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시작하는 마음

by 스윔키

am 6:45

알람이 울리고 눈이 떠졌다.

드디어 수영 강습받으러 가는 첫날이 다가온 것이다.


전날 챙겨두었던 수영가방을 떠올리며 흐뭇해하고는 평소의 루틴대로 눈뜨자마자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따듯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되어 있는 몸과 약간은 들뜬 마음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천천히 근육을 이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커튼을 걷어 동트지 않은 바깥 풍경을 보고 피곤하기는커녕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 흔한 자동차 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아침을 오랜만에 가졌다. 다시 0에서 시작하는 마음이란 이런 걸까. 20분 뒤면 수영장 입구에 도착해 있을 장면을 떠올리니 신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결국 좋아하는 양말까지 꺼내신 게 되었다.



물속에 발을 담그기도 전에 겨울 수영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얼굴은 시린데 발걸음은 가볍고, 서서히 붉어지는 하늘빛을 바라보며 감탄을 했다.


"겨울에 수영장 가는 길이 이리도 좋은 걸 나만 빼고 다 알고 있었다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수영장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기웃거리고 있으니 50대 정도는 되어 보이는 한 아저씨가 인사를 해주셨다. 수영강습 첫 등록을 하러 왔다고 말씀드리니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수영장 카드를 받아왔다. 일주일에 2회 총 4주에 이틀 더 추가해서 결제를 하고, 매주 토요일은 자유수영을 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레인은 4개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아기자기한 수영장이었다.


예습을 해온 대로 락커룸 안에 신발을 넣고, 입었던 옷은 넣어두고, 세안용품과 수영용품만 꺼내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간대에 강습하러 온 듯한 두 분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다닌 지 반년 정도 되었다는 이야기와 어떤 수영까지 배웠는지에 대한 내용도 자연스레 듣게 되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모에 수경까지 착용하며 쭈뼛거리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웃기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마냥 좋았다. 정확히는 잘 모르는 걸 배우러 온, 의지로 가득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샤워장에서 문 하나를 열고 나가면 보이는 수영장 레인 입구 앞에서

비로소 '진짜 수영'을 배우게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260127 스윔노트


강습 내용

* 물속에서 음파 호흡만 반복해보기

* 킥판 잡고 음파 호흡만 반복해보기

* 킥판 잡고 움파 호흡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 킥판 잡고 물속에 얼굴 넣고 호흡하며 팔만 돌려보기

* 킥판 잡고 음파 호흡 반복하며 팔 돌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 킥판 잡고 자유형으로 나아가기

* 킥판 없이 물속에 얼굴 넣지 않고 자유형 사이드킥으로 나아가기


피드백

* 킥판 잡고 자유형으로 나아갈 때 킥판 끝에 툭 튀어나온 부분에 각각 일직선으로 잡을 것

* 자유형 사이드킥으로 나아갈 때 머리를 팔에 갖다 붙이기 이때, 팔을 머리에 갖다 붙이지 말 것

* 자유형으로 나아갈 때 다리는 계속 저어줄 것 그리고 왼팔은 너무 커다란 원을 그리지 않을 것

* 발목 힘이 아닌 다리 전체의 힘으로 물을 밀어낸다 생각하고 저어줄 것

* 오른쪽보다는 왼쪽어깨가 많이 들리고 긴장되어 있는 상태. 목, 어깨, 등 힘을 더 풀 것

* 코로 물 들어가고 물먹는 것에 너무 겁먹지 말 것


그 외 메모한 부분

* 수영장에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는 드라이기가 좋아서 영업당했다. 집에 와서 구매까지 하게 되었다. 독일 제품인데 괜찮은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글로 써봐도 좋을 듯하다

* 다이소에서 구매한 수경케이스, 니플패치, 공병 사용해 보니 편리하고 좋다

* 수영 중간중간에 수경을 벗었는데도, 팬더는 피할 수 없었다

* 나름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1:1 강습받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나와 동지가 없다는 부분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 50분이... 이렇게 길었나?



아! 헤엄치는 기분은 이런 것이었지, 여기서는 이런 자세를 했어야 했지 - 하며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으로 첫 수영 강습이 마무리되었다.


수영인들이 느끼는 찐 쾌감은 수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상쾌함이라고 했던가.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수영일기라는 빌미로 다시금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준 수영이라는 운동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시작하는 사람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시작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계속 느껴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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