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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May 03. 2023

Tristeza(Goodbye Sadness)

Sergio Medes & Brasil '66




다들 한창때는 멋쟁이셨군요




Tristeza, 브라질 음악이니까 포르투갈어 단어이다. 오다가다 '슬픔', '비애', 이런 뜻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글로 쓰려니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본다. 다행히도 맞았다. 기억력이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사라져 가는 걸 느끼다 보니 이런 건 제법 위안이 된다. 비탄, 우울, 침울, 서러움, 섭섭함.... 하여간 그런 종류의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곡 제목에는 Tristeza, 하고는 괄호를 쳐서 Goodbye Sadness라고 덧붙여져 있다. 그러니 슬픔(슬픔이여 안녕), 정도의 제목인 셈이다. 슬픔과 작별을 고하는 노래라 이렇게 흥겨운 걸까 싶었다. 


얼마 전 재즈클럽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브라질 음악은 자주 연주할 일이 없는데(보사노바에 또 재즈를 반쯤 섞은 연주는 늘 하게 되지만), 그래도 가끔씩 연주하게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게 느껴진다. 아니, 어쩌면 마음에서 먼저 신호가 오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쿠바 음악에는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는데, 브라질 음악은 유독 그렇다. 


하지만 연주를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아하는 상대를 어찌어찌 만나게 되어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다 보면, 허둥지둥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다가 얼굴이 빨개지는 것, 그리고 집에 와서는 내가 왜 그런 얘기를 한 거지, 하면서 스스로를 답답해하는 것 같은 그런 연주를 했다. 좋아하는 감정이 넘쳐나서 감격스럽기까지 한 것은 이십 년 이상 훌쩍 넘는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낸 내게 이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다 보니 한 곡 안에서 많이도 틀려버렸다. 그날 연주의 마지막 곡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같이 연주한 동료들에게 "아 부끄럽다"를 연발하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사실 많이 부끄럽지 않았다.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 말문이 막혀버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닐 테니까. 인생을 절반 이상 살아내고 난 뒤 어느새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면 그것이 진정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포르투갈어는 단어 몇 개의 뜻을 아는 정도가 전부이다. 펠리시다지는 행복, 보세는 당신, 이런 식으로. 그러니 이 곡의 가사를 이해하고 싶다면 검색을 하는 수밖에. 그러자 이내 Astrud Gilberto가 노래한 영어 버전의 동영상과 그 가사, 그리고 해석까지 줄줄이 떠올랐다. 



사진은 좀 느끼하네요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Tristeza
The big sadness the heart feels
Let it leave mine forever
Let my lips sing again
From this day on my days are days of sun and roses
My life's a carnival of song
From this day on my dear the door to sorrow closes
This day when you came along    


이건 그야말로 슬픔이여 안녕, 을 노래하는 가사다. 비통함이여, 내 마음이 느끼는 이 거대한 슬픔, 나를 떠나기를, 그래서 내 입술이 다시 노래하게 하라, 이 날로부터 나의 날은 태양과 장미의 날이 되며, 내 인생은 축제의 노래가 되리라, 이 날로부터 슬픔으로의 문은 닫힌다, 당신이 내게 온 이 날.


그런데 뭔가 노래와 가사가 엇갈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사의 내용과 음악이 잘 안 붙는다고 해야 할까, 내가 몇 주간 주구장창 들었던 Sergio Mendes의 곡은 분명 다른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았다. 가사의 내용을 알아들은 게 아니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저렇게 밝고 화창한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막연한 확신 -모순된 표현이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들었다. 아니면 의구심 정도? 이건 뭔가 이상한데, 이런 느낌이 아닌데 하면서. 해서 포르투갈어 가사를 번역기에 돌려 영어로 읽어보았다. 물론 라라라라-부분은 빼고.


Tristeza                                                
Por favor vai embora                       
A minha alma que chora                     
Está vendo o meu fim                          

Fez do meu coração 
A sua moradia
Já é demais o meu penar
Quero voltar aquela
Vida de alegria
Quero de novo cantar


이걸 구글로 돌리니 아래와 같은 영문이 나왔다. 


Sadness
Please go away 
My soul that cries 
Are you seeing my end 

Made from my heart
Your house 
My grief is already too much 
I want to go back to that life of joy 
I want to sing again


슬픔이여
떠나가주오
내 영혼이 울고 있네
내 끝이 보이는가

내 마음으로 만든 
당신의 집
내 비통함은 이미 너무 크네


기쁨의 삶으로 돌아가려 하네
다시 노래하고 싶네



역시나 그랬다. 음악이 이렇게 밝은데, 가사마저 그럴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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