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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May 26.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9마디

Geri Allen-The Life of a song

Artist - Geri Allen

​Title : The Life of a Song

Record Date : January 16&17, 2004

​Release Date : August 24, 2004

Label : Telarc

​​


Personnel

Geri Allen - Piano

Dave Holland - Bass

Jack Dejohnette - Drums

Marcus​ Belgrave - Flugelhorn(Track 11)

Dwight Andrews - Saxophone(Track 11)

Clifton Anderson - Trombone(Track 11)​​



Track Listing

1. LWB's House(The Remix)

  4도 간격으로 움직이는 인상적 피아노 리프 위에 불협화음과 협화음을 오가는 멜로디가 옥타브로 연주된다. 잭 디조넷의 드러밍이 둥글면서 통통 튀는 그루브로 잘게 쪼개지는 질감을 멋지게 구현해 내고 있고 데이브 홀랜드의 리듬 역시 탄탄하다. B 파트의 진행 이후에 피아노 리프가 다시 등장하는데, 제리 앨런의 즉흥연주가 곧바로 그 위에서 펼쳐지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작곡에 있어 핵심이 되거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장치를 놓치지 않고 유지하려 애쓰기 마련인데, 이 곡에서는 그런 관용어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후반부에 등장하는 테마의 반복을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듯하다.

2. Mounts and Mountains

 본 앨범에 대한 평단의 높은 평가에는 대개 이런 코멘트가 따라붙는다. ‘스탠더드와 오리지널(자작곡)의 조화’. 그 평가에 어울리는 제리 앨런의 멋진 곡이다. 서정적인 코드 진행과 멜로디, 미디엄 템포에서 질주하는 듯한 제리 앨런의 즉흥연주는 자칫하다간 궤도에서 이탈할 것 같지만, 든든한 두 사람의 리듬 섹션은 그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합을 유지한다. 앨범이 발매된 연도가 2004년인 것을 고려하면 아마 세 사람 모두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을 시기일 터. 우리가 피아노 트리오에서 꿈꾸는 멋진 사운드를 빈틈없이 구현해낸 수작이다.

3. Lush Life

 빌리 스트레이혼의 곡인 동시에 콜트레인의 연주로 유명한 스탠더드. 제리 앨런은 곡의 초반부를 솔로 피아노로 연주했는데, 원곡의 가사를 안다면 그녀의 피아노에서 느껴지는 근원 모를 쓸쓸함과 옅은 우울함을 한층 더 증폭시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 제리 앨런의 피아노 인트로 연주 채보 파일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youtu.be/jf_dPYoB1Xw

 막상 트리오 연주가 시작되면 매우 기술적인 방식으로 테마가 연주되는데, 느린 템포에서 메트릭 모듈레이션을 이용하며 6/8박자와 4/4박자를 오가는 난이도 있는 방식이다. 즉흥연주에서도 이 컨셉은 유지되며 데이브 홀랜드와 제리 앨런의 순서대로 솔로가 끝나면 테마 반복 없이 피아노의 아웃트로 연주로 곡이 마무리된다.

4. In Appreciation: A Celebration Song

 제리 앨런의 음악적인 기반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그녀의 자작곡이다. 제리는 M-BASE(macro-basic array of structured extemporization) 계열의 음악인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인물이지만 우리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스타일은 펑크와 가스펠이다. 모던한 재즈 어법을 구사하면서도 기본적 그루브와 접근을 펑크로 시작하는 것, 가스펠 느낌의 화성 진행을 능숙하게 풀어내는 시도는 결이 다른 여러 개의 층을 쌓아 세련된 사운드를 만드는 기술의 일종이다. 2000년대 초반 재즈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5. The Experimental Movement

 포스트 밥으로서의 미덕을 두루두루 갖춘 곡이다. 창의적이면서도 일탈하지 않으며, 실험적이면서도 파괴적이지 않은 화성의 사용, 꾸준히 스윙을 사용하면서도 쉽게 질리거나 같은 느낌으로 일관한다는 느낌을 피하는 리듬(사실 이것은 잭 디조넷의 공이 크다), 데이브 홀랜드에서 제리 앨런으로 이어지는 즉흥연주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연주자들의 인터플레이까지. 거기에 제리의 솔로는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오늘날에 와서 들어도 어딘지 모르게 참신하다는 느낌을 준다.

