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ry Mulligan&Ben Webster - Gerry..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글자 수 입력 한계로 정확한 앨범명을 아래에 기재한다.
Artist - Gerry Mulligan, Ben Webster
Title : Gerry Mulligan Meets Ben Webster
Record Date : November 3, December 2, 1959
Release Date : 1960
Label : Verve
Personnel
Gerry Mulligan - Baritone Saxophone
Ben Webster - Tenor Saxophone
Jimmy Rowles - Piano
Leroy Vinnegar - Bass
Mel Louis - Drums
Track Listing
1. Chelsea Bridge
많은 이들이 'Chelsea Bridge'를 연주하고 녹음했지만 나는 본 앨범에 수록된 버전을 무조건 다섯 손가락, 아니 어쩌면 세 손가락 안에 꼽겠다. 이토록 아름다운 편성과 편곡, 연주력이라니.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리듬 섹션은 보편적이지만 그 위에 테너 색소폰과 바리톤 색소폰의 듀오를 얹는 조합은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하물며 그 어우러짐이 뛰어나다면 어떻게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겠는가.
벤 웹스터의 일렁이는 듯한 테마 연주 아래 그르렁 거리는 제리 멀리건의 반주가 곁들여지면 극히 드문, 기묘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손으로 잡고 쓸어보고 싶을 정도. 기묘하다,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뒤이어 이어질 다른 트랙의 감상평에서 조금 더 길게 이야기해 보겠다.
2. The Cat Walk
지미 롤즈와 르로이 빈네거의 인트로 연주는 전형적이라고 할 만큼 스윙에 천착해 있고, 제리와 벤의 화음 연주 또한 그런 무드를 쉽게 저버리지 않고 즉흥연주에까지 끌어들이며 흥겨움을 유지한다.
르로이 빈네거는 자신이 워킹 베이스의 적자임을 자처하는 인물로 이 앨범 속에서도 굳건한 4비트 워킹 베이스 느낌을 진하게 풍긴다. 짧게 등장하는 그의 솔로는 드물게 워킹 베이스 스타일이 아닌 셈. 앨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의 솔로는 대부분 워킹 베이스다.
3. Sunday
지미 롤즈의 고풍스러운 스윙 연주가 인트로에 묻어나고 제리와 벤의 아름다운 테마 연주가 시작된다. 1번 트랙 ‘Chelsea Bridge'에서 내가 기묘한 아름다움이라고 언급했었던 이유를 이 두 사람의 즉흥연주에서 찾을 수 있다.
제리와 벤의 즉흥연주를 잘 들어보자. 제리는 전형적인 밥(Bop)의 언어를 사용해 즉흥연주를 만들어낸다. 쿨재즈의 주요한 기수답게 그는 차분한 태도로 논리적이고 규칙적인 밥 연주를 규격에 맞게 해낸다. 아래에 제리와 벤의 즉흥연주 채보 파일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그런데 벤의 연주는 어떠한가? 리듬은 일관적이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흐르는 듯 하며 호흡은 많이 길거나 많이 짧다. 그는 비밥, 즉 모던 재즈 이전의 시대에서 했을 법한 즉흥연주를 하고 있다. 문법 대신 느낌으로, 규칙 대신 멜로디로, 촘촘한 프레이즈 대신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는 것이 그의 솔로다.
이렇게 상반되는 느낌의 솔로가 어떤 리듬 연주 위에서 펼쳐지는가? 템포에 상관없이 언제나 쿨한 매너와 무드를 유지하는 멜 루이스, 끈적거리는 올드 스윙의 혈통을 가진 지미 롤즈와 르로이 빈네거의 조합이다. 두 명의 리더도, 세 명의 리듬 섹션도 모두 대조적인 자세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훌륭하다. 누운 사람과 선 사람이 섞여 인상적 풍경이 되듯. 나는 이로 인해 기묘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4. Who's Got Rhythm
미디엄 템포의 리듬 체인지 곡으로 앞서 언급한 제리 멀리건과 벤 웹스터의 솔로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며 들으면 한층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들리는 벤 웹스터의 호탕한 웃음소리 또는 기합소리도 잔잔한 웃음 포인트.
