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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Feb 21.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3마디

Horace Silver -<Horace Silver and the..>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글자수 한계로 아래에 앨범의 전체 타이틀을 기재한다.




Artist - Horace Silver


Title : Horace Silver and the Jazz Messengers


Record Date : - December 13, 1954(track 1,2,3,8), February 6, 1955 (track 4,5,6,7)


Release Date : October 1956


Label : Blue Note




Personnel 


Horace Silver - piano


Doug Watkins - bass


Art Blakey - drum


Kenny Dorham - trumpet


Hank Mobley - tenor saxophone





Track Listing


1. Room 608


 A 파트는 리듬 체인지의 코드 진행을 재현하지만 B 파트는 Eb과 Gb을 목적지로 하는 투 파이브 원 방식의 화성 진행을 채택하고 있다. 호레이스 실버를 위시한 재즈 메신저스의 멤버들 역량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 앨범이 하드밥의 스타일과 기세 확립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기억해야 한다. 


 케니 더햄과 행크 모블리는 각 파트에서 기념비적인 인물이자 하드밥에서 각 악기가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모범적인 전형을 제시했고, 아트 블래키의 드럼은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색이 바래지 않는 전설이지 않은가.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호레이스 실버의 리듬 운용이다. 케니 더햄의 연주에 동반되는 실버의 컴핑은 16분 음표에 가까운 느낌으로 잘게 쪼개지지만 그렇게 특이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실버가 본인의 즉흥연주에서 선보이는 왼손 컴핑은 매우 독창적인데 완전 5도로 오프 비트에만 쾅쾅 찍어대는 스타일이 그것이다. 이 음들은 화성적으로 매우 세련되거나 숙고를 거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하드밥의 강렬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리듬에만 치우친 모양새인데, 이 선택이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하드밥의 리듬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싶다.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호레이스 실버의 작곡 솜씨다. 그는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획기적인 방식의 화성 사용과 구성을 시도한 사람이다. 재즈 메신저스와 함께 했을 때에도 그런 면모를 종종 보여주지만, 그의 후기로 갈수록 생각지 못한 멋진 작품들을 보여주니 기회가 된다면 감상하기를 권한다.


 아래에 케니 더햄, 호레이스 실버, 행크 모블리, 아트 블래키의 즉흥연주와 케니 더햄의 솔로에 덧붙여진 실버의 컴핑 채보 파일을 첨부한다.


https://youtu.be/PNdGfu1C4os



2. Creepin' In


 본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빠른 곡과 느린 곡이 거의 1:1의 비율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1번 트랙의 속도감은 사라지고 블루지한 느낌이 가득한 멜로디를 케니 더햄과 행크 모블리가 유니즌으로 연주한다. 


 색소폰과 트럼펫의 솔로에 대비되는 질감의 피아노 솔로가 인상적인데,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도 채워야 할 부분은 특색 있는 음들로 꾸미는 기법은 하드밥이란 장르를 떠나 호레이스 실버만의 고유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3. Stop Time


 'Stop Time'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의 인트로나 A 파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실버 작곡의 특징은 짧게 끊어지는 음들로 빽빽하게 채워지는 질감이다. 만약 유니즌 연주가 아니었다면 즉흥연주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밥(Bop)스러우며 강한 리듬을 들려준다. 


 아트 블래키의 가치는 다른 연주자들의 즉흥연주를 받치는 리듬이 얼마나 강렬하며 꾸준한지, 그리고 그 사이를 어떻게 채우는지 들음으로써 발견할 수 있다. 재즈 메신저스의 터줏대감으로 평생을 흔들고 (swing) 채워온(fill in) 연주는 그 자체로 정신(soul)이다. 


 호레이스 실버의 특이한 컴핑은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저음역대에서 타악기적인 타건으로 강렬하게 오프 비트만을 노리는 일은 자신감과 집중력의 결여 없이는 힘들다.



