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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연정 Mar 29. 2017

밤을 열다

다시 밤이 온다. 오늘의 나를 보듬어 주어야 할 때다.  

밤이 온다.

조도가 낮은 방안. 비로소 낮 동안 닫아두었던 커튼을 연다.
창을 열자 밤의 빛이 들어온다.
어두웠던 방안이 밤의 빛으로 생기를 얻는다.
나는 나지막이 밤, 하고 발음해 본다.

두 입술이 맞닿아 침묵으로 끝이 나는 말.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비밀스러워 지리라. 
밤을 입에 담는 순간, 창문 밖의 저 까만 공간과 약속을 한 듯
말 대신, 눈이, 마음이 열린다. 
이 밤, 나는 너, 아니면 나, 그 둘 중 하나만 바라보기로 한다.
입술을 꼭 다문 채로 눈과 마음과 귀를 열고서.

나에게, 밤은 선율이다.
청춘의 많은 밤 그 선율에 실려 나는 유영하듯 밤을 떠돌았다.
유유히 떠돌다 어떤 느낌들과 충돌하고, 별이 탄생하듯 이야기가 생겨났다.

반짝- 까만 밤 위에 터지는 섬광 속에  또렷해지는 사람과, 사랑, 
그리고 지금은 알지 못 할 추억의 공간에 저장될 어떤 지점들.

우리는 때로 음악 안에 마음을 실었다.
수많은 말을 하기 버거워서, 그 생각들을 기록하기엔 마음이 너무 아팠으므로.
음악 속에 흘려보낸다고 생각했지만 오롯이 내 안에 고여 있는 이야기들.
가끔 물끄러미 내 안의 우물을 들여다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때의 음악소리.
나는 그 안에 빠질 듯, 말 듯 온몸을 깊이 낮춰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잠시 숨겨두었을 뿐인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기쁘고, 슬프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는, 밤에 숨는다. 내 편이라고 믿으면, 밤은 이내 따뜻해진다. 

서른다섯 해. 
나는 그동안의 생을 밤과, 음악에 의지해왔다고 고백한다.
해가 나있는 동안에는 그을린 듯 어두웠다가도 밤이 오면 생생하게
고개를 들곤 했음을. 한낮 햇살 아래 정확한 현실보다, 한 밤의 흐릿한 빛 번짐 속의
사람을, 도시를, 공기를 사랑했음을.

여기, 숱한 밤을 사는 동안 함께 했던 노래들을 모았다.
나의 기억이 묻은 노랫말들이라, 얼마만큼의 공감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한 번쯤은 우리, 여기 이 노래들을 듣고 같은 느낌을 가진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별자리를 보고 있을지라도, 결국 같은 밤하늘을 보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다시 밤이 온다.

오늘의 나를 보듬어 주어야 할 때다.
느릿느릿 밤의 푸르름을 끌어안고, 나의 음악들을 모아본다. 


PLAY.

그리고,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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