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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Jun 22. 2021

팬데믹이 끝나면 잘할 수 있을까?

캐나다는 빠르게 팬데믹이 지나가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3차 확산이 끝나가고 있다. 그래도 이전과 달리 백신 접종과 동시에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6월 19일 CBC 뉴스에 따르면 접종 대상인 12세 이상 캐나다 인구의 75%가 1차 접종을, 20%는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가 75%를 넘으면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4월 초부터 지속된 락다운은 이미 6월 11일부터 단계적으로 풀리고 있고, 7월이 되면 대부분의 상점과 기관들이 부분적 또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9개월 만에 1,000명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팬데믹 이전의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갔을 때 마냥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것은 또 다른 문제다. 최근 캐나다 연구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꽤나 흥미로웠다. 캐나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팬데믹으로 인해 생활이 뒤바뀌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세대들의 경우 68%나 불안감을 보였다. 원래부터 가장 불안함을 느끼는 세대였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대한 우려가 커져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엄청 기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020년부터 우리는 팬데믹에 익숙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을 했는가. 그리고 '적응의 동물'인 우리는 결국에는 어느 정도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 그렇다면 2년 전 우리는 마냥 행복했었을까? 아니다. 현실은 현실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마주할 현실은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2년'의 세월이 지난 또 다른 현실이다. 


팬데믹, 그리고 잃어버린 2년


작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형인 최소 2년은 우리 모두에게 '잃어버린 2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동일한 크기의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특정 세대, 특정 나이에는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2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유치원생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학교를 절반도 못 갔고, 가더라도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했고,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초등학교 생활은 아마도 3학년부터일 것이다. 내 아들의 경우도 작년에 아는 친구가 거의 없는 중학교에 입학해 1년 내내 사귄 친구는 두 세명 정도였고, 그나마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친해진 경우였다. 


2020년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은 어떤가?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이상 계획했던 자신의 진로를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던 이들도 있고, 심지어는 원하는 곳에 합격을 하고서도 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3~40대 직장인들 역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 앞에서 넋 놓고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내 친구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녀들을 데리고 호주에 가고자 했는데 출국 이틀 전에 공항이 폐쇄되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잃어버린 2년'을 극복하고 팬데믹 이후를 맞이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과연 팬데믹이 끝나면 잘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바다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호수인 온타리오호


줄어들지 않는 불확실성


이 정도 규모의 팬데믹이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처음이었던 것처럼, 우리가 마주할 팬데믹 이후 (Post Pandemic)의 모습 역시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모든 전문가들의 말처럼 팬데믹 이전과 절대로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회복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팬데믹 이후의 삶을 예측한 책들이 서점에 가면 즐비하게 널려 있다.


토론토에서 노마드로 생존하려는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 현재 한국 회사와 캐나다 회사 프로젝트를 각각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시간을 합쳐도 아직은 주 40 시간보다 훨씬 짧게 일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그 정도 시간은 일을 해서 자립에 필요한 돈을 벌 계획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프로젝트 모두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내가 맡기 어려웠을 프로젝트다. 


한국 프로젝트의 경우, 이미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하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경험을 살려 비슷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고객 대면 업무를 제외하고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프로젝트의 경우도 아무도 회사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화상 미팅을 진행하면 충분했다. 이 상황이 팬데믹 이후에 어떻게 바뀔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아니면 반대일까. 그리고 반대라면 나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걸까.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캐나다에서 노마드로 생존하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과의 싸움인데 이제는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복잡하다면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를 전혀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서서히 다가오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꾸준함을 갖고 한 걸음씩


일단 꼭 필요한 한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꼭 준비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꼭 거쳐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내야 한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캐나다 회사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업무 성격은 경영 컨설팅이라고 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는 신설 팀을 만드는 작업이다. 제안서 초안과 내부 워크샵까지 완료한 상황인데 갈길이 멀다면 한참 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나에겐 현지 사람들과 함께 일한 경력을 쌓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기에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동기 부여해주고 있다. 


물론 나도 잘 안다. 경영 컨설팅이라는 것이 지속성까지 갖추긴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그다음을 생각하긴 어렵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그 결과를 보면서 다음 단계를 그려나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악해보니 결국 캐나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중요하고,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스몰 토크(small talk)가 중요하다. 그 가운데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쌓았지만 여기서는 완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내 경험에 비춰 생각해보면 3년 정도면 좋은 사람들을 주위에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은 하나에 전념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에 시도해보고자 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내가 바쁘다고 해서 그것을 미루기보다는 하루에 1시간씩이라도 시간을 정해서 준비하고 조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은 꾸준함일 것이다.


