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법

by 스윔키

두 번째 수영 강습받으러 가는 아침. 미리 맞춰둔 알람이 울릴 때 즈음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수영이 대체 뭐길래 이 한겨울날 전기장판과 몸의 온기로 데워진 이불속에서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 일주일에 두 번, 저녁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흐뭇해졌다.


전날에 미리 싸두었던 수영가방은 신발장 앞에 세워두고, 평상시의 아침 루틴대로 행동했다. 모닝페이지 쓰는 건 하루 넘겨짚기로 하고, 무선무드등을 켜고 좋아하는 조도로 맞춘 뒤 그 옆에 요가매트를 깔고는 밤새 뻗뻗해져있는 손목과 발목을 충분히 돌리는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아침잠이 많은 탓에 완전히 잠이 깨어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 수영 갈 생각에 또 한 번 신나버려서 그런가, 말똥말똥한 눈알과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8년 전, 공복으로 무리하게 수영을 했다가 어지러움증을 크게 느꼈던 (다소 무서운) 경험이 있어서 수영 가기 전 공복은 절대 금물!이라고 다짐하며, 데워진 물 한 잔과 에너지바 하나 그리고 견과류 조금 꺼내먹었다.


이렇게 30분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드디어 수영장으로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 누구도 나에게 채찍질하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오로지 나의 의지만으로 이른 아침 집에서 나서는 길. 길 위에서부터 낡은 마음들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뭐라 형용하기 어렵지만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향했다.



* 그리고 어제 수영가방을 미리 챙겨두는 김에 왓츠인마이스윔백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이게 뭐라고 괜히 뿌듯함이 밀려온다.


https://www.youtube.com/shorts/haOF4rY2NX0




첫 수업 때처럼 이른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더니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버릇처럼 뭐든 미리미리 시작하는 습관이 수영 다닐 때도 그대로 적용되어 다행이다. 1등으로 수영을 잘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1등으로 수영장에 도착할 자신은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지난 시간에 실전에서 한 번 해봤다고 락커룸 안에 옷을 넣고 세안도구와 수영 용품들을 챙겨서 샤워실로 들어가는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영복을 입기 위해 씻는 시간은 마치 수련할 준비를 하는 일련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긴장을 풀고,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쓰다듬어주기도 하며 감각을 일깨워주는 부분이 어쩐지 요가 혹은 명상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올바른 자세로 수영을 할 수 있기를, 코와 입으로 물을 많이 먹지 않기를... 기도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씻어낸달까.



강습받기 전, 첫날에 뵈었던 두 분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고 우연히 마주친 새로운 분과도 눈 맞춤 인사를 했다. 새로운 분은 오늘만 잠깐 이 시간에 참여한 듯했고 노련하게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고인물임을 직감했다.


8년 전의 나였더라면 나보다 자유형을 잘하는 사람, 나보다 더 많은 영법을 터득한 사람, 나보다 적응력이 빠른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기게 되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사회생활에 적응해 나가며 이제는 타인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호흡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고, 무조건 빠르고 잘하는 것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바뀌어있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한 데 모여 함께하는 운동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영은 서로 다른 레인에서 (같은 레인에 있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헤엄과 호흡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고군분투를 다할 뿐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면 할수록 실력향상은 절로 따라온다는 것. 그러므로 무리할 필요 없고, 과하게 애쓰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 수영이 30대 중반이 된 나에게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260129 스윔노트


강습 내용

* 킥판 잡고 음파만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

* 킥판 잡고 자유형 연습

* 킥판 안고 배영 할 때 몸 웅크리기 연습

* 무릎은 킥판에 닿이지 않고, 팔은 돌리지 않은 채로 발차기만 하며 배영 연습


피드백

* 자유형 할 때 다리는 일직선으로 뻗은 상태로 앞으로 나아갈 것

* 자유형 할 때 바닥 수직을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더 당겨서 물속으로 집어넣는다고 생각할 것

* 자유형 할 때 등을 더 물속으로 넣을 것, 왼쪽 팔은 자연스럽게 떨어진 물건을 줍는다고 생각하고 내릴 것


그 외 메모한 부분

* 배영으로 나아가다가 수영장 천장에 파란색 표시 부분이 보이면 멈추는 자세 취할 것

* 배영 하다가 멈추는 자세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제대로 배워서 신기했다

* 호흡을 중간부터 완전 잘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첫날에도 잘못하고 있었을지도)

* 물속에서 코로 음- 내쉬고 / 물 밖에서 오른쪽 고개 돌리며 들이마실 것

* 물속에서도+물 밖에서도 실수로 전부 내쉬는 바람에 들이마시는 타이밍 다 놓쳐서 숨은 숨대로 차고 코와 입 안에 속수무책으로 물이 다 들어가 버렸다. (호흡 타이밍 어떻게 잘 잡지? 편하게 내쉬려면 어떻게 하지? 숨 이렇게 쉬고 들이마시는 거 맞나? 아니, 나 숨 쉬고 내쉬는 법을 까먹은 사람이 되었잖아...?)



(자유형과 배영을 동시에 연습하다 보니 워치에서 '혼영'으로 잡혔다)


호흡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약간은 조바심도 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다시 차분히 객관적으로 나를 살피는 게 중요할 테다. 첫날보다 많은 부분에서 향상된 건 사실이고 두 번째 시간인데 벌써 배영까지 진도 나간 게 크나큰 발전인 듯하다. 수업 마지막쯤에 선생님이 2월부터는 평영까지 진도를 나가볼 수 있겠다고 해서 적잖이 놀랐지만, 다음 시간까지 잘못된 호흡을 올바르게 고쳐나가는 것까지 연습해 봐야지. 나만의 셀프 숙제를 내주며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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