6. Holdin' Court

 본 곡과 1번 트랙이었던 ‘LWB's House'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 본다면 제리 앨런 특유의 작법이라고 할 만한 것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직관적이고 직선적인 그루브에 조성의 중심을 살짝 비껴나가는 멜로디의 사용이 그것이다. 리듬은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고 멜로디는 친숙한 듯 아닌 듯 만들어 새로운 느낌을 창조해 내는 것. 이런 방식의 작법이 전에 없던 완벽한 새로움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언제나 문제는 ’그래서 듣기 좋은가?‘이다. 제리는 그 점에서 매번 무난히 결승점을 통과해왔다.​


7. Dance of the Infidels

 버드 파웰의 곡을 완전히 다른 질감과 방식으로 재해석해낸 버전. 'Lush Life'에 이어 앨범에 수록된 두 번째 스탠더드 곡이며 이런 종류의 스탠더드가 재해석을 통해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 발견하게 되는 트랙.

 스탠더드에 으레 따라붙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이미지가 파훼되는 것은 원곡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 스탠더드 연주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선입견을 제거하고 마치 오늘 새로 나온 곡을 듣듯이 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리 앨런의 스탠더드 연주는 비단 이 곡뿐만 아니라 다른 트랙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지경을 열어 보이고 있다.

8. Unconditional Love

 제리 앨런이 사망한지 벌써 6년째다. 당시 그녀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기엔 음악도, 삶도 잘 몰랐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며 제리가 남긴 음악들과 기록을 경험할수록 뒤늦은 애도를 더하고 더하게 되었달까. 60세라는 이른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것도 그렇지만 그녀가 더 들려줄 수 있었던 미래의 음악들을 상실한 것도 개인적으로 몹시 슬픈 지점이다. 그녀는 더 많은 이들에게 ‘Guru'가 되어줄 수 있었다.

 ‘Unconditional Love'는 들을 때마다 이런 감상적인 부분을 억지로 꼬집어내게 만드는 곡이다. 특히나 데이브 홀랜드의 규칙적인 베이스라인이 무뚝뚝한 사람의 슬픔처럼 다가온다.​


9. The Life of a Song

 ‘삶의 노래’가 아니라 ‘노래의 삶’이라니. 이미 제목을 통해 하고픈 말을 전달하는 제리 앨런이다. 노래의 탄생과 그 탄생이 가지는 의미,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인 동시에 그녀가 음악에 대해 갖는 애정을 드러내는 셈이다.

 곡 자체도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짜여 있으며 그 개성이 데이브 홀랜드의 견고한 연주력을 등에 업고 살아난다. ​


10. Black Bottom

  본 앨범에 등장하는 곡들은 멜로디 연주에 있어 베이스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는 편인데, ‘Black Bottom'역시 그러하다. 쭉쭉 뻗어나가는 직선적인 그루브에 단순한 멜로디가 엉겨 붙고 즉흥연주 역시 많은 말을 쏟아내기보다는 주로 순간의 악흥에 의지하는 모양새다.

11. Soul Eyes

  마지막 트랙이자 앨범에 수록된 세 번째 스탠더드로 맬 왈드론의 작품이다. 제리 앨런의 단단한 듯 건조한듯한 타건이 ‘Lush Life'에서처럼 다소 경도를 누그러뜨리고, 공간을 살짝 비워둔다. 그 사이를 파고드는 잭 디조넷의 라이딩과 심벌 연주에 잠시 한눈이 팔렸다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관악기의 서정적인 음색에 반가운 놀라움을 마주한다. 아마도 플루겔혼 인듯하며,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악기인 색소폰과 트럼본이 합류하며 특별한 즉흥연주 없이도 곡의 미적인 마무리가 가능함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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