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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파크 May 04. 2022

꿈꾸는 자들의 섬

노량진에서 청춘들은 시간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끝에서 끝으로 이동했다. 1시간 20분이나 걸려 이곳 노량진에 도착했다. 국가가 제공하는 무료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것이다. 우리 스터디 원들은 오늘도 이렇게 절약을 했다. 덕분에 꽤나 먼 거리를 잡생각으로 채우며 노량진역에 다다랐다. 1호선 끝자락에 다다르자 을씨년스러운 건물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단기 합격 전문

임용고시, 

공단기 

재수, 반수, 편입 전문


회색빛 빌딩에 크게 걸린 선명한 단어와 폰트들이 노량진에 온것을 환영해준다. 강렬한 단어들과는 사뭇 다른 노량진의 분위기. 이곳은 생각보다 왁자지껄하다. 사람들은 노량진을 맛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적이 있는 컵밥거리. 요즘 노량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공시생들을 위해 자극적인 냄새와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컵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이곳에 온다. 그런 이유로 태어난 컵밥이란 음식은 슬프게도 맛이 있나보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좀 걷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귀에 에어팟을 꼽고 손이가는 대로 노래 선곡을 한다. 요즘 빠져있는 릴러말즈의 앨범. 자연스럽게 한 트랙에서 멈춰 반복재생 버튼을 누른다. 나는 그렇게 한 시간이나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노량진을 걷는다.


꿈꾸는 자들의 섬을 걸으며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우린 시간 앞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그 노래는 이미 BGM이 되어 이곳이 어떤 곳인지 말해준다. 그 노래 때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릴러말즈는 나에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다. 이곳의 공시생들은 시간앞에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그들에게 사랑, 돈, 청춘, 젊음은 어떤 의미 일지. 


릴러말즈는 나에게 텅빈 가슴을 야망으로 채우라고 말한다. 이곳의 공시생들 가슴속에도 한구석에 야망이 있을까. 노량진은 오늘도 텅빈 눈동자들이 떠다닌다. 합격해야 탈출할 수 있는 섬. 자유가 있는 감옥. 꿈을 쫓아야만 하는 공간. 이들은 오늘도 만들어진 행운이라도 갖고 싶어서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걷고 나서야 스터디 카페로 들어갔다. 반가운 스터디원 얼굴들이 보였다. 오늘 우리가 시간 앞에 선택한 것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다. 우리는 인적성 공부를 하며 오늘도 열심히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2019년 여름, 우리는 꿈꾸는 자들의 섬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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