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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Mar 29.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5마디

Miles Davis-Birth of the Cool



Artist - Miles Davis


Title : Birth of the Cool


Record Date : January 21 and April 22, 1949 & March 9, 1950


Release Date : February, 1957


Label : Capitol


Personnel 


January 21, 1949 – "Jeru", "Move", "Godchild", "Budo"

Miles Davis – trumpet


Kai Winding – trombone


Junior Collins – French horn


Bill Barber – tuba


Lee Konitz – alto saxophone


Gerry Mulligan – baritone saxophone


Al Haig – piano


Joe Shulman – bass


Max Roach – drums


April 22, 1949 – "Venus De Milo", "Rouge", "Boplicity", "Israel"


Miles Davis – trumpet


J. J. Johnson – trombone


Sandy Siegelstein – French horn


Bill Barber – tuba


Lee Konitz – alto saxophone


Gerry Mulligan – baritone saxophone


John Lewis – piano


Nelson Boyd – bass


Kenny Clarke – drums


March 9, 1950 – "Deception", "Rocker", "Moon Dreams", "Darn That Dream"


Miles Davis – trumpet


J. J. Johnson – trombone


Gunther Schuller – French horn


Bill Barber – tuba


Lee Konitz – alto saxophone


Gerry Mulligan – baritone saxophone


John Lewis – piano


Al McKibbon – bass


Max Roach – drums


Kenny Hagood – vocal (on "Darn That Dream" only)


Track Listing


1. Move

2. Jeru

3. Moon Dreams

4. Venus De Milo

5. Budo

6. Deception

7. Godchild

8. Boplicity

9. Rocker

10. Israel

11. Rouge

12. Darn that Dream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해 쓰는 것으로 갈음한다.


*6번 트랙 Deception에서 마일즈 데이비스가 한 즉흥연주 채보 파일과 영상 링크를 아래에 첨부한다.


https://youtu.be/XJ2m6njg05c



 생각해 보면 마일즈 데이비스는 변화를 맞이하는 모서리의 꼭짓점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었다. 조금 더 특기할 만한 사항은, 변화해 가는 흐름의 선봉까지는 아니어도 그 가운데 굵직한 줄기를 이루어 함께 공명했다는 점. 마일즈가 뛰어났던 것은 음악을 인식하고 인지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남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여명을 캐치하고 그 밝기에 맞는 최적의 인재를 찾아 배치하는 용병술이었다. 이미 최고의 앨범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 본작을 굳이 집어 든 것은 음악의 뛰어남뿐만 아니라 마일즈가 택한 처세의 기민함, 언제나 새로운 것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면서도 전략적으로 움직이려 했던 처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이 앨범은 고정된 크루로 녹음되지 않았다. 총 세 번의 녹음에 매번 다른 인재들이 고용되었다. 많은 수의 리허설을 통해 연주를 가다듬은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세션들이 완벽하게 합을 맞추었다기에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세션들은 마일즈의 의도에 따라 호출을 받았고, 그에 맞게 연주했다. 세 번의 레코딩에서 고정 멤버로 있었던 사람은 마일즈 자신과 편곡자인 길 에반스, 알토 색소폰 연주자인 리 코니츠, 바리톤 색소폰 연주자 제리 멀리건, 튜바 연주자 빌 바버였고, 리듬 섹션 자리는 존 루이스와 알 헤이그, 맥스 로치, 케니 클락, 알 맥키본, 넬슨 보이드, 조 셜먼 등 모던 재즈 시대의 굵직한 연주자들이 돌아가며 차지했다.