4. To Whom It May Concern


 수상한 분위기의 A 파트와는 대비되는 질감으로 라틴 리듬이 B 파트를 장악한다. 실버는 어렵거나 난해한 멜로디 대신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음들을 던진다. 재즈사를 통해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실험한 작곡가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실버의 곡들은 유독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본 곡도 마찬가지. 듣는 것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을만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실버의 즉흥연주가 첫 솔로를 담당한다. 동그란 톤과 음표를 떼어서 분리하는 특유의 아티큘레이션, 블루스 라인들의 적극적인 사용이 하드밥스러운 분위기를 강하게 조장한다.



5. Hippy


 가스펠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A 파트가 인상적이다. 아트 블래키와 덕 왓킨스가 오프 비트에 유독 강세를 더하며 직선적인 감각을 강화하고 솔로 중간에 섹션들이 침범해 들어오는 실버 특유의 작곡법도 다소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진행을 새롭게 꾸민다.


 실버의 즉흥연주 첫 마디에는 'Bye Bye Blackbird'의 첫 멜로디가 삽입되며 컴핑은 다른 업템포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율적 면모가 강하며 얌전한 편이다. 


 ‘Hippy'는 앨범의 Side2를 시작하는 곡이지만, 이 앨범은 원래 따로 발매된 2장의 LP를 합친 컴필레이션 버전이다. 호레이스 실버의 이름으로 발매되었지만 재즈 메신저스의 시작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여러 의미를 가진다. 



6. The Preacher


 아마 재즈 메신저스의 레퍼토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닐까. 가스펠의 영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면서 오프 비트의 강한 악센트에서 오는 악흥을 절제 없이 뿌려대는 하드밥의 고전이다. 호레이스 실버의 즉흥연주가 마무리되고 케니 더햄, 행크 모블리의 유니즌 연주와 피아노 선율이 교차하는 부분은 그루브를 위해 꾸려진, 더할 나위 없이 전형적이며 모범적인 교범과도 같다. 여기서 사용한 전형적이라는 단어는, 설립자 또는 개척자에게만 바쳐질 수 있는 헌사다.



7. Hankerin'


 전체 앨범 중 유일한 행크 모블리의 곡. 나머지는 모두 호레이스 실버의 오리지널이다. 그래서 자세히 들어보면 앨범의 1, 3, 5번 트랙인 실버의 업템포 곡들과는 미묘하게 테마의 결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금 더 공간이 넓고 멜로디도 혼 연주자의 핑거링에서 나올 법한 커브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행크 모블리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파워와 적시에 정곡을 찌르는 타이밍을 즐길 수 있는 트랙이기도 하며 그에 맞추어 'Room 608'이나 'Stop Time'보다 상대적으로 정석적으로 이루어지는 호레이스 실버의 효율적인 리듬 컴핑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실버 자신의 즉흥연주에서는 특유의 색깔이 다시 살아난다.



8. Doodlin'


 만약 재즈를 잘 아는 이에게 재즈 메신저스가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할 만한 곡이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블루스이지 않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블루스. 춤추고,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슬픔을 앞가슴으로 튕겨내는 음악.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은 블루스다. 특이하게도 Db 키. 많은 연주자들이 블루스를 애용했지만, 관습적으로 또는 효과적인 연주를 위해 비교적 공통적인 키들을 선택하고는 했다. C, G, F, Bb 키 등이 그렇다. 그러나 Db은 드문 편. 여기에 호레이스 실버가 작곡에서 종종 이용하는 작법이 덧붙여진다. 블루스 테마의 연주 이후 곧바로 솔로이스트의 즉흥연주로 들어가는 대신 콜 앤 리스펀스처럼 멜로디 악기와 피아노가 정해진 선율 한차례 주고받는 것. 이 방식은 솔로의 시작 전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곡에서는 솔로이스트의 즉흥연주 이후 테마로 돌아가기(Head Out) 전에 사용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재즈 메신저스의 정신과 고집, 실버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적합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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