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뉴욕주 민사소송 Intake 단계에서 소제기 전까지
사람이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방의 성향과 배경을 파악하고, 기업이 새로운 거래처와 계약을 맺기 전 상대 업체의 배경과 재무 상태를 확인하듯, 변호사도 사건을 맡기 전 의뢰인을 면밀히 점검한다. 사건을 수임한다는 것은 단순히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떠맡는 일이다. 그리고 이 관계의 출발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바로 이해상충 검토(conflict check)이다. 사건의 실체적 쟁점에 들어가기 전, 의뢰인과 정식 논의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절차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행정 절차처럼 보이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가 뒤늦게 이해상충 문제가 드러나면 아무리 완벽한 서면을 작성하고 치열하게 변론을 펼쳤다 해도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으며, 심하면 징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사건의 첫 단추는, 의뢰인과의 conflict check에서부터 시작된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대의 차량 연쇄추돌 사건에서 앞쪽 첫 번째 차량의 탑승자인 원고를 대리한 적이 있다. 뒤따르던 세 대의 차량 운전자에게도 소를 제기하고, 이들 소가 병합되면서 사건은 한층 복잡해졌다. 소송계속중 원고와 피고의 증언녹취를 진행하던 날이었다. 증언녹취 장소에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년 전 다른 사건의 증언녹취 수행 시 만난 내 의뢰인이었고, 그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순간, ‘혹시 이번 사건의 피고 중 한 명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혀 다른 사건이므로 이행상충이 없다고 주장해 볼 수 있겠으나, 당사자대립주의 하에서는 공격적인 전략과 태도로 내 의뢰인을 신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혹감 속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서류를 다시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 의뢰인은 앞에서 세 번째 차량의 탑승인이며, 병합된 사건의 원고였다. 즉, 우리가 제소한 피고는 아니었다. 결국 굳이 내가 신문할 필요는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건을 수임하기 전, 변호사가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절차 중 하나는 conflict check, 즉 이해상충 여부 확인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변호사의 윤리 의무와 직결된 필수 절차이다. 뉴욕주 윤리규범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 제1.7항에 따르면 상반된 이해관계의 당사자를 대리하는 경우, 또는 변호사의 재정, 사업, 재산 또는 기타 개인 이해관계로 인해 의뢰인을 위한 업무적 판단이 중대한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해당 의뢰인을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예외 조항이 존재하나, 다음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해상충이 존재하더라도 변호사가 해당 의뢰인을 성실하고 적절하게 대리할 능력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어야 하며, 그 대리가 법률상 금지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또한 동일 소송이나 법적 절차에서 한 의뢰인이 다른 의뢰인을 상대로 청구를 제기한 상황이 아니어야 하고, 관련된 의뢰인들이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에 한해 대리가 허용된다.
이러한 윤리규범을 위반하면, 해당 사건에서 해임되는(disqualify) 것은 물론, 징계나 제소, 심지어 변호사 면허 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해상충 문제는 대부분 ‘실수’로 시작되지만, 법적으로는 의도와 무관하게 책임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변호사의 윤리의무 이행이나 의뢰인의 대리에 앞서 변호사 자신의 평판과 면허를 지키는 안전장치이자 첫 관문이다.
의뢰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자체적으로 이해상충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
대형 로펌에서는 전산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인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 로펌이나 개인 사무실에서는 그만큼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합리적인 전산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Conflict check 결과는 전산 기록으로 남기고, 특히 잠재적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경우 면담 내용까지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실제 사건 또는 특정인물을 의도한 바 없으며, 각색하였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