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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23화

수학여행 1편 : 교사일기

긴장감

by 째비의 교사일기

중학교 2학년 담임 3년 차, 수학여행만 3년 연속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구들과 함께 자고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지만, 선생님들은 수학여행이 다가올수록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수학여행 자체가 고된 것도 있지만, 그 전후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수학여행을 수, 목, 금 간다 하면, 아이들이 들떠서 그전 주와 주 월, 화는 수업진행이 힘듭니다. 수업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한다는 소리가..


선생님~ 곧 수학여행인데 쉬면 안 되나요?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아이들 눈치를 봐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중간고사까지 끝났었기에 생떼의 강도 하늘을 찔렀습니다.


생활태도도 망가집니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졸업생인양 행동합니다. 지각도 하고, 청소도 대충 하고, 선생님들과 다툼도 잦아집니다. 전체 반이 이런 분위기다 보니 선생님들은 예민해지시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과 복도 곳곳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들뜬 학생들, 그리고 예민한 선생님들.. 약간의 불씨만 켜진다면 언제든지 폭탄은 터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너무 분위기가 안 좋으니 수학여행을 인질 삼아 분위기를 잡아보려 방송을 켭니다.


학생들 분위기가 너무 소란스럽습니다. 친구들과 크게 장난치다 걸린 학생은 수학여행에서 배제시키겠습니다.


방송은 분노를 잠재우긴커녕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습니다. 폭탄의 심지에 불씨가 옮겨 붙었고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노는 거랑 수학여행이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

왜 쌤들 마음대로 다 하나요?


급하게 잡히는 소화기로 타오르는 불씨를 꺼보기 시작합니다.


쌤들이 어찌 너희를 수학여행에서 배제시키겠니? 너무 분위기가 과열되어 잠재우려 그런 거다. 수학여행 전부터 이렇게 흥분하고 사고를 치는데 밖에서는 어떻겠니? 다들 진정하고 조심하자!


수학여행을 인질 삼는 건 먹히지 않기에, 전략을 바꾸어 수학여행에서 생길 사고를 예방하자로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조종례를 활용하여 짧게 안전교육을 하고, 수학여행 전 주 학급시간에는 영상과 ppt를 활용하여 안전교육을 하였습니다.


과연.. 선생님들의 우려와 다르게 평화로운 수학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려한 것처럼 사고가 터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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