더 깊어진 글쓰기에 대한 고민


솔직히 캐나다에 오면 훨씬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 아니 확신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한마디로 '생존'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 노마드로 생존해야 하는 입장에서 당장 생존에 눈에 보이는 도움을 주지 않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한국에선 아무리 일이 많고 마음고생을 많이 해도 글쓰기를 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래도 한국에서는 회사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 하나가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오롯이 생존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글쓰기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 게 된다. 


그래도 내 결론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글쓰기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글 쓰는 자세가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좀 더 진지하게 쓸 것이다. 좀 더 집중해서 쓸 것이다. 그래서 좀 더 필요한 글, 도움을 주는 글, 생각을 확장하게 하는 글을 쓸 계획이다. 마침 이번 달 퍼블리에서 처음으로 발행한 <일에 끌려 다니기는 그만! 상황으로 배우는 주도적 일하기 3가지 방법>에 대한 반응이 좋다.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퍼블리 인기 Top10 글 2위에 올랐다. 1위가 퍼블리 이벤트 글이어서 실질적인 1위라 기쁘기도 하면서 느끼는 점도 많다. 브런치에서도 퍼블리에서 글 쓸 때처럼 좀 더 집중해서 쓴다면 나만 만족하는 글이 아니라 보다 더 많은 독자 분들도 만족하는 글이 될 것이다. 

6월 20일 현재 약 2,400명이 읽었고 만족도는 84% 


아울러 올해 아마존에서 출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번역책 역시 하루에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속도를 내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플랫폼을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첫 출판이 성공한다면 연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확장성 측면에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인데 좀 더 속도를 내야겠다. 


어른도 아이도 친구를 얻는 것이 현지 적응의 지름길


캐나다에 온 지 두 달 반이 되어가는데 가장 안타깝고 미안한 것이 있다면 자녀들에 관한 것이다. 팬데믹이다 보니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여태까지 친구 한 명을 사귀질 못했다. 이제 곧 방학이니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일단 영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인데 가장 빠른 방법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빠르게 해결된다. 

친구를 사귈 수 없으니 남매가 친구처럼 지낸다


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현지에 적응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곳 친구들을 얻는 것이다. 그들을 통해 언어, 문화, 음식, 생각 등 모든 것에 있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그리고 현지 적응은 곧 현지에서 생존하는 데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팬데믹과 락다운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자유로워지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사람을 통해 기회가 생긴다. 물론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나도 그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브랜드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큰 틀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Mark'라는 브랜드는 아무런 뭐가 없다. 그래서 힘들지만, 새롭게 나의 브랜드를 다시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캐나다에서 어떤 존재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하고, 또 내가 전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마이너스 재정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통장의 잔고가 매달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 편한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난 그래도 몇 달은 마음 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캐나다에 와서 그런 상황이 되니 마음이 전혀 편하지 않았다. 올해는 투자하는 기간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보장된 것이 없기 때문에 어제 마음과 오늘 마음이 매번 달랐다. 그래도 두 달 반이 지나 두 개의 프로젝트와 퍼블리 저자 활동을 통해 우선 마이너스 재정은 면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에 만족했던 내가 아니었는데, 먼 이국 땅에서 이 정도도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물론 앞으로 더 성공해야 하겠지만 한 번에 두 칸을 건너지 말고 한 칸씩 전진할 생각이다. 또한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그것이 사업이 될 수도 있고, 협업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당장 눈 앞의 작은 것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참고로 캐나다 사람들은 집, 자동차, 애완견, 이렇게 세 곳에 돈과 시간을 쓴다. 땅이 넓기에 집도 기본적으로 넓어서 집, 정원, 화초를 가꾸는 데 저녁 시간과 주말을 투자한다. 차가 없으면 어딜 다닐 수가 없으니 자녀가 커가면 한 가정에 차가 두 대 이상 있고, 거기에 더해 캠핑카나 보트를 갖고 있는 집들도 적지 않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출산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렌트가 아닌 본인 집인 경우 대부분 애완견을 키운다. 만약 이 세 가지 카테고리에 관련한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최소한 망하진 않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 인생의 목적은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삶을 꾸준히 살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돈은 빨리 벌면 벌수록 좋다. 


팬데믹이 끝난 이후의 생활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난 이렇게 믿는다. 우리 모두가 결국에는 팬데믹 상황에 어느 정도 잘 적응한 것처럼, 팬데믹 이후의 삶 역시 결국에는 잘 적응할 것이다. 지금 당장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변하는 상황에 맞춰 나가 보자. 다만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늦추지 말고 빨리 실행에 옮기면서 수정하기를 반복한다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 IT 관련한 트렌드와 기술을 익히는 것을 1순위로 하고 있는데 절대적인 시간의 양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공부하면서 가능하다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함께 해볼 생각이다. 




10년 후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단지 참 이상하고 모든 것이 낯설었던 때로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런 가운데서 새로운 변화를 이뤘던 때로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후자이길 바라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딪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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