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y Burton - Ring
Artist : Gary Burton
Title : Ring
Record Date : July 23, July 24 1974
Release Date : 1974
Label : ECM
Personnel : Gary Burton - vibraharp, Michael Goodrick - guitar, Pat Metheny - g, electric 12-string guitar, Steve Swallow - Electric Bass, Eberhard Weber - Double Bass, Bob Moses - Drum, Percussion
Track Listing
1. Mevlevia
믹 구드릭의 곡. 루바토로 시작하는 비브라폰과 기타의 선율 연주가 멜랑꼴리한 느낌을 빚어낸다. 그 아래에 깔리는 베이스의 일렁이면서도 몽글거리는 톤이 다가올 멜로디의 등장을 의미심장하게 예견한다. 주 테마는 5/4 박자로 시작하고, 많은 음을 쓰지 않는 듯하다가 갑자기 16분 음표의 라인으로 솟구친다.
개리 버튼과 믹 구드릭의 즉흥연주는 테마 연주 뒤 곧바로 이어지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장하는 정석적인 솔로잉을 보여준다. 여기서 팻 메스니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대위 선율들을 지속적으로 연주해 줌으로써, 정체되어 있지 않고 연속적으로 흐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 앨범은 건반 악기를 배제하고, 두 명의 기타, 두 명의 베이스를 기용한 다소 변칙적 세션 구성으로 만들어졌는데, 두 명의 기타 중 믹 구드릭이 즉흥연주의 전면에 나서고 팻 메스니가 12 현 기타를 포함한 자신의 악기로 일종의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아노와 같이 화성을 장악하는 악기가 없어진 구성에서 선율 위주의 악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음악을 듣는 내내 촘촘히 짜인 거미줄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화성 대신,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선율들의 무수한 교차. 아마 이것이 개리 버튼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2. Unfinished Sympathy
본 앨범에서 Unfinished Sympathy와 이어질 3번, 4번 트랙은 모두 마이클 깁스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작 개리 버튼 자신의 곡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이 곡들이 모두 그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여하간, 마이클 깁스라는 이름은 재즈 공부를 하며 리얼북을 열심히 탐구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거나 어렵게 다가올 수 있을 테다. 그의 곡은 초보자가 듣기에는 난해하며, 화성의 진행이나 박자의 구성 역시 어렵다. 그의 작품은 스윙보다는 락과 아방가르드 음악에 집중되어 있으며 함께 했던 뮤지션 역시 피터 가브리엘, 마이클 맨틀러, 조니 미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포진되어 있다.
이 곡 역시 다른 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박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마디가 지날 때마다 4/8에서 3/8, 2/8로 8분 음표 하나씩을 줄여가고 있다. 이를 합쳐서 9/8박으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pulse, 즉 박동이라고 할 만한 그루브를 파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홀수인 3마디 단위로 된 멜로디와 리듬 루프가 듣는 이들에게 흥미를 줄 수도, 답답함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 리듬 순환을 파악하면 한층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쨌거나 믹 구드릭은 이 구조 위에서 나름의 솔로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사실 내 귀에는 그 역시 종종, 프레이즈가 살짝 비껴나갈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린다.
3. Tunnel of Love
반복되는 베이스와 비브라폰의 연주로 시작점을 잡고, 천천히 멜로디의 구조를 확장해 나가는 곡.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에는 이 곡이 가장 파악하기가 어려웠지만, 두 번, 세 번씩 반복해서 들을수록 숨겨진 재미가 있음을 발견하며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 되어갔다. 느리면 느릴수록 새로운 악기가 새로운 멜로디로 등장할 때의 쾌감이 증폭되는데, 특히 팻 메스니가 그 특유의 톤과 나른함으로 몇 개 되지 않는 음을 길게 뽑아갈 때가 정체불명의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역시도 그렇다. 좋은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계속 듣고 듣게 된달까. Tunnel of Love라는 이름에 걸맞게 홀린 듯이 연주를 듣고 있지만 갑자기 곡이 끝나버리고, 빠져나온 터널을 뒤돌아 보듯이 어안이 벙벙한 느낌으로, 고속도로 같은 4번 트랙과 마주하게 된다.
4. Intrude
밥 모제스의 드럼 솔로가 곡 길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품. 밥 모제스는 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드러머인데, 활동의 시작은 그가 십 대였던 시절 무려 롤랜드 커크와 함께였다. 이미 그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연주자는 개리 버튼의 쿼텟에 합류하면서 날개를 펴기 시작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래리 코리엘, 폴 블레이, 잭 디조넷, 데이브 립먼, 스티브 쿤 등의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전위적인 음악 활동을 펼쳐왔다.
이 곡에서 그의 드럼 연주는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서사적으로 논리성을 갖추었고, 서서히 끓어올라서 정점에 오르기까지의 완급조절 역시 훌륭하다. 중간중간 짧게 나타나는 브레이크가 오히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외성을 부여하고, 그렇게 훌륭한 솔로 연주가 끝나면 마이클 깁스 특유의 냄새가 물씬 나는 어지러운 박자, 반복하는 단순한 리프와 함께 촘촘하게 선율로 짜인 악기들의 앙상블이 시작된다.
5. Silent Spring
앨범에 실린 곡들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개리 버튼의 루바토 연주에 다른 연주자들이 선율 하나씩을 더하고 그 합이 완성되면 3/4의 느리고도 느린 테마 연주가 시작된다. 칼라 블레이의 곡으로 우울한 서정을 담고 있는 이 곡 안에서 연주자들은 각자 맡은 즉흥연주에서 매우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지 템포의 문제라기보다는 곡 자체가 연주자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베이시스트 드류 그레스가 학생과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좋은 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그는 '연주자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곡'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 곡이 드류 그레스의 답변에 첨부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3/4로 이루어진 파트가 끝나고 나면 다시 루바토 연주가 시작되는데 묘하게 깔린 배경음들 위로 베이스가 마지막 즉흥연주를 펼친다. 이것은 엔딩으로만 취급될 것이 아니라 처음에 시작되었던 개리 버튼의 루바토 연주와 테마에 대한 대답이자,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멜로디의 등장을 예비하는 역할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6. The Colours of Chloe
이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베이시스트 에버하드 베버의 곡으로 유명한 'The Colours of Chloe'가 마지막 트랙이다. 그의 전위적이자 전방위적인 음악 활동은 다양한 결과물을 낳았고, 비교적 최근에 ECM에서 그를 기념하는 앨범도 발매가 된 적이 있었다. 유러피언 재즈 뮤지션 특유의 이지적이면서도 치밀한 작곡과 연주가 인상적이며, 그에 화답하듯이 이 곡에서의 개리 버튼과 믹 구드릭의 즉흥연주가 흥미로운 측면을 담고 있다. 아래에 개리 버튼과 믹 구드릭의 즉흥 연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uOhNlg6hhs&t=6s
https://www.youtube.com/watch?v=royaJjYMB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