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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Apr 11.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6마디

Tim Berne-<Electric and Acoustic Hard..>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40자 입력 한계로 정확한 앨범명을 아래에 기재한다.





Artist - Tim Berne


Title : Electric and Acoustic Hard Cell Live


Record Date : 2004


Release Date : 2004


Label : Screwgun



Personnel 


Tim Berne - Alto Saxophone, Baritone Saxophone


Craig Taborn - Piano, Keyboard, Electronics


Tom Rainey - Drums


Track Listing


1. Van Gundy's Retreat


2. Huevos


3. Traction


4. Manatee Woman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한 평으로 갈음한다.



 팀 번은 언제나 직선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연주자다. 비타협이나 불관용을 일삼는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의 음악을 추구해온 경력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팀 번의 주변에는 항상 든든한 조력자들이 함께 해왔다. 본 앨범에 함께한 크레익 태번과 탐 레이니뿐 아니라 마크 드레서, 크리스 스피드, 빌 프리셀, 마릴린 크리스펠 등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그의 곁에 함께 하며 서로의 무게중심이 되어 주었다.


 본 앨범은 두 개의 장소에서 녹음된 4개의 트랙을 한 데 묶어 발매한 작품으로 1번과 3번 트랙은 브루클린의 스튜디오에서 관객을 앞에 두고 연주된 실황이며, 2번과 4번 트랙은 엣지페스트 페스티벌을 맞아 클럽에서 연주된 실황이다. 다만 라이브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하지 않은 장비로 진행된 탓인지 음질이 좋지는 않다. 이 때문에 부틀렉(음악가의 동의와 권한 승인 없이 녹음된 일종의 ‘해적판’)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음질과는 상관없이 이 하드셀 멤버, 즉 팀 번, 크레익 태번, 탐 레이니 세 사람은 최첨단의 시도와 기술, 정신력으로 무장해 오늘날까지도 쉽게 발견하기 힘든 선례를 남겼다.


 ‘Hard Cell’은 팀 번을 리더로 하여 앞서 언급한 두 명의 연주자를 팀원으로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며 본 앨범 외에도 여러 스튜디오 녹음을 남기는 성과를 보인 바 있다. 특이하게도 베이스가 생략된 이 트리오 구성은 음악을 듣는 순간 조합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게 만든다. 빈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이 세 사람은 애당초 빈 곳 따위를 걱정하게 만들 실력이 아니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그들은 허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빽빽한 질감은 찰흙처럼 청각을 메운다. 비록 나중에 등장할 서술이 동어반복이 될지언정,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크레익 태번의 공이 혁혁하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각종 신서사이저와 음향 장비를 다루는데 탁월한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날 가장 전방위적으로 무장된 음악가다. 전통과 첨단을 모두 섭렵한 현대의 피아니스트 한 명만 꼽으라면, 내게는 오직 크레익 태번뿐이다.


 그러나 'Hard Cell'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팀 번의 작곡 실력이다. 단 한순간도 뻔하거나 상투적인 궤를 따라가지 않고(물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지점들이 종종 발생하긴 한다) 대담하고 도발적인 멜로디를 참신한 리듬에 섞어 공격하듯 관객에게 던진다. 'Odd Meter'라고 부르는 홀수박의 곡에서도 팀 번의 작법이 돋보이는데, 너무 어려운 나머지 본인도 리듬을 장악하지 못한다거나, 관습적인 비트를 사용하여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등의 실수 없이 긴 음과 짧은 음을 매끄럽게 조합해 마디 사이의 재봉선을 감추는 솜씨가 감탄스럽다. 



 이런 종류의 곡들은 무작정 카피한다고 비슷하게라도 따라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크레익 태번과 탐 레이니의 리듬 조율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 어떤 박자와 화성에서든지 민첩하게 반응하는 두 사람의 테크닉은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며, 탐 레이니 특유의 강렬하고 타격감 있는 드러밍에 크레익 태번의 사운드 메이킹이 아귀를 맞추는 매 순간이 짜릿하다. 결코 쉽지 않은 팀 번의 곡에서 크레익의 왼손이 복잡다단한 선율과 리듬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혹사당하는 듯싶지만 그는 실수하지 않는다(어쩌면 티를 내지 않는다). 


 연주 외적으로 부러운 것은 공연 실황에서 느껴지는 관객들의 열띤 태도다.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고 받아들이기 용이한 음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세 사람을 둘러싼 관객들의 열기와 긴장감이 조악한 음질을 뚫고 들어온다. 마치 모두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솔로가 끝나고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하는 이들의 소리가 연주 못지않게 감격스럽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말고는 문제가 아니다. 진심으로 음악에 자신을 투구하는 장인들의 헌신에 기꺼이 반응할 줄 아는 관객의 열린 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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