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일 점심식사 취향 : 회사원 영혼의 안식처, 구내식당
나는 구내식당 성골이다. 구내식당이 인기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점심시간은 오직 구내식당이었다. 코로나 시절 일반 식단 대신 도시락이 나왔을때도 나는 꿋꿋이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에 갔다. 다른 선택지는 필요 없었다. 같이 갈 사람이 없을때면 나는 묵묵히 구내식당에서 혼밥을 했다. 나의 점심시간 취향은 확고했다.
내가 구내식당을 고집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수많은 것들 중에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영양이다. 나는 대학교 시절 영양학 교양 수업을 들었을 정도로 영양에 집착하는 편이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구내식당에는 보통 영양사가 모든 식단을 감독하고 구성한다. 구내식당의 모든 끼니는 영양사님이 고심해서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한 800 칼로리 정도의 식사로 구성된다. 회사 밖에서 사먹으면 영양 밸런스가 붕괴된 음식들 투성이다. 고지방, 고단백, 고탄수에 식이섬유는 결여된 음식을 비싼돈주고 사먹어야 한다. 회사에서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불편한 속으로 오후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구내식당을 가면 영양뿐만 아니라 시간도 챙길 수 있다. 구내식당은 보통 회사 건물내에 위치해 점심 이동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자신만의 점심시간 최단 이동 동선을 만드는 것도 재미일 수 있겠다. 회사 밖 식당을 걸어가서 먹고 오면 보통 한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나는 시간을 땅바닥에 버리고 싶지 않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보다 귀한 시간은 없다. 유일하게 온전한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먹고 라운지에서 쉬면 30~40분 정도는 내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해 낮잠을 자면 오후 업무 효율을 높힐 수 있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나는 종종 그 시간에 책을 보기도 하는데, 하루에 30분씩 매일 책을 보면 2주에 한권은 뚝딱이다. 직장인에게는 루틴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회사원의 하루에서 30분이라도 자기계발의 생산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사람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달라진 하루가 켜켜이 쌓이면 달라질 미래도 기대가 된다. 구내식당은 직장인에게 생산적인 시간을 선물한다. 나는 그 선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점심만큼은 맛있는 것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보상이 최대한 맛있는 점심 메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구내식당 밥이 충분하게 맛있다. 절대적으로 맛있다기 보다는 나의 점심식사 맛의 허들이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구내식당이 맛없다고 소문나 있던 시절에도 나는 잘만 먹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충분하게 맛있다고 생각했다. 평일 점심식사 만큼은 나는 정말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점심에 기대하는 맛의 기대치가 크지 않다. 나는 이런 내 성향이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매끼니마다 맛있는 것을 먹어야 힘이나는 삶은 꽤나 귀찮을 것 같다. 나는 이런 내가 좋다.
글을 적고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게됐다. 나는 효율적인 시간 운용과 자기계발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육체적, 정신적 모두 건강한 삶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점심시간 취향에 대해 생각하니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역시 글쓰기는 메타인지를 높힌다. 내가 구내식당을 사랑하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 구내식당은 나같은 직장인의 영혼 안식처다. 건설 노동자를 위한 함바집처럼 사무 노동자도 구내식당이 맛있는 음식을 통해 영혼의 위로를 건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구내식당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