지미 롤즈의 솔로는 쿨한 무드를 유지하며 넘치지 않는 절제를 보여주고 르로이의 솔로는 워킹베이스로만 이루어지는데 간간이 들리는 기교를 제외하고는 평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그가 사용하는 라인이 분명한 의도 아래에 연주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5. Tell Me When
제리와 벤이 테마를 어떤 구성으로 연주하는지를 듣는 것도 이 앨범의 중요한 감상 지점이다. ‘Tell Me When'은 벤 웹스터의 테마를 보조하는 제리 멀리건의 대위적 선율 연주가 유독 아름다운 곡이다. 더불어 벤이 가지고 있는 고풍스러운 아티큘레이션과 올드 스윙의 무드가 더없이 잘 살아나는 발라드이기도 하다. 멜 루이스는 거의 들리지 않을 듯이 브러시를 사용하여 극저의 볼륨을 유지하는데 이 들릴 듯 말 듯 한 동세가 아름답기도 하다.
6. Go Home
슬로우 스윙 템포에서의 G key 블루스. 이전 곡에 이어 벤 웹스터의 매력이 더욱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멜 루이스의 스네어와 킥이 다른 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칠어져서 드라이브하는 듯한 추돌감이 강하다. 그러나 그의 템포는 이 곡뿐 아니라 모든 트랙에서 철저히 일관적이다. 오케스트라와 빅밴드 활동으로 다져진 그의 템포 조절은 칼 같고 완벽해서 쿨재즈에 더없이 어울리는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일조한다.
7. In A Mellowtone
이번 테마 연주 순서는 제리 멀리건이다. 마치 베이스 성악가가 노래하듯 중후하고 두꺼운 톤으로, 뒤뚱거리는 모양새로 그의 바리톤 색소폰이 노래한다. 늘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악기와 분위기로 감상하던 ’In a Mellow Tone'이 이렇게도 변모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 즐겁다. 거기에 제리의 솔로 아래 겹쳐지는 벤 웹스터의 흥얼거림까지. 쿨과 올드 스윙의 만남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적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8.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
깔끔하고 단정한 톤, 정확한 피치와 리듬이 주류인 현재의 재즈 색소폰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 여기에 있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연주자의 악흥을 자연스럽고 순박하게 내보이는, 짙은 기교. 벤 웹스터의 호흡과 운지 속에 있다.
9. For Bessie
인트로에 등장하는 지미 롤즈의 피아노는 아주 예스럽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나는 그의 올드스쿨 스타일이 반가울 뿐 아니라 이 앙상블에서 꽤나 큰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제리와 멜 위주의 젠틀한 매너 속에서 벤 웹스터의 소울과 함께 어울려줄 사람으로 지미 롤즈는 제격인 인물이었다.
10. Fajista
강한 4비트의 인트로와 상반되는 전형적인 밥(Bop) 스타일의 테마로 집중도가 한껏 상승한다. 이전 트랙들에 비해 확연히 수직적인 느낌의 코드 진행이 많고 템포도 빠르지만 여기에서도 벤 웹스터의 연주는 본래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중이다.
본 앨범에서 다수의 트랙은 색소폰-피아노-색소폰의 즉흥연주 순서를 고집하는데, 두 대의 색소폰 사이에 피아노 즉흥연주를 넣은 것은 일종의 환기 역할을 하며 청자의 귀에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전략으로 보인다.
11. Blues in B Flat
테마 연주에서의 코드 배치가 특이한 곡이다. 고의로 8마디로 단락이 나뉘는 곡처럼 코드 진행을 꾸며서 9마디와 10마디에서의 II-V 진행을 없앴다. 그러다 보니 전형적인 블루스 진행에서 느끼는 해결감이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난 채로 발생한다. 연주자들의 즉흥연주는 보편적인 블루스 코드 진행이지만 테마 연주에서만큼은 낯설어지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신선함을 가져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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