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5년간 최선을 다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합니다. 저도 그 말을 믿는 편입니다.
어린이집에서 5년 넘게 근무한 우리 누나는 전문가로 보입니다. 아이들 사진을 작가만큼 잘 찍고, 웬만한 어머니들보다 잘 재우고, 잘 먹입니다. 누나는 제발 빨리 결혼해서 아이만 낳으면 될 것 같습니다.
소방관 5년 차인 친구도 전문가로 보입니다. 엄청 큰 소방차로 좁은 곳 어디든 잘 피해나가고, 쾌쾌한 매연으로 가득 찬 화재 현장에서도 겁 없이 불을 끕니다. 소방관 친구가 두려워하는 것은 술값 내기 지는 것과 다음날 숙취 말곤 없습니다.
저도 2년만 더 지나면 5년 차가 됩니다. 5년 차의 제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갑니다. 뭔가 엉성하고 모자랄 것만 같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들을 능수능란하게 잘 해내는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듭니다.
한 번씩 제가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나는 알바했을 때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고, 책임만 더 가진 아이 같습니다. 아직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데, 날 책임져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교사라 불러주는 게 낯설 때도 있습니다. 학생 부모님한테 '선생님'이라 시작하며 오는 결석 문자도, 학생들이 나를 불러주는 명칭도, 친구와 가족들이 교사라 자랑스러워할 때도 낯설고 이질적일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 보입니다. 다가오는 시간 동안 완성해 나가야 할 모습이 많기에 부담이 됩니다. 과하게 물을 먹고 죽어버린 식물처럼, 가진 능력에 비해서 과하게 받았던 사랑과 감사함은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감사함을 감사함으로 받지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중학교 때 은사님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인데,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랑을 주면 줄수록, 선생님이 주신 사랑의 깊이를 알아가기에 더 힘듭니다. 선생님 저 2년 뒤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선생님처럼 되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할까요? 될 수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