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속을 걸어간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교단에 내던져졌다. 모든 것들이 처음이고 서툴고 힘든데 난 막중한 책임을 져야 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이제 사회초년생이 아니던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학생티를 벗어 진정한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하는데, 난 준비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게 완벽해야만 했다.
학생 간에 생긴 문제를 내가 완벽하게 조율하지 못해서 온 퇴근 후의 학부모 전화. 나와 알던 사이도 아니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을 관계인데 학생 하나로 맺어져 철천치 원수가 된다. 나도 하나의 사람인데, 나도 누군가의 자녀인데 당신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 나의 부모님 뻘 되는 학부모에게 폭언을 듣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고,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현실은 다르구나.. 내가 꿈꿔왔었던 교단은 학생을 만들어가는 곳이었는데, 지금의 교단은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 년 동안 난 가시밭길 속을 걸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서 손과 발이 떨렸고, 조종례에 들어가기 싫어서 들어가기 전에 계속 속으로 괜찮다 되뇌며 들어갔다. 조례마다 폰을 안내는 학생에게 제발 내라고 언성을 높여야 하고 실랑이를 해야 했고, 매 시간마다 수업태도가 안 좋다는 학생을 지도하고 상담하고 수업 시간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학생을 찾아다니며 애걸 복걸하며 수업 들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런 상황들이 쌓이다 보니까 쉬는 시간에 학년실에 앉아 있으며 그냥 소리 없이 울었다 펑펑..
살면서 우울하다는 생각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우울이라는 감정 속에서 매일을 갇혀 살았다. 그래서 교사 정신건강 검사를 해보니 우울증 검사에서 100점 중 95점을 받았다.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아서 당장 그만두고 싶었는데 남은 기간이 한 달이라 그냥 꾹 참기로 했다. 속으로는 또 오기가 생기기도 했었다. 딱 3년만 해보자고 내가 이 자리에 서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딱 눈 딱 감고 3년만 해보자.. 그렇게 난 가시밭길 속을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