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봄이 오는 듯했지만 아직 날은 춥다. 하지만 수영 가는 발걸음만은 가볍다.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여름쯤 되면 수영이 얼마나 더 재밌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후에 바쁜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서 수영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와야 했던 날. 하지만 물 위를 가로지르는 50분만큼은 유유히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수영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나.
거북이 친구는 항시 수영가방 귀퉁이에 매달려있다. 혹시나 고리가 끊어지진 않을까 염려했지만 아직까지는 잘 붙어있다. 락커룸에 옷을 넣는 순간부터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을 수 없기에 수영을 하는 동안에는 자동으로 디지털 디톡스가 된다. 어쩌면 나에게 더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약간은 비밀스럽고, 아직은 팍팍하게 느껴지는 나의 초보수영 생활에 귀여움 한 줄기인 나의 거북이 친구.
수영장 원정을 한 번 다녀온 뒤로 서울, 경기권에 있는 다른 수영장도 가보고 싶어서 요리조리 검색해보기 바쁘다. 그러다 괜찮은 후기가 보이면 아이폰 메모장에 미리 적어두기도 한다. 가끔 치앙마이, 유럽의 어느 근사한 수영장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곳에서 헤엄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상.
언젠가는 더 넓고, 큰 수영장을 가보는 날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해 나가는 수영생활.
여느 때처럼 수업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텅 빈 레인에서 몸을 풀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자유형, 배영 동작들을 다시 복습해보기도 하고 긴장되어 있는 이완 하려고 가만히 물 위에 떠있기도 했다.
8시 정각.
선생님이 오셨고, 오늘은 평영을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예상보다 진도가 빨라서 속으로는 깜짝 놀랐지만 내심 기분 좋았다. 오래전에 다녔던 수영장에서 평영, 접영까지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지금 다시 수영을 배우고 있는터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영법을 배운다는 생각에 괜히 들떴다.
260226 스윔노트
<강습 내용>
* 레인 밖에서 평영 발차기 연습
* 킥판 잡고 평영 발차기 연습
* 서서 평영 팔 연습
* 앞으로 걸어 나가며 평영 팔 연습
개구리헤엄이라고 생각했던 평영. 아직 제대로 헤엄쳐보진 않았지만 팔과 다리가 따로 놀 것만 같다. 손바닥으로 타원형을 그리듯 물을 밀어낸 뒤 팔을 겨드랑이에 붙인 채 합장하는 자세로 다시 원위치. 숨을 어떤 타이밍에 쉬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자유형, 배영도 그렇지만 평영만의 어떤 리듬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여름 전까지 열심히 연습해 둬야지.
나중에 다시 이 글을 보게 되었을 때
피식 웃을 수 있기를.
팔과 다리를 각각 따로 연습을 해서
칼로리 소모는 적다.
다음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집에 와서는 중성세제로
수영복과 수모를 가볍게 헹궈내고
거실 한편에 널어둔다.
수영 다녀와서 수영가방 정리하고
수영복 빨래하는 루틴도 착착 만들어져서
10분도 채 안 걸린다.
뭐든 처음이 어렵고 낯설지
하다 보면 또 적응되고 익숙해질테다.
( 평영도 부디 그래주라... )
그리고 나의 스윔푸드. 남편이 (나름 전주 베테랑 칼국수 느낌으로) 끓여준 칼국슈. 수영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은 수영장에 있던 따듯한 온기가 사르르 다 식어버리는데 집에 와서 뜨끈한 국물로 다시 채워주니 행복했다.
이 맛에 또 수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