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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Oct 02. 2023

I Loves You, Porgy

Bill Evans Trio




  그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고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연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 곡, 빌 에반스 트리오가 연주한 I Loves You, Porgy를 기억하려고 애쓴다.


  빌 에반스인데, 스캇 라파로가 함께한 그 트리오인데, 그리고 장소는 심지어 빌리지 뱅가드인데도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잔을 부딪힌다. 1960년대 초반이면 재즈가 한껏 예술적인 기운을 담아 이런저런 방향으로 펼쳐지던 시기인데 말이다. 마이크에 저 정도로 잡힌 소음이라면, 무대 위의 연주자들이 듣기에는 왁자지껄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쯤 하면 내가 상상하던 재즈의 세상은 허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빌 에반스의 호흡은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이 음악을 향해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빌 에반스의 음반 Trio 64의 라이너 노트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얘기가 적혀있다. 


    Bill Evans is a pianist who plays into the song and into himself. He cuts out the surrounding thoughts and the surrounding sound. Once he was playing a solo engagement at the Village Vanguard in New York. A lone performer, playing between two hard-swinging groups complete with their grinding tenor sexists, the audience hardly heard a note he played. They laughed and talked through his quiet, thoughtful and sometimes profound solos. Afterward he was asked whether he thought the audience thoughtless and discourteous. Whether he found them distracting.

    “No,” he siad, “they need some time to talk. But I did find the talk a bit distracting through the first two sets, but by the third I just blocked out the noise and got a little deeper into the music.”

    빌 에반스는  노래와 자기 자신 안쪽으로 들어가 연주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주변의 생각과 소리를 차단해 낸다. 그가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에서 독주를 했었다. 테너 색소폰 주자들과 함께 하드 하게 스윙하는 두 그룹 사이에서 혼자 연주하는 연주자로, 관객은 그가 연주하는 거의 아무런 음표도 듣지 않았다. 그들은 그가 연주하는 조용하고 사려 깊으며 때때로 심오한 솔로들 사이로 웃고 떠들었다. 나중에 관객이 무신경하고 무례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관객들이 방해가 되지 않았냐고 말이다.

    "아니요, " 그가 말했다, "그들은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하죠. 저는 처음 두셋을 연주할 때에는 떠드는 게 좀 집중을 해치는 것 같았지만, 세 번째 셋 정도에는 소음을 차단해 버리고 음악 안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내가 빌 에반스의 연주를 들으며 가장 감탄하는 건 그의 보이싱이나 솔로 라인, 혹은 작곡도 아니다. 물론 이런 음악의 요소들이 너무도 훌륭하여 나 같은 사람이 가타부타할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요소가 완벽에 가까운 상태라, 그 어떤 면에 주목하여 음악을 듣는다고 해도 감동적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빌 에반스의 연주를 들을 때면 그런 많은 것을 잊어버린 채, 그가 보여주는 음악을 향한 강렬한 집중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빌 에반스는 이 연주, I Loves You, Porgy를 통해 내게 말한다. Focus, focus, focus,라고.

Provided to YouTube by Resurfaced Records




흐릿해서 읽기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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