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은 건 아기가 아니라 매미였다.
가슴, 등, 손… 어디에든 매달려있던 매미들…
매달린 채 시도 때도 없이 팔다리를 흔들며 온몸을 들썩 거리던 나의 매미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자전거를 타도 땀띠가 나도 늘 한 몸이었다. 그랬던 매미들은 이제 자신의 방에 들어올 땐 노크를 하라며 그건 매너라 하는 아니꼬운 사춘기 중이다. 여전히 내 곁에 머물지만 더 이상 매 달리지도 팔다리를 흔들며 기분을 드러내지도 않는 사춘기 매미들. 그런 그녀들이 자처해서 매달릴 때가 있는데 배가 고프거나 용돈이 아쉬울 때다. 나와 남편에게 다가와 우리는 흉내도 못 낼 애교 섞인 목소리로 몸을 꼬아가며 매달린다. 제 속만 야무지게 챙겨가는 나의 덩치 큰 매미들. 떼어놓고 둘이서 짐도 없이 가볍게 다닐 날이 오긴 오는 걸까 싶었는데 그날이 오 긴 왔다. 완전히 분리되진 않았지만 이제 한 뼘 두 뼘 떨어진 듯하다. 더 이상 나와 남편의 외출에 따라서지 않는다. 나는 그게 편하면서도 서운하다.
아! 그렇다고 마음이 바꿔 따라나설라 하면
바로 거추장스럽긴 하지만…
매미는 장난감에 노느냐 정신이 팔려 내가 화장실 갈려고 일어나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잠깐 괜찮지 싶어 조용히 화장실로 걸어가 화장실문을 여는 순간 우다다닥 아주 작은 발바닥의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 몸의 1/3이나 되는 엉덩이를 힘차게 들어 올려 두 뼘밖에 안 되는 짥은다리로 잽싸게 달려온다. “엄마 화장실 가는 거야. 놀고 있어”해도 그 걸음은 멈추지 않고 화장실로 돌진한다. 내 앞에 서서 안으라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쪽 뻗어 올린다. 방을 동동 거리며 안으라 한다. 밖으로 나가는 건 아니지만 매미에겐 이미 엄마가 자신을 두고 뒤돌아 걸어갔다는것 만으로도 배신인 거다. '난 엄마의 매미인데 날 두고 간다고? 난 아직 매달리지도 않았는데 우린 한 몸인데 이럴 순 없는 일이지' 아이는 다급하다.
"엄마 어디 안 가! 화장실이야! 화장실! 잠깐만 기다려”
화장실문을 열고 후다닥 서두르는데 같이 따라 들어온다. 변기에 앉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보초를 선다. 안으라 하지 않으니 다행인 건가. 괜히 부끄러워 한마디 두 마디 건다. "냄새나는데… 금방 나가는데…뭘 빤히 봐…’ 민망함에 주절이 떠들며 급히 볼일을 끝내고 변기에 물을 내리면 어느 날은 앞장서서 다시 장난감 자리로 돌아가고, 어느 날은 손을 잡고 같이 나가자 하고 어느 날은 나가지 않고 얼굴이 벌게진다. 온몸에 힘을 주며 숨을 참았다 후! 내쉬고 참았다 후! 내쉬고 ‘그래 너도 들어온 김에 볼일보고 가자’ 마치 다 예정이 있었다는 듯 힘을 준다. 이번엔 내가 빤히 그녀들의 용무가 끝날 때까지 보초를 선다.
10개월을 배속에 품다 2년을 몸에 달고 다녔다. 그러고 5년 정도는 두 팔을 뻗으면 언제든 안았올렸다. 내 어깨만큼 키가 커지니 누워서 안아주는 것도 겨우, 내 키를 넘어가니 내가 매달려 안긴다. 점점 나와 분리되어 가는 거는 줄도 모르고 키어내고 있었다. 매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번데기였던 이제 나비가 되어 더 멀리 날아갈 준비에 들어간 나의 소녀들, 같이 나갈래? 응 안가 그 말은 거절이 아닌 잘 크고 있다는 성적표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