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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Aug 21. 2020

똑같은 '빵빵'도 잘 구분하듯이

직장에서도 맥락을 읽고 행동하자

'빵빵'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뒷좌석의 아내가 눈치를 준다. '아니 파란불인데 가만히 있잖아' 앞차는 그제야 서둘러 출발했다.


'빵빵'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예상한 일이었다. 직진과 우회전이 동시에 되는 차선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옆 차로로 비켜줬더니 이번엔 교통정리하는 모범택시기사 아저씨가 다가와서는 차선을 옮기면 오히려 교통위반이니 다음부터는 그대로 서 있으라고 한소리하고 가셨다.


'빵빵' '빵빵'

도로 위에서는 예외 없이 모두가 빵빵거린다. 신기하게 들리는 건 똑같은 빵빵인데도 서로가 서로의 '빵빵'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왜일까? 맥락을 읽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내 차의 위치와 신호등과 같은 주변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또 상대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내 귀에 들리는 '빵빵'이 비켜달라는 뜻인지, 먼저 지나가라는 뜻인지, 아니면 정신 차리라는 뜻인지 구분할 수 있다.


아기의 하루 일과를 잘 아는 부모는 척척박사처럼 아기를 돌본다

'응애~'

아기가 운다. 엄마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젖을 물린다.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참을 물다 새근새근 잠든다.


'응애~'

밤에 둘째가 한참을 잘 자다가 깼다. 2시간 전에 충분히 젖병을 물렸는데 그 사이 쉬를 실컷 한 모양이다. 바로 기저귀를 확인하고 갈아주고 안아줬더니 이내 잠든다.


'응애~' '응애~'

아기들은 '응애~' 밖에 말할 줄 모른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똑같은 '응애~' 소리에 다르게 반응하며 아기들을 키운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기저귀에 실례를 했을 때다. 아기의 하루 일과를 잘 아는 부모는 아기가 현재 상태가 졸릴만한 상황인지,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는지, 마지막 쉬를 한 게 언제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척척박사처럼 아기를 돌본다.


내 상사에게, 팀원에게, 동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맥락이 보인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대화하면서 우리가 쓰는 표현과 단어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오해와 불신이 싹튼다. 왜일까? 도로 위에서 '빵빵' 소리만 들어도 뭐하라는 뜻인지 바로 알아차려서 즉각 반응하는 것처럼, 또 집에서 '응애~'하고 아기가 울면 그 원인이 바로 파악되어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대화의 맥락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왜 저 말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어떤 반응을 해도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마크, 정부 규제 관련해서 사업 영향 보고서 준비해' 사장님이 숙제를 던졌다. 가장 높은 분이 숙제를 줬으니 바로 하면 될까? 아니다, 왜 그 숙제를 내게 줬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맥락을 읽어야 한다. 당시 사장님과 나 사이에는 교류가 줄었다. 필수 업무 보고 외에는 내가 뭘 더한다든지, 사장님이 뭘 더 시킨다든지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던져진 숙제였다. 게다가 나 혼자 만들기엔 버거운 숙제였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 멘토인 임원을 찾아갔다. '마크, 이건 테스트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정확했다. 테스트였다. 본인 옆에 계속 둬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후로 두 달을 보고서 준비에 매달려야 했다.


회사 상사가 기억력이 굉장히 좋은 분이었다. 어느 날은 '마크, 지난번 그 건 오후에 보고해요'라고 말을 던지고 사라지셨다. 내 머릿속에선 '그 건'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한바탕 전쟁이 일어났다. 머릿속을 뒤지고, 수첩을 뒤지고, 이메일을 뒤져서 내가 알지 못하는 '그 건'을 찾았다. '어떤 건 말씀이시죠?'라고 물었다가는 '아니 그렇게 중요한 건도 잊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지난 미팅 노트에서 겨우 '그 건'을 찾아 준비해 오후에 보고 드렸다. 상사가 특별히 챙기는 건이 어떤 건인지 정확히 파악 못했던 내 실수였다.


상사에게, 팀원에게, 동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맥락이 보인다. 내 프로젝트뿐 아니라 옆 사람의 프로젝트에, 내 일 뿐 아니라 회사 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맥락이 보인다. 이 맥락이 읽히면 직장 생활이 즐겁다. 차가 '빵빵' 거려도 기분 좋게 길을 비켜주고, 아기가 '응애~' 울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처럼 모든 것이 납득이 되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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