성 향상으로 Value Proposition (가치제안)하는 방법도 좋지만  그 산업의 전체적인 Value Chain (가치사슬)을 분석해보면 더 좋은 전략이 나올 겁니다. 요즘 코로나19로 많이 위축되었겠지만 호텔, 모텔, 리조트, 펜션, 캠핑, 글램핑, 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업소는 굉장히 많습니다. 10년 전에 시골 펜션에 가족과 함께 숙박한 적이 있었는데 청소상태가 상상 이상으로 불량해서 전화로 업소 사장에서 불만을 얘기했더니 그 동네 청년들(문신에 불량해 보이는)이 대충대충 청소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클리닝, 청소, 관리대행업체가 많습니다. 이런 관리대행업체의 비용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겠죠? 그 대행업체 사장들은 아마도 숙박업소 사장보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비용절감의 금액이 더 크겠죠? 굉장히 좋아할 겁니다. 이런 업체들의 리스트와 그 업체들의 결정권자의 DB(이름, 이메일, 휴대폰 번호)를 가지고 있다면 여러가지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겠죠? 숙박업 협회나 숙박업 관리업체 협회가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발행하는 잡지나 신문이 있다면 그 매체에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것이 효율성이 좋겠죠? 그 협회의 행사나 세미나 정보를 알게 된다면 참여해서 후원을 할 수도 있고, 영업과 광고를 할 수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가장 가성비가 높은 마케팅, 세일즈 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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