 그러나 결국 이 밴드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멤버는 마일즈와 길 에번스뿐이다. 'Birth of the Cool'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이미 씐 'written score'를 가지고 재즈 연주자들이 즉흥연주와 메인 테마의 역전된 비율을 경험했다는 데 있다. 비밥이 주류를 차지하던 당시의 뉴욕 재즈 신은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를 위시로 하여 빠르고 기술적인 즉흥연주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많은 연주자가 연주력을 경쟁하던 시기였다. 마일즈 역시 한때 찰리와 디지의 옆에서 그 영향력의 분사를 경험했었고 말이다. 메인 테마, 주제 멜로디의 강조는 뒤로 한 채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라인의 현란함과 다소 현학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화성의 분해와 재조립은 작곡자보다는 연주자 중심의 음악에 맞는 작업이었고, 그렇게 연주자에게 영광을 가져오는 일이 실제 비밥의 소명이기도 했다. 그 일이 소위 ‘딴따라’에서 예술가가 되고자 했던 이들의 창세기적 몸부림이었다면, ‘Third Stream’(클래시컬 음악의 영향을 받아 작곡과 연주에 있어 우아함과 세련됨, 숙련, 숙고를 거친 구성을 강조)의 한 움직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본 앨범은, 과장하자면 출애굽기적이다. 어디서 탈출하는가를 묻는다면, 비밥의 긴장된 사운드라고 답하겠다. 비밥의 사운드가 가진 긴장은 단지 연주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 배경을 꾸리는 연주자들의 광포한 집착, 경쟁, 살아남기 위한, 인정받기 위한 극도의 단련까지. 비밥은 삶으로서도 연주로서도 긴장과 수축 그 자체였다. 


 마일즈는 그걸 연주 인생의 전부로 삼지 않았다. 다른 것을 원했고, 그것을 찾으려 했다. 그와 길 에반스는 클로드 쏜힐의 재즈 오케스트라를 통해 클래시컬 음악과 악기 배치의 고안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그처럼 많은 인원을 대동하지는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화성을 운용하고자 했다. 대위법의 사용, 관악기의 일관된 유니즌 사용 거부, 연속된 투 파이브 진행 대신 일반적이지 않은 성질의 코드를 섞는 등, 두 사람의 작법은 ‘작가주의’적이라고 할 만하다. 무대 뒤 ‘딴따라’가 ‘연주자’로, ‘연주자’가 ‘작곡가’로 변모하는 과정은 이렇듯 기성을 거부하고 보이지 않는 흐름을 잡아내는 날카로운 눈에 의해 가능한 것이 됐다.


 그러나, 이들의 작곡과 연주가 완전히 기존의 질서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주제는 유명한 비밥곡을 변형하거나 코드를 바꾼 것, 또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었다. 즉흥연주 역시 비밥 랭귀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양이 많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여기서 느껴지는 것이 비밥의 뜨거움이 아니라 차분하고 침잠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라는 점이다. 앨범의 타이틀이 이야기하듯, 이른바 ‘쿨’의 탄생. 여기에는 리 코니츠와 제리 멀리건의 음악적 태도와 접근이 분명히 일조하고 있으며, 즉흥연주 아래 배치된 관악 파트의 연주나 존 루이스를 필두로 한 리듬 세션들의 적극적인 동조 역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흑인이면 비밥이고 백인이면 쿨이다’,라는 이야기는 적어도 이 앨범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쿨’이었다. 아, 어쩌면 맥스 로치 정도는 홀로 ‘핫’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이제 다시 현대로 돌아와 케케묵은 질문에 답할 차례다. 재즈는 죽어가고 있는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으니 재즈는 끝이고, 사람들이 더 이상 듣지 않으니 재즈는 멸종할 것인가? 나라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내 알 바 아니고, 당신의 알 바도 아니다. 내버려 두면 어디선가 괴이하고 불온한 생각으로 참신한 것을 만들어오는 뮤지션들이 분명 나올 것이다.  설령 미래의 재즈가 오늘날의 모습을 완전히 잃는다고, 혹은 버린다고 해도 괜찮다. 재즈는 늘 그렇게 보이는 않는 곳에서 뿌리내릴 새로운 땅을 찾아 번식해왔다. 마일즈는 새로운 땅을 찾는 개척자 중의 하나였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뮤지션이었다고 해도 혼자 재즈를 책임져 온 것도 아니다. 재즈의 생명력은 토양의 척박함과 그것이 유발하는 종의 다양성에서 온다. 이는 척박할수록 삶을 살아내야 하는 여러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계속 재즈를 하고 싶은 음악인이라면 열심히, 뜻이 맞는 동료를 모아 이런저런 걸 하면 되고, 재즈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호가라면, 그만둬도 된다. 그저 다음에 올 Birth of the ‘?’ 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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