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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30화

벌써 30번째의 기록 : 교사일기

나의 상처와 성장

by 째비의 교사일기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한 지 벌써 7개월이 흘렀습니다. 꿈의 조각들과 일상들을 하나씩 올리다 보니, 총 55개의 글, 교사일기는 이번 글을 연재하면 30회가 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글을 적는 게 밌었습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쉬지 않고 적을 정도로 몰입했고, 이 일이 직업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배부른 생각도 했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듯, 그런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형식 없이 가볍게 적었던 글에 틀을 만들고, 자연스레 적어가던 글에 나의 문체를 입히고, 두서없이 적던 글에 단순함을 넣으니 한자, 한자 적어가는 일이 두렵고, 막막하게 바뀌었습니다.


글의 소재는 갈수록 고갈되고, 글에 요구되는 기준은 높여놨기에 빚을 독촉하듯이 오던 연재요구에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글쓰기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글쓰기를 외면했습니다.


글이 술술 적히는 마법의 방법들 찾아 헤맸습니다. 마법서라 생각한 글쓰기 책들 속에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마법은커녕 제가 가장 듣기 싫어하던 말 적혀있었습니다.


꾸준히. 글을. 적어라! 지름길은 없다.


어쩌면 이게 마법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모습은 마라톤을 잘 뛰고 싶은데, 뛰는 연습도 하지 않으면서 호흡법, 착지법이나 찾아보는 바보와 같았습니다.


더 이상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됐는지를 되새김하고, 꾸준히 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교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했던 글쓰기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교사를 그만두고 싶어서였습니다. 초반에 적었던 글들을 보면 포탄과 수류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 간 군인처럼 제 삶을 묘사해 놨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총도, 폭탄도, 수류탄도 날아들지 않습니다. 대신 학생들의 말과 태도는 어느 무기보다 제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투자로 성공하는 것과 투자 성공담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아무런 대책도, 계획도 없이 일들을 시작할 수는 없었기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한 달에 2, 3권 투자책을 읽었고, 글도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습니다. 쓸데없이 머리만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깨져보기로 했습니다.


투자는 공부한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 보기 시작했고, 글쓰기는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하여 볼품없는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교사관련 해서 글을 올린 건 이와 관련해서 글을 적고 싶었기보다는, 작가 등록에 성공하려고 위장한 것입니다!)


몇 개월은 제가 봐도 열심히 글을 적었습니다. 매일 4-5시간씩 글을 적고, 책을 읽으며 요약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구독자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했고 하트를 받을 때마다 인플루언서들이 제 계정에 좋아요를 눌러준 것처럼 기뻤습니다.


원하는 글을 쓰고, 책을 맘껏 탐독하던 달콤한 방학은 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개학하고 나서는 교사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쏟아지듯 찾아왔습니다.


지금 반은 괜찮을까?

이번 학년이 정말 힘들다는데 괜찮을까?

또 저번만큼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답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나 하나인데, 답해야 하는 질문들은 너무 많았습니다. 담임은 수백 가지의 질문에 답을 내고, 그 답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방학이라는 잠깐의 진통제도 순간일 뿐이지 부담감을 없애주진 못했습니다. 어차피 부담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면 조금 내려놓을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게 글이었습니다.


교사 생활에서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해 준 글쓰기

나의 아픔과 상처로 만들어진 텍스트로 빈 공간을 하나씩 채워갔습니다. 이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는데 아픔을 다시 기억해 내고, 끄집어낸다는 사실이 썩 달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엎드려서 소리 죽여 울었던 일, 학생에게 지랄한다고 욕 들었던 일, 매일 우울증 학생을 화장실에서 꺼내어 달랬던 일들을 적어 내려 갔습니다. 가장 빛났어야 할 초임이 가장 어두운 곳에 집어넣고 싶은 순간이 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빈 공간을 가득 메운 나의 불쌍한 초임 시절을 조금은 더 성숙해진 지금의 내가 어루어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힘든 시절을 견뎌낸 내가 참 대단하고 기특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약했던 시기를 공유한다는 게 많이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더 드러내고 공개할수록 그 힘든 과정을 극복해 나갔던 내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님들도 힘들고 아팠던 저의 모습에 같이 아파해주시고, 응원을 건네주셨습니다. 덕분에 트라우마를 많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님들께 받았던 사랑과 에너지를 학생에게 쏟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여정들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30화가 되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하며 아이들의 인생을 바꿔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교사일기를 읽어주시고, 부족한 저를 최고의 교사라고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교사일기 2에서도 더 많은 좋은 소식들을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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