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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24화

수학여행 2편 : 교사일기

절망과 좌절이 가득한 에버랜드

by 째비의 교사일기


저는 아이들의 추억을 위해 수학여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지난 경험은 그런 생각이 쏙 들어 가게 만들었습니다.




첫 해의 수학여행은 런닝맨이었습니다. 사건은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할 에버랜드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반 학생 중에 우울감이 심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날카로운 발톱을 숨겨 친구들을 곧 잘 사귀다가, 친해지면 발톱을 드러내 친구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결국 수학여행에도 혼자 다닐 상황에 처했습니다.


우울감이 심한 학생이기에 혼자 다니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학생에게 듣기로 다른 반 반장하고 초등학교 때는 사이가 괜찮았다 하여, 그 학생에게 같이 다녀줄 수 있겠냐 부탁하였습니다. 다행히 흔쾌히 괜찮다 해주었습니다.


에버랜드에 도착하 아이는 반장과 같이 러스도 사 먹고, 놀이기구를 잘 타고 다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랜드의 피날레인 퍼레이드 시간이 왔습니다. 화려한 복장과 춤에 현혹되어 넋 놓고 보고 있었는데, 불길한 벨소리가 울립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말없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너무 무서워요. 사람들도 없고, 어두워서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무섭고 어딘지 모르겠다는 말에 저도 덩달아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반장과 잘 있는 줄 알았더니 반장은 다른 친구와 놀러 가버리고 혼자 남게 되었다 합니다.


우선 우는 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 그래 많이 무섭지? 근데 걱정하지 마. 곧 찾을 수 있을 거고, 너 좋아하는 츄러스도 사줄게! 혹시 주변에 보이는 놀이기구나 팻말 같은 거 있니?


학생의 위치를 파악한 뒤 동선이 꼬일 수도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내소에 가서 급히 상황을 전달하고,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학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원의 손을 꽉 쥐고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얼굴로 오는 학생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용감하게 잘 있었다며 다독여주니 학생도 그제야 진정이 됐는지 게 말을 건넵니다.

선생님 츄러스 사주세요.


이 학생이 제가 한 마음고생은 알까요..? 어찌 됐건 잘 해결되었으니 츄러스를 하나 쥐어주며 머리도 한번 쥐어박을라다 참아내고, 다음번엔 꼭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하라 한 뒤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에버랜드에 가서 큰 일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절 괴롭힌 일이라고 한다면 버스가 화생방이 된 것입니다. 원인은 아마존 때문입니다. 아마존 놀이기구를 타면 직원분께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주십니다.


아.. 아 .. 아아라아아라아마조온~

신발 젖습니다! 양말 젖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다 젖습니다~


아마존에서 신발까지 다 젖은 학생들이 그 늦은 퍼레이드까지 다 보고 버스에 탔으니.. 버스 안은 진하게 숙성된 아마존 밀림의 향으로 가득했습니다. 발이 다 젖어 꿉꿉한 아이들은 신발을 하나둘씩 벗어 재끼며 본인이 밀림의 왕임을 과시했습니다.


우웩 우억 소리로 버스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참다못해 모두 신발을 신기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은 잘 넘겼다만 다음날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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