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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파크 Sep 06. 2023

여름 끝자락, 가을 초입에서 듣고싶은 노래

존 메이어의 St. Patrick's Day



어느새 쌀쌀해진 공기 냄새를 맡으며 끝나가는 여름을 아쉬워 한다. 이럴때면 생각나는 아티스트가 있다. 존 메이어의 거친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과 깊이있고 잔잔한 기타 선율이 떠오른다. 쨍쨍한 초록의 여름이 지나가고 멜랑콜리한 가을이 올 때 나는 존 메이어를 듣는다. 그의 노래들 중에서도 특히 St. Patrick’s day를 좋아한다.



작년 이맘때쯤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녀와 나는 알게된지 얼마 안돼서 조금씩 서로의 취향을 나누고 있었다. 다소 어색한 사이였지만 음악 얘기를 하던 중 그녀가 이노래를 추천해줬다. 가을로 막 들어가기 시작한 때 이노래를 들었다. 그 사람은 이 노래 가사도 너무 좋다며 꼭 들어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썸단계의 설레임 때문일까, 나는 듣자마자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들으며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노래를 추천해준 사람은 결국 내 여자친구가 되었다.



이맘때 쯤이면 항상 이 노래가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이 노래의 첫구절 때문인 것 같다. 노래 첫마디는 늘 그 노래 전체의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첫마디의 직관적인 느낌 때문인 것 같다.



“Here comes the cold”
이제 추위가 왔네

Break out the winter clothes
겨울옷들을 꺼내입고

And find a love to call your own
당신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을 찾아요


이제 추위가 왔네..라고 나지막히 뱉는 첫문장이 너무 좋다. 그앞에 깔아진 기타 반주도 아련하고 몽글몽글한 미국 감성이다. 노래 전체의 가사를 보자면, 추운 겨울날 옆구리가 시려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사랑을 막 시작한 연인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지나 세인트 패트릭데이까지 각종 기념일에 혼자 외롭기 싫어 만남을 지속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다소 현실적(?)인 이유로 커플이 된 연인을 묘사하지만 진짜 낭만은 이런 현실적인 이유에서 피어나오지 않나 싶다.



https://youtu.be/p2t7Jwhx4_8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존메이어의 St. Patrick's day 라이브 영상.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코난쇼다. 이때의 존 메이어는 수더분한 미국 대학생 느낌이고 어찌보면 촌스럽기까지 하다. 현시점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릴만큼 기타와 음악밖에 몰랐던 사람같다. 그 이후에는 로맨스에 화신이 되어 여기저기 염문설을 뿌리고 다녔지만... 멋을 본격적으로 부리기 전 너드남 같은 존메이어와 비즈빔을 소화하는 끼쟁이 존 메이어 둘다 좋다.



한국에서 St. Patrick's day는 빼빼로데이 정도로 보면 되려나. 커플들이 득세하는 기념일에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만난 두 남녀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며 빼빼로데이까지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을 알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노래다. 가을에는 이런 담백한 사랑노래가 좋다. 낙엽을 밟으며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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