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뉴욕주 민사소송 Intake 단계에서 소제기 전까지
수잔 서랜던이 주연한 영화 의뢰인(1994)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한 환자가 “왜 병원에는 의사보다 변호사가 더 많은 거야?”라며 푸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부상당한 환자에게 수임계약서의 서명을 받아내려는 변호사들, 이른바 'ambulance chaser' 때문이다. 다소 과장된 연출이지만, 현실에서 변호사가 이러한 오명을 피하려면 서둘러 서명을 받기보다 의뢰인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도록 설명해야 하며, 이것은 의뢰인을 위한 변호사의 첫 번째 의무이다.
수년간 끌어온 의료과실소송이 마침내 승소로 끝났다. 상당한 배상금을 받아냈지만, 소송비용도 상당했다. 먼저 배상금에서 1/3(33.3%)의 변호사 수임료를 제하고 남은 금액에서 소송비용을 차감한 금액이 의뢰인의 몫이었다. 의뢰인에게 정산서와 배상금을 송금한 뒤 며칠 후, 의뢰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기대와는 달리 냉랭했다.
“변호사님, 저한테 들어온 돈이 너무 적네요. 어떻게 된 것이죠?"
“손해배상금에서 먼저 변호사 수임료를 제외한 후, 소송비용을 차감한 남은 금액을 송금해 드린 것입니다. 수임계약을 체결할 때, 승소나 합의 시 소송비용은 별도임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만약 패소 시 일체의 소송비용은 저희 로펌에서 부담하기로 하였고요."
수임계약서에 그런 말이 있었는지도 모르며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는 의뢰인의 말에 씁쓸한 마음으로 답했다.
"이 부분을 처음 만난 날 직접 설명드렸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메일로 손해배상금에서 차감될 소송비용에 대해 자세히 안내드렸으니, 다시 확인해 보시겠어요?"
뉴욕주 민사소송의 사고상해 사건에서 대리인들은 대부분 착수금 없는 성공보수제(contingency fee) 방식을 선택한다. 승소하거나 합의가 성사되면, 미리 합의한 일정 비율의 보수를 대리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승소 시 승소가액 또는 합의 시 합의금의 1/3이 일반적인 비율이며, 그 이상으로도 협의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소송계속중에 발생된 소송비용(소장 접수비, 각종 서면 접수비, 녹취증언 비용, 전문가 감정비 및 수수료, 복사 비용 등)은 별도의 비용이라는 점이다. 로펌이 패소 리스크를 감당하며 이 비용을 먼저 부담하지만, 승소나 합의 시에는 승소가액이나 합의금에서 먼저 이 비용이 차감된다는 사실을 의뢰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향후 정산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들어갈 때, 나갈 때가 다르다고, 처음에는 흔쾌히 동의했던 성공보수율이지만 막상 승소 또는 합의에 성공하면, 이것이 갑자기 크고 낯설게 느껴지면서 이러한 오해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디스커버리 단계 중 합의를 하지 못하고 공판으로 진행되는 경우, 전문가 감정서를 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판에서 전문가를 증인으로 세워야 할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가 수수료는 수 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의 큰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소가가 적은 사건이라면 실제 변호사 수임료 및 소송비용을 제한 후 남는 금액이 상당히 적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큰 소송비용이 예상될 때 의뢰인에게 합의를 권장하기도 한다. 일반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절차이므로 의뢰인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많은 변호사들이 사건을 빨리 수임하기 위해 의뢰인에게 수임계약서 서명을 서둘러 받는다. 특히 소가가 큰 사건이라면 다른 로펌에 사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과정 중에 정작 계약 내용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대리인 설명의 부재가 아니라 의뢰인 기억의 부재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의뢰인이 계약 조항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대리인이 의뢰인을 위해 힘껏 싸워온 소송에서, 가장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바로 의뢰인에게 내민 처음의 계약서이었을 수 있다.
변호사에게는 익숙한 수임계약 규정이 의뢰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므로, 의뢰인의 눈높이에 맞춰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비용과 관련 핵심 규정은 계약서에 눈에 띄게 강조하여 표시한다.
의뢰인이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 번역본을 제공하여 계약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소송계속중 발생하는 비용은 사전에 의뢰인에게 안내한다. 특히 큰 비용이 예상되거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의뢰인에게 별도로 연락하여 상세한 내역과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한다.
*실제 사건 또는 특정인물을 의도한 바 없으며, 각색하였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