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영혼이 평안하길 바라며

<시> 두부

by 제이비

운동 후 점심을 먹으러 부모님 집에 갔다. 엄마가 보이지 않아 "엄마, 엄마" 부르면서 방문을 열었다.

안방에 딸린 옷방 문을 열었을 때,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더운 날 옷방 안쪽까지 들어가 전화하는 엄마가 이상해서, "여기서 뭐해?" 라고 물었다

엄마는 곧 전화를 끊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가슴에 두 손을 대고 말했다.


"얘 글쎄 19층 집사님 딸이 뛰어내렸댄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누군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말해버려서 어떤 것도 물어볼 수 없는 사람처럼 멍해졌다.

너무나 비일상적인 한마디.

그렇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한 정신과 의사는 말한다.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투병 중에 사망한거라고.

왜 가족을 생각하지 않느냐, 좀 의지를 가지고 나가서 운동도 하고, 취미를 찾으라고 말하는 건 우울증 환자에게 무례한 거라고.

다리가 부러진 사람에게 너가 노력을 해야 뼈가 자란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매일 누워만 있고, 운동은 안하면서

살이 찐 몸이 보기 싫어, 불을 끄고 샤워하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햇볕 한 줌 보지 않는 언니가 보기 싫어 외면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 뇌의 기능과 기분 조절 체계가 흐트러진 상태라는 것.

그래서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것.


그렇다고 우울증이 불치병은 아니다.

꾸준히 약과 치료를 이어 가고, 조금 나아지면 몸을 움직이고, 볕을 찾다 보면 완치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언니의 상태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자세히 얘기하지 않지만, 집에서 나올 때 말했다.

"엄마 언니한테는 이런 얘기 하지마"


집으로 돌아와 누워있는 언니를 안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이 닿았다.

우리는 잠시 안고 있다가 떡볶이를 해 먹었다.



두부


너를 안으면 하얗고 말캉한 살이 쏟아져

내 마음이 으깨지고


으깨진 마음을 더해

네가 단단해질 수 있도록

두부찌개를 끓여야지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갈 떠서

호호 불 때

너의 쓰라림이 조금은 가실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