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속의 '가시'가 장미의 '가시'라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아팠던 한 해가 지나갔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기에 내가 했었던 행동들을 되짚어 봤다. 학생들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내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내 교사로서의 삶을 모두 걸게 되는 것이다. 학생은 매년 바뀌고 학부모 역시 달라진다.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매번 좋은 학생이 오기를 기도를 하며 보낼 수는 없기에 나도 지난번의 과오를 다시 잡고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려고 계획을 짰다.
첫째는 나의 마음을 뜯어고쳤다.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체험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잘못된 행동을 하면 나무라고 혼내고 적절한 처벌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의 천성이 화가 없고 남에게 쓴소리를 못하다 보니까 누군가를 혼내고 싫은 소리를 하는 게 심적으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을 냈을 때 학생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학생들을 올바르게 훈계해야 하는 골든 타임을 놓치니 학생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과 규칙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규칙을 어기거나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크게 혼을 냈다. 대신 학생 자체에 대해서 지적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혼을 냈다.
둘째는 학급의 규칙을 명확하게 했다.
앞에 말한 것처럼 학교는 사회의 체험판이다. 사회에는 질서가 혼란되지 않도록 하고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법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학교에서는 교칙, 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작년의 경우 내가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학급 운영의 경험이 없기에 운영하면서 빈틈을 채웠었는데 새로 생겨나는 규칙을 학생들이 지킬 리가 없다.. 새로 만든 규칙 때문에 또 충돌하며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꼭 필요한 규칙등을 사전에 명확하게 공지하며 어길 시 명확하게 규칙에 따라서 합당한 페널티를 부과했다. 자유의 역설에 따르면 과도한 자유는 오히려 자유를 억제하는 역설을 낳는다. 따라서 규칙 제정을 통해서 학생 행동의 바운더리를 정해줌으로써 학생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능했다. 그 이후로 학급의 분위기는 작년과 다르게 많이 개선됐다.
셋째는 학생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작년은 학교 업무에 적응하고 우울감이 심하다 보니까 학생들과 교류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매일 학생들과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탁구칠 시간만을 기다리며 학교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덕분에 학생 지도도 한결 쉬워지고 우울감이 끼어들 시간조차 없도록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한 해가 지나가기 까지가 한 달 여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이 시간이 너무 아쉽다. 나의 변화한 모습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영향이 1%라도 있었길 바라며) 너무 예쁘고 착한 학생들을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부터 치유된다는 말이 있듯 나도 학생으로 받은 상처를 학생들로부터 치유받았던 것 같다. 내가 가시밭길이라고 생각하며 들어온 이 공간들은 자세히 보니 장미밭이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름다운 장미 같은 학생들의 날카롭고 모진 가시를 다듬고 제거하는 조경사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