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재즈는 외로운 음악이다. 이것은 재즈 연주자로서 자기 연민이나 고독한 감상을 즐기며 하는 자위에서 나오는 생각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플랫폼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이때, 재즈는 거기에 편입되지 못한 채 홀로 이곳과 저곳 사이를 왕복하며 몸집을 불려 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왕복하는가? 세상의 이쪽 편에서 저쪽 편까지 양극단이다. 사랑, 증오, 결핍, 소모, 충만. 세상 어느 곳을 가도 존재하는 생각과 감정들을 굳이 세상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흡수하고, 마침내는 정화해낸다. 그러나 재즈는 여전히 관심받기 힘든 거인이다. 연주자이든 감상자이든 재즈는 홀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즈만큼 개인적이며 자의적 판단이 우선시되는 음악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 사람의 내면과 사고를 보여주는 즉흥연주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즉흥연주가 탄생하는 과정과 그것을 듣는 이의 감상 과정이 1인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떻게 재즈가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곡은 테마 대신 솔로로 기억되기도 한다. 찰리 파커의 유명한 비밥 곡 'Ko-ko'와 'Kim'을 생각해보자. 'Ko-ko'는 이미 존재하던 'Cherokee'라는 유명한 곡에 그가 즉흥 연주한 것을 그대로 따와 새로운 곡으로 부르는 것인데, 이 생산과정의 순서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찰리 파커의 즉흥연주는 곧 하나의 곡이다'라는 명제를 떠올릴 수 있다.
비밥을 연습하다 보면, 정말 좋은 비밥 솔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테마처럼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든 아이버슨이 찰스 맥퍼슨을 두고 '남아있는 사람들 중 비밥을 연주할 줄 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훌륭한 비밥 즉흥연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곡이 될만하다. 유명한 비밥 곡들의 테마를 살펴보아도 오랜 시간을 거친 정숙함보다는 즉흥적으로 뿜어져 나온 운동감이 더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Confirmation'이나 'Donna Lee'의 주제 멜로디를 살펴보면 테마인 동시에 하나의 솔로처럼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곡의 테마는 즉흥연주의 첫 번째 코러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방법론적으로 따질 때 이런 특징이 클래시컬 음악에서의 푸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바흐의 꿈은 즉석에서 푸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고 하니 즉흥이 곧 곡이 되는 단계인 것이다. 나는 찰리 파커의 즉흥연주 역시 즉석에서 곡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생각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어법으로서 비밥이 구축되는 데 그의 공의 절대적이라 생각한다. 마치 바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찰리 파커는 기존의 코드 체인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차이점이겠다.
찰리 파커의 'Kim'을 생각해보아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가 있다. 이 곡은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 진행 중 하나인'Rhythm Change'에 그가 멜로디를 새로 붙인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곡에서 멜로디를 떼어내고 새로운 멜로디를 붙이는 것을 'Contrafact'라고 하는데 이것은 재즈에서 양산되는 곡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의 곡들이 이러한데 방금 전 언급한 'Ko-ko' 역시 즉흥연주를 곡으로 채택했다지만 기존 곡의 코드에 멜로디를 붙인 것이기 때문에 'Contrafact'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비슷한 결론을 다시 한번 내리게 된다. 찰리 파커의 즉흥연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비밥 곡이며, 그는 언제 어디서든지 'Contrafact'를 양산해 낼 수 있는 재즈계의 바흐였다고 말이다.
*재즈는 엘리트가 아닌 이들이 엘리트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 음악이다. 비록 현대에는 재즈를 위한 수준 높은 커리큘럼이 다양한 기관의 고등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지만, 재즈가 본격적으로 '재즈'스러워질 때의 뮤지션들은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이미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측면에서는 음악을 하기 위한 준비가 모자랐거나, 부족했다. 그러나 그들은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열망이 있었고, 수준 높은 연주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재즈 연주자들은 클래시컬 음악가들 못지않게 공부하고 연구했다. 일례로, 비밥이 탄생한 과정의 일면을 살펴보면 더 많은 코드와 더 많은 음과 더 빠른 템포로 남들이 해내지 못하는 연주적 측면을 압도적으로 강화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지지 않는가.
재즈 뮤지션들의 포섭 대상에는 클래시컬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도 포함되어 있었다. 라틴, 펑크, 소울, 팝, 전자음악까지. 그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좋다'라고 느껴지는 본질적인 청각적 감각을 따라 섭취하고 소화해냈다. 이런 특성은 그들이 후손(생물학적 후손이 아닌 음악적 후손)에게 남겨준 일종의 DNA이다. 오늘날의 재즈 뮤지션들 역시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업을 '언제나', '남들과 다르게',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이행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엘리트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재즈는 언제나 엘리트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