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교사 일기 20화

탁구공을 뽑아라 : 교사일기

당근을 활용하라!

by 째비의 교사일기

학생들이 지각을 너무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8시 40분부터 지각을 잡는데 42-43분쯤 되면 뒷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죄..송합니다 하면서 폰을 냅니다. 속없는 아이들은 어! 또 지각이다하며 타들어가는 제 속은 모른 체 웃습니다.


칠판에 적혀있는 지각 횟수는 하나의 올림픽이 되었는지 우리의 메달리스트들은 수치스러움보단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각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학생을 남겨서 청소, 깜지 적기

학생이 늦는 이유를 듣고 고칠 방법을 같이 마련

부모님께 조금 더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드리기


어떤 방법들도 `엄마 5분만 더` 를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담임이 돼서 손 놓고 이 상황을 지켜볼 순 없었기에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고심해 보니 앞의 법들은 모두 채찍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각을 안 하는 학생들은 의문이 들었을 것입니다.

나는 왜 늦지 말아야지? 늦어도 크게 불이익도 없고, 성실하게 살아도 이득이 없네?


지각생들을 벌할 채찍은 그대로 두되, 모두가 구미를 당겨할 당근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바른생활 뽑기왕입니다!


반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지각 올림픽이 아닌, 성실히 생활하는 학생이 메달을 쥘 수 있는 성실 림픽입니다.

바른생활 뽑기왕 홍보물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도장판에는 10개의 칸이 있으며

도장 1개당 한 번의 뽑기를 할 수 있습니다.

뽑기 상자에는 1부터 30까지 숫자가 적힌 탁구공이 있으며 뽑기 당일날 숫자 6개를 정할 예정입니다.


도장을 받기 위한 규칙은 간단합니다.

한 달 동안 지각 안 하면 도장 2개

한 달 동안 청소 잘하면 도장 2개

발표 잘해서 칭찬받으면 도장 1개


학급에서 바른생활을 한 친구들은 당근이 주어지기에 동기부여가 되고, 지각을 많이 했던 학생들도 햄버거는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지각을 줄여나갈 것입니다.


한 달 정도는 시험 삼아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좋았던 부분은 강화하고 부족했던 부분들은 조금씩 보완해서 공부면 공부, 생활태도면 생활태도인 최고의 반으로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독자님들이 보시기에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세계최초 독자개입형 학급운영을 도입해 보겠습니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