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사다.(마지막 이야기)

등산

by 째비의 교사일기

나의 꿈은 교사였고, 꿈을 이뤘다. 꿈을 이루고 나니까 기쁨도 있지만 허탈함이라는 감정이 더 컸다. 나의

모든 삶이 교사에 맞춰져 있었다 보니까 그 목표를 달성하니 앞으로의 방향성을 완전히 잃은 느낌이다.

정상을 찍기 위해 열심히 앞만 보며 올라갔는데 정상을 찍고 나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는 것과 같다.

더군다나 앞의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교사로서의 삶은 내가 꿈꿔왔던 모습들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막막했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나는 교사로만 남아있어야 하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내 자아를 모두 실현한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교사가 되었다는 것뿐이지 내가 원하는 교사로서의 삶을 모두 달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교사로서의 삶은 나의 은사님이 내 인생을 바꾼 것처럼 학생들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이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우울증이 심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부모님과 같이 노력하여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학생에게 꿈을 심어주고, 수업을 통해서 가슴에 울림을 주기도 했다.


충분히 행복한 것 같은데.. 이 행복은 나 자신을 갉아먹으며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내성적이며 다른 사람이 내게 주는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동요되는 편이다. 학생들을 마주하는 것은 어쩌면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들과 마주하는 것과 같다. 성인들과 다르게 정말 직설적이며 표현에 있어서 거침없다. 우울함이 가득한 학생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내뿜는다. 그들의 물통에는 새빨간 상처의 물감들로 가득해서 이러한 물통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몇 배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깨끗한 물을 퍼 나른다.


어쩌면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택한 길이 아니냐고 그리고 교사라면 무조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100퍼센트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일들을 피한 적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 성향이 부정적인 감정에 동요가 잘되니 학생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나에게 불어넣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하루를 온통 지배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머릿속에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난 결정했다.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그 일이 바로 작가로서의 삶일 것 같다.

교사로서의 삶은 나에게 있어서 많은 산 중에서 고작 하나의 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다. 하나의 산을 다 올랐다고 해서 그 산이 내 인생의 마지막 산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산을 오르는 과정 속에서 겪었던 경험들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기억하며 난 앞으로도 등산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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