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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Mar 07.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4마디

Al Haig-<Al Haig Trio[Period]>



Artist - Al Haig


Title : Al Haig Trio[Period]


Release Date : December 29, 1954


Label : Fresh Sound




Personnel 


Al Haig - piano


Bill Crow - bass


Lee Abrams - drums





Track Listing


1. Just One of Those Things


 알 헤이그는 강렬한 첫 인트로를 통해서 자신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뽐낸다. 매우 빠른 업템포(또는 ‘Fast Swing’이라고도 표현)가 듣는 이를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고, 분명히 비밥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이전 시대의 향취를 떠올리게도 하는 연주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버드 파웰과 아트 테이텀 사이의 어딘가인 듯, 자신의 거처를 정한 것처럼 반복되는 프레이징으로 곡 전체를 감싸는 중이다. 컴핑은 모던재즈 시대의 정석적 모양이라기보다는 쉘 보이싱과 단음(Single Tone)을 사용하여 퍼커시브한 느낌을 주는 편이다. 아래에 그의 즉흥연주 채보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JdWAhAPmu8




2. Yardbird Suite


 찰리 파커의 곡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축에 드는 곡이다. 테마 연주에서는 음역대를 바꿔가며 연주하고 즉흥연주에서는 찰리 파커의 움직임을 조금씩 엿볼 수 있는 라인들이 나오기도 한다. 

 알 헤이그가 활동하던 동시대에 워낙 기념비적인 개척자의 모습으로 있던 피아니스트가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훌륭한 스윙감과 테크닉을 지닌 연주자가 덜 언급되는 것이 아쉽다. 어쩌면 백인이라는 인종적 특성이 역차별을 불렀던 건 아닐까, 라고 섣부른 추측도 해보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3. Taboo


 테마는 라틴 리듬으로 연주하지만 즉흥연주는 스윙으로만 진행된다. 그 점이 듣는 입장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지만, 어쨌거나 알 헤이그의 솜씨는 훌륭하다. 글리산도를 활용해서 공간을 채우는 아이디어나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공간감을 살리는 것, 완벽하지는 않아도 여기저기서 엿보이는 블록 코드의 흔적, ‘Sing, Sing, Sing'의 테마를 군데군데에 배치해 즉흥연주의 라인으로 삼는 등 자세히 들어보면 세심한 배치와 구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4. Mighty Like a Rose


 알 헤이그의 앨범을 들으며 묘한 기시감을 종종 느꼈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아낸 것이 바로 이 곡의 아름다운 인트로였다. 나는 알 헤이그의 현란한 손가락과 묘하게 가운데가 빈 듯한 피아노 톤, 발라드 연주에서 들리는 호흡에서 또 다른 비밥 선구자이자 백인 피아니스트인 햄튼 호즈(Hampton Hawes)를 느꼈던 것이다. 다만 햄튼 호즈에 비해서 알 헤이그의 솜씨는 좀 더 정제되어 있고 깔끔한 느낌이다. 그런 특유의 정갈함이 어쩌면 그에게 칵테일 피아니스트라는 오명을 붙였을지도.



5. 'S Wonderful


 조지 거슈윈의 유명한 스탠더드를 미디엄 템포의 스윙에서 아름답게 연주해낸다. 테마에서는 블록 코드의 사용이 두드러지고, 즉흥연주에서는 멜로디컬한 라인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론 알 헤이그스러운 속주 라인들도 등장하며 듣는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그가 사용하는 테크닉들을 듣는 것은 비밥과 스윙의 양 측면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책을 읽는 것과도 같다.



6. Just You, Just Me


 1번 트랙인 ‘Just One of Those Things' 못지않게 빠른 템포에 전형적인 비밥 언어를 사용하는 곡이다. 왼손 컴핑 역시 근음을 포함한 쉘 보이싱과 공간을 채우는 롱톤 등 다양한 패턴을 선보인다. 


 이쯤이면 알의 뒤를 받쳐 탄탄한 리듬을 유지해 주는 두 명의 리듬 세션에게 공을 돌릴 때도 되었다. 사실 ’Al Haig Trio'라는 앨범은 본 앨범보다 ‘Esoteric'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녹음이 더 유명하다. ’Al Haig Trio[Esoteric]'에 도 동일한 리듬 세션인 Bill Crow와 Lee Abrams가 참여해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움 비밥의 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리더인 알 헤이그처럼 이 두 사람도 큰 주목을 받은 연주자인 편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재즈사에서 꽤 굵직한 축을 담당해온 베테랑들이다. Bill Crow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사랑하는 사이드맨이자 제리 멀리건의 밴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장인이며, Lee Abrams(본명은 Leon Abramson) 역시 로이 엘드리지, 콜먼 호킨스 같은 대가들의 사이드맨으로 활약한 연주자다. 그들이 남긴 소중한 기록이 이렇게 남아 있어 그저 다행일 따름이다.



7. The Moon Was Yellow


 A 파트에는 라틴 리듬이, B 파트에는 스윙이 배치되는 전형적인 스탠더드의 모습이다. 즉흥연주는 역시 스윙 리듬에서만 이루어지고, 알 헤이그는 다른 곡들에 비해 다소 자유분방하고 흐트러진 듯한 모습으로 건반을 누른다.



8. 'Round About Midnight


 셀로니어스 몽크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 그러나 그 유명한 곡의 유명한 인트로를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고 나름의 편곡을 가해 연주한다. 알 헤이그의 왼손을 잘 들어보면 일종의 대위 선율을 연주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첫 부분의 테마 연주야 다들 그러하듯 고요하며 일정한 박동을 따라가는 얌전한 모양새지만, 즉흥연주가 시작되고 나면 점차 동세를 달리하는 컨셉이 흥미롭다. 느린 템포에서도 적당히 박자마다 강세를 주어가며 스윙 리듬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노를 저어 나아가는 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옥타브와 더블 타임을 짧게 시도하며 한 곡 안에 다양한 질감을 배치하는 구성도 주목해 들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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