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초보반, 첫 동지가 생기다

by 스윔키

화요일에는 수영 강습을 스킵했다. 세 번째 강습을 앞두고 출석을 하지 않았으니 선생님 입장에서는 살짝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보 수강생들의 경우 한 두 번 출첵하고 연락두절이 되어버리는 일명 잠수를 타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이미 잡혀있던 1박 2일 약속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세 번째 강습을 빼먹은 사유: 친구들과 두쫀쿠 만들고 + 동탄~병점~오산 나들이를 다녀왔다)


am 6:40 첫 번째 알람이 울리고

am 6:50 두 번째 알람이 울리고

am 6:55 침대 밖으로 나왔다

am 7:00 아침명상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am 7:10 견과류를 먹으며

am 7:15 모닝페이지를 쓰고

am 7:20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아침에 운동을 한다는 일이 참 새삼스럽다. 나를 13년째 가까이 지켜봐오고 있는 우리집 바깥양반도 신기하게 쳐다본다. 이렇게 수영에 적극적인 내모습이 어딘가 낯설지만, 그래도 조금씩 이 패턴에 적응 중이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강습을 받고, 토요일은 자유수영을 하러 가는 삶. 루틴이 있다는 건 안심되는 일이며 언제나 나를 더 옳은 길로 향하게끔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오늘 아침은 음악을 들을까 라디오를 들을까 휴대폰을 슥 둘러보다가 문득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팟캐스트 앱을 발견했다. 팟캐스트에 '수영'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가 있을까 하고 검색해 보니 마침 아래와 같은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지은 임이랑의 무슨얘기> 우와. 수영초보와 수친자가 실컷 해보는 수영이야기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게 재밌을 것만 같았다.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을 그저 목소리로만 듣고 수영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 관심을 갖고 그들의 표정을 상상하며 듣는 이 팟캐스트의 재미. 아 참, 나 팟캐스트 듣는 거 좋아했었지.


30분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라 수영장 갈 때 듣고, 남은 절반은 강습 마치고 집에 올 때 들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팟캐스트에서는 내가 수영 강습 때 입는 후그 수영복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고 수영 고인물이 알려주는 수영복 팁 관련 얘기까지 듣다 보니 어느새 수영장 입구 앞에 도착해 있었다.



같은 시간에 집 밖을 나서는데도 하늘의 공기가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날은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흐리고, 어느 날은 해가 당장이라도 뜰 듯이 밝고, 또 어느 날은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겨울의 침대 밖은 굉장히 위험하지만 이렇게 잠 자는 시간을 티끌이라도 줄여서 따듯한 물이 출렁이는 수영장 안에서 몸을 녹일 수만 있다면야. 일주일의 두세 번쯤은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라도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장으로 들어오면 거울 속 내 모습부터 확인한다. 처음엔 눈가에 팬더 자국된 게 민망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식이다. 오히려 자국이 심하게 남아있을수록 수영을 열심히 한 증거로 남는 기분이 들어 썩 민망할 겨를도 없다.


첫날에 뵈었던 수강생 한 분이 화요일에 왜 출석하지 않았느냐고 안부인사를 물어오셔서 살갑게 인사를 나눴다. 각자 헤엄치기 바쁜 타이밍에도 이렇게 누군가는 나를 신경 써주고 계셨구나! 싶은 마음에 내심 그런 작은 관심이 감사하기도 했다. 사적인 질문으로 깊게 다가오지 않으면서, 가볍게 수영이야기를 심심찮게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사이. 물속에서 처럼 힘을 쭈욱 풀고 적당한 템포로 거리를 두며 본인의 한몫을 해내지만서도 서로의 운동을 응원하는. 딱 내가 원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새로운 동지가 한 명 생겼다. 다른 오전반에서 잠깐 넘어온 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출석하지 않았던 화요일에 처음 온 수강생분이었다. 어릴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고 성인 돼서는 처음 물에 뜬다며 조금은 반가운 마음에 수업이 끝나갈때즘 잠깐 대화를 오갔다.


첫 초보반의 동지가 생겼다는 기쁨이 좋았다. 수영이 아무리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하지만 같은 고난과 역경을 누군가와 따로 또 같이 씨름한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이번 주 토요일에 자유수영 시간 때도 출석하신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은 그대로 이어졌다. 학교는 다르지만 학원은 같이 다니는 학원친구의 존재와 비슷한 느낌. 혼자 해도 좋은 수영이지만, 강습 때 내가 겪는 감정들을 누군가와 같이 느끼고 또 공유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다음 주 이 시간이 또 기다려진다.



260205 스윔노트


강습 내용

* 킥판 잡고 앞으로 나아가며 호흡만 연습

* 킥판 한 손으로 잡고 앞으로 나아가며 사이드호흡, 사이드발차기 연습

* 킥판 잡고 앞으로 나아가며 자유형 연습

* 자유형 연습 및 자세교정

* 드릴에 대해 배웠다. 앞으로 꾸준히 배우게 된다고 해서 '드릴'이라는 단어 메모


챗gpt: 드릴이란? 자유형 드릴(Drill)은 자유형 영법의 특정 동작(팔 젓기, 발차기, 호흡, 롤링 등)을 분해하여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훈련 방식입니다. 올바른 자세를 습득하고, 불필요한 힘을 줄이며, 물을 잡는 감각(캐치)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영법을 개선하고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피드백

* 자유형 사이드호흡 할 때 시선은 정면 바라볼 것

* 자유형 사이드호흡 때 몸통이 먼저 돌아간 다음 머리가 나오고, 머리가 먼저 들어가면서 팔이 돌아갈 것 (피드백 여러 번 받음)

* 왼쪽 어깨 힘을 더 빼고, 왼쪽 팔 돌릴 때 너무 큰 원을 그리지 않을 것


그 외 메모한 부분

* 자유형 호흡 관련 유튜브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호흡은 확실히 편해지고 많이 좋아진 느낌

* 25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편하게 가기도 했다

* 자유형 발차기는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느끼는 중

* 사이드발차기는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할 듯

* 사이드호흡은 더 노력해야 할 듯하다

* 숨을 참지 말고 물속에서 계속 코로 내쉬고, 사이드 돌릴 때 허헙- 하는 느낌으로 폐까지 들이마실 것

* 물속에서는 시선 바닥을 향하고, 팔은 쭉 기지재 펴듯 앞으로 더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뻗어주기

* 자유수영 할 때도 킥판으로 배운 것들 충분히 연습하고, 킥판 떼고도 연습할 것





어제 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보다 조금 더 익숙해질 수영.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조급해하지 않고 배워나가는 이 과정이 나에게 무한한 기쁨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들을 즐기는 내 모습이 좋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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